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만우절(萬愚節, April fool) 이야기
[칼럼] 만우절(萬愚節, April fool) 이야기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4.0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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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공식적으로 쉬거나 기념식을 하지는 않지만, 사람들끼리 기념하는 날들이 있다. 남자가 연모하는 여자에게 사탕을 주는 3월 14일 화이트데이,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에 커플이 되지 못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짜장면을 먹는다는 4월 14일 블랙데이, 대학수학능력시험 100일 전 등이 그런 날들일 것이다.

이런 날 가운데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기념하는 날 중 하나가 바로 만우절일 것이다. 지난 4월 1일은 만우절이었다. 만우절은 보통, 선의의 거짓말이 용인되고, 이것을 통해 여러 사람들을 웃음 짓게 할 수 있는 날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만우절이 되면 기업이나 유명 인사들이 거짓말을 만들어내며, 그것이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되곤 한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만우절 거짓말이 화제가 되었다. 기생충 학자로 유명한 서민 교수는 블로그에서 자신이 고래회충으로 인해 입원했다고 밝히면서, ‘4월 1일을 맞이하여’ 회를 많이 먹으라고 권유하였다. 개인에서 그 범위를 조금 확대하면, 어느 가정에서 자녀들이 집안의 시계를 모두 바꾸어서 그 가정의 어머니가 일어났을 때, 시간이 9시 30분인 줄 알고 등교 시간에 늦었다면서 자녀들을 깨웠다는 만우절 장난이 사진 동호회인 ‘slr클럽’이라는 사이트에 소개되었다. 독자들 가운데에서는 반의 판넬을 바꾸거나, 학생들이 한꺼번에 반을 바꾸는 방식으로 선생님에게 만우절 이벤트를 한 기억이 있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만우절 행사는 기업에게도 큰 이벤트가 되며, 올해에도 각 기업들의 만우절 행사가 있었다. 세계적인 포털 사이트인 구글에서는 만우절에 사이트를 거울에 비쳤을 때 보이는 모습으로 바꾸어 놓기도 했고, 우리나라의 유명 소셜커머스 회사에서는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저택을 비롯한 영화 속 주인공을 상징하는 물건이 판매된다고 사이트에 알리기도 하였다. 또한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게임 회사인 ‘블리자드’에서는 만우절 이벤트로 유명하며, 스마트폰 게임으로 유명한 ‘넷마블’에서는 자신들이 만든 게임에서 만우절을 기념하는 기념품을 배부하였다. 그리고 유명한 자동차 회사인 ‘벤츠’에서는 자신들이 새로운 자동차를 만든다는 공지를 올리기도 하였다. 기업에게 만우절 행사는 자신들이 새롭게 기획하는 아이템이 시험장이자, 고객들에게 감사 이벤트를 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며, 자기 회사의 이름을 더욱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이용된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웃고 당황하게 만드는 만우절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한국사전연구사에서 만든 『종교학대사전』에서는 만우절의 유래를 ‘과거에 새해는 요즈음 달력으로 치면 3월 25일로, 그 때부터 4월 1일까지 춘분 제사가 치러지는데, 그 마지막 날에 선물을 교환하였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새로운 역법이 시행되었고, 그 역법을 인정하지 않거나, 잘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성의없는 선물이나 신년 행사 등의 장난을 치는 것이 유럽에 퍼지면서 만우절이 시작되었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이 사전에서는 불교에서 치러지는 춘분 설법 이후에도 삶이 바뀌지 않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장난을 쳤던 3월 31일 나유절(揶揄節)을 만우절의 유래로 소개하였다. 그리고 예수가 고난 중에 당했던 발품이 만우절에 유행하는 ‘헛걸음 장난’의 유래라고 소개하였다.

이러한 사례들을 정리하면 만우절은 역사적 사건이나 특정 종교의 주요한 기념일에서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만우절은 팍팍한 현실을 사는 사람들이 가지는 일종의 여유이자 장난이며, 동시에 기업에게는 판촉의 좋은 기회가 되곤 한다. 정치인의 수많은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고, 이것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힘든 현실을 사는 서민들에게 만우절은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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