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스타그램 캡처

기자가 인스타그램서 음란물 검색하니… 낯 뜨거운 사진 쏟아져
노출사진 올리는 사람 심리… “관심받기 위해”
SNS상 음란물, 청소년 성가치관 형성에 문제될 수 있어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섹시’, ‘#19금’, ‘#야한 사진’, ‘#누드’…….

기자가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를 통해 검색한 단어들이다. 이번 취재를 위해 인스타그램을 처음 접한 기자는 애플리케이션 설치부터 음란물을 보기까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해에 어려움을 느끼는 독자를 위해 간단히 설명을 하겠다. 인스타그램(Instagram)은 온라인 사진을 올리고 공유하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일종이다. 해시태그(Hash Tag)란 특정 단어에 ‘#’를 붙인 것으로 관련 내용을 찾는 SNS 속 검색 기능을 뜻한다.

어쨌거나 이런 단어를 검색한 이유, 바로 음란물의 천국이 된 SNS를 경험하기 위해서였다. 검색을 시작하자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자신의 신체 일부를 찍은 적나라한 사진이 주르륵 쏟아졌다. 입술이나 쇄골, 다리 등은 애교 수준에 불과했다. 가슴과 엉덩이 심지어 성기까지 드러낸 민망하고 낯 뜨거운 장면들이 나타났다. 야한 사진을 비롯한 동영상, 소설, 만화까지…. 마치 마르지 않는 샘물이랄까. 스크롤을 내리고 내려도 끝없이 이어지는 콘텐츠에 어안이 벙벙해질 정도였다.

소문대로 인스타그램의 음란 세계는 꽤 놀라웠다. 일부 사진을 선배 기자에게 보여주니 화들짝 놀랐다. 그 선배는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인스타그램은 지난해 12월 기준, 전 세계 월간 사용자 3억명을 돌파하는 등 SNS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용자들이 올리는 선정적인 사진 등으로 인해 인스타그램은 음란마귀(야하거나 음란한 것을 좋아하는 자를 뜻하는 신조어)의 소굴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에서도 일부 회원들이 자신의 노출사진을 공개하며 친구 수를 늘리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본인의 신체 노출을 꺼리지 않고 심지어 은밀한 부위까지 공개하는 이들의 속마음이 궁금해졌다. 손가락질을 하면서도 관심을 계속 보내고 훔쳐보는 이들의 심리도 궁금했다. 벗는 자와 보는 자, 이들의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 ⓒ뉴시스

‘클럽 아우디녀’, ‘공항철도 노출녀’… 미성년자도 예외 아냐  

최근 ‘클럽 아우디녀’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 3월 초, 서울 강남의 한 클럽에서 상의를 벗고 춤 추는 여성의 동영상이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졌다.

동영상이 공개된 뒤 누리꾼 수사대의 추적으로 영상 속 주인공이 강원도의 한 아우디차량 전문 판매점에서 일하는 유부녀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그녀는 ‘클럽 아우디녀’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해당 여성은 앞서 다른 클럽에서도 여러 차례 옷을 벗은 채 춤사위를 벌여 유명했으며 평소 자신의 노출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 영상을 접했다. 해당 영상은 수만 건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클릭수를 자랑했고 누리꾼 사이에서 급속도로 공유됐다. 그녀의 신상정보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개의치 않고 오히려 이를 비난하는 누리꾼을 상대로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10월경에는 인천공항과 서울을 잇는 공항철도 안에서 자신의 중요 신체부위를 노출한 채 찍은 이른바 ‘공항철도 노출녀’의 사진이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 바 있다.

아울러 비슷한 시기, ‘편의점 노출녀’도 등장했다. 당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편의점 조끼만 걸친 채 상반신을 노출한 상태로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급속히 퍼져나갔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공간이 아닌 편의점 카운터에서 찍은 사진이어서 보는 이들의 충격은 컸다.

