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4세 경영능력 점수, 평균 35.79점

   
▲ 경제개혁연구소에서 발표한 재벌총수일가 3~4세 경영능력 평가 순위(좌측 상단부터 차례대로)
학계·시장전문가, “재벌 3·4세 경영능력 35.79점”
“3·4세에 경영권 승계…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개혁연구소, “선진국 가족기업과 한국 재벌은 달라”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최근 우리나라 재벌들의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기업을 일군 창업자세대인 오너 1~2세들이 점차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시기가 되면서 3~4세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기 위한 행동들이 사회 곳곳에서 보이는 상황.
 
이렇게 경영 승계가 한창인 재계를 두고 경제개혁연구소(소장 김우찬)에서 지난달 30일 ‘재벌총수일가의 경영권세습과 2015년 전문가인식도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학교수 18명, 민간 연구소 전문가 12명, 펀드매니저 11명, 증권분석가 9명 등 50인의 전문가집단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 답변을 기록한 해당 보고서는 사회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는 경영 승계를 ‘세습’이라 표현하며 평가대상인 재벌 3~4세 11인에 대해 전반적으로 낙제점을 매겼다.
 
“재벌 3·4세 경영권 승계, 기업 가치에 부정적 영향”
재벌 3·4세 승진·경영권 승계 시점, “총수 판단에 따라”
 
모두가 낙제점을 받은 이 와중에서도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과 한진그룹 조원태 부사장이 각각 ‘부의 이전과정 및 재산축적 과정의 정당성’과 ‘경영능력’ 부분에서 최하위를 차지했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지정된 대규모기업집단 63개 중 공기업집단 및 총수가 없는 기업집단을 제외한 총 40개 기업집단 소속 가운데 임원경력이 5년 이상인 총수의 자제를 평가했으며, 대상으로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한진그룹 조원태 부사장,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효성그룹 조현준 사장, 현대그룹 정지이 전무, OCI 이우현 사장, 금호그룹 박세창 부사장, 대림그룹 이해욱 부회장 등 모두 11명이 이름을 올렸다.
 
경제개혁연구소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 50명은 이들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이고 박한 점수를 매겼다.
 
먼저 전문가 집단 중 절반 이상이 재벌의 경영권이 자녀에게 승계되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20%, 바람직하지 않다 36%)고 답변했다.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14%(매우 바람직하다 2%, 바람직하다 12%)에 그치면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4배나 높았다.
 
이어 이들은 재벌 3~4세의 경영권 승계는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매우 부정적 12%, 부정적 46%)고 답했다. 경영권 승계가 긍정적이라는 답변은 6%에 불과했으며 보통이라는 평가는 36%를 차지했다. 이러한 결과를 두고 경제개혁연구소는 “우리 현실에서는 자녀에 의한 승계가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무리가 없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경영권 승계가 갖는 문제점으로는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답변이 가장 큰 비중(36.67%)을 차지했다. 이어 ‘불법·편법적인 상속’(30.83%), ‘경쟁 없는 승계’(19.17%), ‘승계 과정의 불투명성’(13.33%)이 문제가 된다고 지적됐으며 이밖에 ‘대중의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가문승계경영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도 함께 이유로 올랐다.
 
반대로 재벌 3~4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의 장점으로는 ‘경영권 안정’(47.17%)이 1순위로 꼽혔다. 또 ‘해당 기업의 예측이 가능하다’(39.62%)는 것과 ‘충분한 경영수업을 받았다’(9.43%)는 것도 장점이라고 응답했다. 더불어 ‘회사에 대한 높은 책임감’, ‘경영 및 사업의 지속성’, ‘강한 동기부여’, ‘임기에 구애받지 않은 장기적 안목의 의사결정’ 등이 언급됐다.
 
