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연설이 연일 화제다. 유 원내대표는 본인이 원래 가지고 있던 소신이었던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상대 당을 인정하고 개혁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으며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빈부격차의 해소를 주장했다. 정통지지층의 눈치를 보느라 지금까지 새누리당의 그 어떤 의원도 하지 못했던 말을 작심하고 쏟아낸 유 원내대표의 발언에 이례적으로 야권에서까지 칭찬릴레이를 펴고 있는 이유이다. 그의 연설이 더욱 빛난 것은 당내의 일부 반대세력의 목소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인양의 당위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인양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도 있을 수 없고 이념적 싸움이나 진영논리도 있어서는 안 된다. 자국민이 수백 명이나 사망한 사건, 아직도 9명의 실종자가 돌아오지 못하고 차디찬 우리 앞바다에 수장되어 있는 상태인데 이걸 인양하지 않는다면 그 국가는 존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역사의 교훈’이니, ‘실체적 진실’이니 그런 거창한 이유를 갖다 붙일 필요도 없이 생명존중, 인간존엄, 인권 이라는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차원에서라도 인양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다. 보수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키고 높은 도덕성을 유지하고 공동의 선을 지키는 것이 보수의 핵심 가치 아닌가? 그런데 지금 보수여당에 당적을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단순히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세월호를 인양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물질만능주의를 조장하고 경쟁에서 처지는 사람은 도태시키고, 국민 분열을 조장하는 일이 보수가 가져야할 덕목쯤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아니면 홍준표 경남도지사처럼 아이들을 이용해 자기 몸값 띄우려는 몸부림인지도 모르겠다. 자기 존재감 올리는 방법을 이렇게 치졸하게 해서는 다음선거는 물론이고 영원히 정치판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그렇게 좋아한다는 미국의 경우를 살펴봐라. 미국은 자국민이 단, 한명이라도 군사 작전 중에 포로가 되거나 외국에서 실종이 되면 그 어떤 희생을 치룰 각오를 하고라도 그들을 구출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라고 하면 없는 쓸개까지 꺼내서 바칠 사람들이 이런 것은 왜 본받지 않는가 모르겠다. 우리 운명인 전시작전권까지 제발 미국보고 맡아달라고 통 사정하는 사람들이 보수를 자처한다는 인간들 아닌가? 그러면서 이런 문제는 닮으려고 하지 않는다. 보수의 ‘보’(保)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나 보수정당 사람이요”하고 있으니 나라꼴이 연일 시끄러운 것이다.

사람이 짐승과 다른 게 있다면 그것은 수치심, 즉 부끄러움이 뭔지 안다는 것이다. 세월호 인양을 반대하는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은 부끄러움이 뭔지 모른다. 부끄러운 것이 뭔지 모를뿐더러 긍휼(矜恤)의 마음도 없다. 그러니 자식 잃은 통탄할 상처를 안은 불쌍한 제 국민들에게 “짐승처럼 소리 지른다”거나 “자식은 마음에 묻는 거다.”라는 금수 같은 소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신들이 잘나서 국민위에 군림한다고 착각하지 말길 바란다. 선거는 4년마다 한 번씩 돌아온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