문제는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들도 자신의 신체를 드러낸 사진을 게재하고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 9월 말까지 SNS, 동영상 사이트 등에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게시하고 유포하는 등의 혐의로 117명을 적발했다. 이 중에는 음란행위 장면을 직접 촬영하고 동영상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초‧중‧고등학생 43명도 포함돼 있었다.

당시 경찰은 일부 초중고 학생들 사이에서 SNS를 통해 자신의 노출사진을 올리고 음란물을 주고받는 일이 성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음란 사진을 올린 학생들은 경찰 조사에서 SNS의 방문자 수를 높이고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뉴시스

노출사진, 찍는 자와 보는 자의 심리는?

이처럼 자기 신체를 적나라하게 공개하며 사진을 찍는 이들의 심리를 전문가에게 들어봤다.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하지현 교수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욕망”이라며 “SNS에 자신의 신체 일부를 찍어 올리는 것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기 위한 욕망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성적인 행동에서의 변태적 이상습성을 뜻하는 성도착증과 관련이 있는지 묻자 하 교수는 “성 도착증이 성립하려면 (사진을 올리는 것과 같은) 방식 외에는 성적인 흥분을 느끼지 못해야 한다. 하지만 SNS에 자신의 신체 일부를 올리는 사람들은 그건 아니지 않나”라며 “SNS에 음란한 사진을 올리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재미로 올리는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하 교수는 “(SNS상에 음란한 사진이 많아지면) 이런 사진을 우연히 접한 사람들에게 성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신과전문의 윤병문 원장은 “자기 신체를 노출해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과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심리”라며 “나체나 성기 등을 타인에게 노출하다 보면 만족감이나 성적인 흥분을 느끼는 것과 같은 노출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음란한 사진을 보는 걸 즐기는 사람의 심리가 관음증(성과 연관된 행위를 관찰하면서 비정상적인 성적 만족을 느끼는 것)에 해당되지 않을까.

이와 관련해 하 교수는 “인간의 모든 관찰에는 ‘관음증’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아이가 밥먹는 모습을 보는 것 등이 있다”며 “관음증이라고 해서 다 병적이고 변태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관음증인데 이는 인간이 가진 본능적인 욕망”이라고 언급했다.

윤 원장은 “노출 사진을 보고 공유하는 행위는 단순한 성적인 쾌락을 느끼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지나칠 경우 성도착증과 같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청소년의 경우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성에 대한 왜곡된 생각을 가지는 등 건전한 성가치관 형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뉴시스

결국 중요한 건… 제도 마련과 사용자의 올바른 인식

스마트폰이 보편화되고 SNS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각종 음란물 유포 수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는 이메일 계정만 있으면 누구든지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고 접근성이 높기 때문에 음란물 공개와 공유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무엇보다 SNS에서 떠도는 음란물은 공유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기 때문에 완전한 삭제가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청소년보호팀이 제공한 ‘연도별 음란, 성매매 SNS 심의 및 시정요구 현황’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음란물에 대한 시정요구 건수가 2012년 250건에 달했으며 2013년 4448건, 2014년 1만5824건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 16일, 페이스북은 콘텐츠 세부 가이드라인을 담은 커뮤니티 기준을 발표했다. 음란물 삭제 기준의 경우 생식기 사진, 엉덩이가 완전히 노출된 사진, 성적 행위를 보여주는 사진과 이를 묘사한 사진 등이 삭제 대상이라고 공표했다. 그 효과가 얼마나 클지 미지수지만 SNS 운영주체 회사의 음란물에 맞서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음란물근절TF팀이 활약하고 있지만 인원이 한정돼 있고 음란 콘텐츠가 빠르게 퍼져 이를 막는 것에 어려운 부분이 많다. 정부 차원에서 SNS 음란물 퇴치에 대한 제도 마련에도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SNS를 자주 접하는 청소년에 대한 올바른 미디어 교육이 절실하며 사용자의 인식전환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음란물근절TF팀 관계자는 “SNS에 지나친 노출사진을 올리는 행위는 성매매 등 각종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며 “SNS 이용자, 특히 청소년들이 이를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