동아원 “현재 조사 중인 사안, 답변 어려워”

   
▲ 이희상 대표이사. ⓒ뉴시스
박근혜 정부 ‘부정부패 뿌리 뽑겠다’, 檢 기업 수사 ‘활발’
전두환 사돈 기업 ‘동아원’, 주가조작 혐의 검찰 압수수색
비싸게 사고 싸게 판 주식 거래… 차명 거래 의혹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박근혜 정부의 ‘부정부패의 뿌리를 뽑겠다’는 뜻 아래 검찰의 기업 비리 수사가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달부터 포스코건설의 해외 비자금 수사가 이어지고 있으며 동국제강도 해외 법인을 통한 100억원대 횡령 의혹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이처럼 기업 비리에 대한 정부의 칼날이 날카로운 가운데, 곡물제분·곡물 매매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동아원도 검찰의 레이더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동아원은 전두환 前 대통령의 삼남 전재만씨의 장인인 이희상씨가 대표이사로 앉아있는 곳으로, 자사주 매각과 관련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최근 동아원의 주가조작을 실행한 브로커와 前 대표이사 이모씨 등이 구속되면서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게 일고 있다. 더불어 동아원의 자사주 매각과 관련해 이 대표이사가 차명으로 주식을 매입하고 이익을 본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거래 수차례 반복, 3000원대 주가 5000원대로 쑥
살 때는 프리미엄, 팔 때는 헐값에… 이상한 거래
 
지난 1953년 11월 설립된 동아원은 소맥분 제조 및 판매를 주목적으로 하는 회사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돈인 이희상씨가 대표이사로 자리하고 있다. 동아원은 지난 2013년에도 전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해 압수수색이 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압수수색을 당했고 관련자들이 구속됐다.
 
2일 서울남부지검 및 업계 등에 따르면, 동아원의 자사주 매각 관련 주가 조작 혐의로 브로커 김모씨와 전 대표이사 이모씨가 구속됐다. 검찰 조사 결과, 브로커 김씨는 지난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동아원이 자사주를 매각할 때 주가를 조작해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왔다. 그리고 동아원과 동아원의 최대주주인 한국제분은 김씨의 주가 조작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대여금이라는 명목으로 김씨에게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받은 자금으로 김씨는 지인들과 가장·통정매매, 시가·종가관여주문, 고가매수, 허수매수 등으로 동아원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8년 동아원은 배합사료를 판매하던 회사인 ㈜SCF를 합병, 이 과정에서 자사주 1063만9238주(16.97%)를 보유하게 됐다. 이후 지난 2010년 4월부터 자사주 사고팔기를 반복했고, 회사가 합병된 2008년부터 2010년까지만 해도 3000원대이던 주가(종가 기준)는 2012년 5000원대로 대폭 상승했다.
 
이렇게 사고팔기를 반복한 것은 17%가량의 주식이 한꺼번에 시장에서 풀릴 경우 주가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이 대표이사가 브로커 김씨에게 자금을 대주고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아원은 ㈜SCF와 합병한 이후 지난 2010년 4월 재무구조 개선이 목적이라며 자사주를 매각했다.
 
동아원은 자사주 300만주를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주당 3700원에 매각했고, 2011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2월 18일부터 3월 25일까지 6차례에 걸쳐 103만5000주를 평균 3678원에 처분했다. 남은 661만7674주는 같은 해 4월 15일 장외거래로 유한회사델타에 주당 3620원에 매각했다. 이로써 동아원은 388억2966만원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 지난 2013년 9월,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동아원이 압수수색을 당하는 모습. ⓒ뉴시스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이날 동아원은 3450원으로 장을 마감했는데, 유한회사델타는 주당 3620원에 주식을 사들였다는 부분이다. 곧 유한회사델타가 동아원의 지분을 주당 170원, 총 11억2500만원이나 더 얹어서 매입한 것이다. 유한회사델타가 매입하기 전날 동아원의 주가는 변동이 없었고 그전 2일간은 주가가 떨어졌다. 유한회사델타가 매입한 날만 75원이 오른 상황이었다. 게다가 유한회사델타가 매입하기 전 3일 동안은 일일거래량이 10만주가 채 되지 않던 회사였기 때문에 이렇게 유한회사델타가 주당 170원을 더 주고 대량으로 매입한 것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주당 170원을 더 주고 동아원의 지분 10.56%를 매입한 유한회사델타는 이후 2012년 1월 19일부터는 지분을 팔아넘기기 시작했다. 이날 장외매도로 홍성민씨에게 61만7674주를 주당 4000원에 매각했고 같은 해 2월 7일, 10일에는 각각 100만주를 주당 4000원에 임병식씨와 최민철씨에게 팔았다. 임병식씨의 경우 7일에 100만주를 매입했는데도 10일 다시 한 번 동아원의 주식 100만주를 주당 4000원에 사들였다. 같은 달 13일에는 씨앨파트너스㈜가 38만주, ㈜드림화인테크홀딩스가 41만2000주, 김현태씨가 70만8000주를 주당 4030원에 매입했다.
 
물론 주식을 사고파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행위임에 틀림없지만, 유한회사델타와 이들의 거래에 대해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유한회사델타는 동아원에게 종가보다 170원 높은 가격에 지분을 사들였으나 유한회사델타가 지분을 팔아넘길 때는 종가보다도 상당히 낮은 금액대에서 거래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먼저 홍성민씨가 주당 4000원에 동아원의 지분을 매입한 날인 2012년 1월 19일 종가는 전날보다 105원이 오른 4970원이었고 장중에는 4985원까지 기록했다. 2월 7일과 10일에도 유한회사델타는 주당 4000원에 지분을 매각했으나 종가는 각각 4995원(150원↑/고가 5010원), 5000원(20원↑/고가5010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13일도 마찬가지였다. 주당 4030원에 총 150만주가 매각된 이날의 종가는 5000원이었으며 장중에 5060원까지 기록했다.
 
결국 11억2500만원이라는 프리미엄을 추가해 지분을 매입했던 유한회사델타는 주식을 팔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거래들로 인해 50억4914만원의 손실을 입게 된 것이나 다름없다. 다시 말해, 유한회사델타에게 동아원의 주식을 매입한 홍성민·임병식·최민철·김현태씨와 씨앨파트너스㈜, ㈜드림화인테크홀딩스는 50억원이 넘는 이익을 올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주식을 매매할 경우 주가가 상승했을 때 팔아넘겨 ‘이익’을 보는 것이 일반적인데, 유한회사델타는 전날과 종가가 같았던 2012년 2월 13일을 제외하고 매매가 있었던 날 모두 주가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손해’를 봤기 때문에 이 거래들에 대한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혹시 차명으로 이 대표이사가 매입한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동아원 “검찰 조사 중인 사안, 답변 주기 어렵다”
 
주가조작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동아원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고 지금까지 어떠한 결과가 나온 상황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주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동아원은 지난 2013년 전두환 전 대통령 비자금 문제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전두환일가미납추징금특별환수팀’에게 수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이희상 대표이사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차명으로 관리하고 있거나, 동아원이 비자금의 유입처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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