전문가집단은 ‘경영능력’(47.27%)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고 답했으며 ‘소유권 승계과정의 적법성’(31.27%)과 ‘승계자의 도덕성’(21.47%)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평가대상 11인에 대해서 ‘승진기간’, ‘경영능력 검증’, ‘후계자 선정과정에서의 경쟁’, ‘승계과정의 투명성’에서 평균 2.42점~2.58점(10점 만점)의 굉장히 낮은 점수를 매겼으나 ‘임원재직 중의 독자적인 경영판단 및 조직 장악력’에 대해서는 평균 4.23점~4.27점을 주며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충분한 경영수업과 그룹을 이끌어 갈 자질과 전문성’, ‘비전과 전략에 대한 내·외부 소통’, ‘고용·복지 및 노조 등에 대한 시각’ 부문은 평균 3.33점으로 상대적으로 저조한 점수를 기록했다.
 
또 이들은 재벌 3~4세들의 ‘향후 회사발전 가능성 평가와 경영실적에 대한 기여도’ 등도 평균 3.53점~3.68점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
 
평가대상인 재벌 3~4세들의 임원승진 시점과 직위 등이 결정되는 원인에 대해서는 ‘지배주주(총수 및 회장)의 판단’이 92.73%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를 ‘나이’(5.89%), ‘경영능력’(4.58%), ‘경영수업연수’(3.59%)가 이었으나 비슷한 수치를 기록하면서 ‘지배주주의 판단’ 외 다른 부분은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을 나타냈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구소에서는 “한국재벌그룹 후계자들은 경영능력을 최우선으로 평가받거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후계육성 프로그램에 의해 선정되는 것이 아니라, 시중에 널리 알려진 것처럼 오로지 재벌그룹 총수의 판단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고 말했다.
 
재벌총수의 판단에 의해 다음 승계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전문가집단은 평가대상 11인을 두고 ‘검증미흡’, ‘미래 판단유보’, ‘성과미흡’, ‘현상유지’, ‘능력부족’, ‘부도덕’. ‘비전부재’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로 이들을 표현했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각 평가대상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나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압도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부정적인 표현이 많은 것은 후계자들이 선대의 그늘 하에 있으면서 본격적으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자료=경제개혁연구소
평가대상 11인 종합 경영 능력 ‘35.79점’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1위, 한진그룹 조원태 부사장 최하위 
부의 이전 및 재산 축적 정당성, 삼성 이재용 부회장 꼴찌
 
전문가집단이 평가대상 11인에 대한 ‘소유권 승계를 위한 부의 이전과정 및 재산 축적 과정의 정당성’에 점수를 매긴 결과, 평균 2.74점에 그쳤다. 가장 최하위를 기록한 사람은 삼성그룹의 이재용 부회장(1.60점)이었으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4.44점)이었다.

그밖에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3.67점, 현대그룹 정지이 전무 3.05점, OCI 이우현 사장 2.90점, 금호그룹 박세창 부사장 2.86점, 대림그룹 이해욱 부회장 2.80점,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2.75점,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2.50점, 한진그룹 조원태 부사장 1.84점, 효성그룹 조현준 사장 1.70점 순이었다.

평가대상 11인에 대한 종합적인 경영능력은 평균 35.79점(100점 만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45.97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한진그룹 조원태 부사장이 18.65점으로 최하점을 기록했다.

신동빈 회장의 뒤를 이어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이 43.41점을 받았고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41.64점,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 41.32점, 대림그룹 이해욱 부회장 38.99점, OCI 이우현 사장 35.78점,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35.75점, 금호그룹 박세창 부사장 34.35점, 효성그룹 조현준 사장 30.05점, 현대그룹 정지이 전무 27.74점을 기록했다.

이와 같은 조사 결과와 관련해 경제개혁연구소 위평량 연구위원은 “재계 등에서 강조하고 있는 가족기업에 대한 옹호는 현재 우리나라의 재벌체제를 정당화하기 위한 노력에 불과하다”면서 “한국의 재벌은 가족기업으로 분류할 수는 있지만, 존재양식과 행동양식은 재계에서 강조하고 있는 선진국의 성공한 가족기업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고 꼬집었다.
 
위 연구위원은 “선진국의 가족기업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성공을 거듭하고 있고 단순히 창업자 가문의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후계자가 되는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합리적이고 엄격한 후계양성프로그램에 의해 기업의 최고경영자를 선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위 연구위원은 “국민들이 세습경영자들에게 탁월한 능력을 요구하고, 세습체제가 갖고 있는 현실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이유는 재벌그룹이 국민경제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보다 건강한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중소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파이에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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