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라더니… 거짓·과장광고로 공정위 제재
땀 흘려 개발한 특허, 오너일가 이름으로 출원 논란
귀뚜라미 계열사, 내부거래율 증가 ‘매출의 90%’
소규모 펠릿보일러 시장 합류… 무너지는 중소기업
 
【투데이신문 김두희 기자】“4번 태워 잡고, 거꾸로 태워 잡고”
 
세계 최초, 국내 최초 기술로 가스비를 줄여준다고 광고하던 국내 보일러 1위 업체 귀뚜라미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에게 귀뚜라미는 거짓·과장 광고행위를 시정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귀뚜라미의 각종 기술을 개발한 직원들에게 회사가 직무발명보상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면서 임직원들이 소송을 제기,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 해당 특허와 실용신안 등의 출원인 및 발명자를 최진민 명예회장과 그의 두 아들 이름으로 등록하면서 매년 수십억원의 사용료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한 기업의 상생부분에 대해서도 비난여론이 일고 있다. 귀뚜라미가 줄곧 나노켐, 귀뚜라미홈시스 등 계열사에 일감을 밀어주면서 일부 계열사는 90%가 넘는 내부거래율을 기록했다.
 
더불어 중소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펠릿보일러(톱밥을 압축하거나 가공한 연료인 펠릿을 사용하는 보일러) 시장에서 귀뚜라미가 전국적인 네트워크와 자금력을 내세워 공격적인 영업을 시행하고 있어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세계최초라더니… 거짓·과장광고 시정명령
 
1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귀뚜라미는 지난 2012년 제품카탈로그,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보일러 성능 등과 관련해 부당하게 광고한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을 받았다.
 
귀뚜라미는 보일러에 적용된 기술 및 생산규모와 관련해 ‘세계최초’, ‘세계최대’, ‘국내에서 처음’ 등과 같은 문구를 객관적인 근거가 없이 거짓·과장해 광고를 했다.
 
귀뚜라미에서 세계최초라고 광고한 ‘4PASS 열교환기(가스연료와 산소가 보일러 내에서 4차로 계속 연소될 수 있게 함)’의 경우 이미 세계적으로 약 150여 년 전부터 사용돼왔던 제품이고, 세계최초 콘덴싱(배기가스에 포함된 수증기를 응축시켜 여기서 유용한 열을 흡수, 사용하는 보일러)이라고 했던 4번 타는 펠릿보일러도 이미 지난 1978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개발해 사용하고 있던 제품이었다.
 
또한 귀뚜라미는 ‘보일러 생산규모 연간 100만대로 현재 세계 최대 보일러 회사’라고 선전해왔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기준으로 독일의 바일란트社(164만대)가 연간 100만대 이상의 가스보일러를 판매하고 있으나 귀뚜라미의 경우 연간 생산량이 약 43만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콘덴싱 펠릿보일러도 지난 2004년 오스트리아 OKOFEN社가 세계최초로 출시했기 때문에 귀뚜라미가 세계최초로 내놓은 제품이 아니었다.
 
귀뚜라미는 보일러 기술 특허와 관련해서도 사실과 다르게 광고했다. ‘세계적인 가스감지 특허기술은 귀뚜라미밖에 없다’고 귀뚜라미는 광고해왔으나 가스감지 기술은 이미 동종업계에 보편화된 기술이었으며, 타 사업자도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어 ‘세계적인 발명특허 재해방지 안전시스템’도 특허가 아닌 실용신안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객관적인 근거가 없이 거짓·과장 광고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더불어 공정위는 귀뚜라미의 각종 성능과 관련한 수치들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했고, ‘국내 유일의 무사고 안전보일러’라는 점도 보일러 제품관련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귀뚜라미가 이미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광고 내용을 수정하거나 삭제했지만 향후 재발방지를 위해 표시·광고법 제3조 제1항 제1호를 적용, 시정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임직원들이 개발한 특허·실용신안, 오너일가 이름으로 등록돼
 
거짓·과장 광고로 인한 공정위의 철퇴에 이어 귀뚜라미는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내 기술연구소에서 개발업무를 담당했던 임직원들이 귀뚜라미를 상대로 직무발명보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본인들이 개발해 생산·판매되고 있는 특허에 대해 법적으로 받을 수 있는 특허발명보상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며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들이 주장하고 나선 발명 특허는 가스보일러, 전기보일러, 하이브리드보일러, 펠릿보일러 등 수 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임직원들은 자신들이 개발한 특허를 회사가 승계, 그 명의로 특허출원 등을 했다는 점을 들면서 회사가 직원들에게 정당한 보상금을 지급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발명한 특허를 적용해 귀뚜라미가 제품을 만들어 연간 수백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특허 유효기간이 20년인 만큼 꾸준한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이들의 소장에 적힌 여러 건의 특허 중에는 최진민 명예회장의 장남인 최성환씨가 발명자로 기재된 특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단순히 오너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발명자로 올랐을 뿐 전혀 기술 개발과는 관련이 없다고 소장에 명시됐다는 것이다.
 
사실 귀뚜라미의 특허와 관련해서는 예전부터 뒷말이 이어지고 있다. <투데이신문>에서 직접 특허정보를 확인해본 결과, 최진민 명예회장이 보일러와 관련해 갖고 있는 등록 및 공개된 특허·실용신안은 76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허가 75건, 실용신안이 1건이었으며 소멸된 것까지 합치면 각각 84건, 151건이었다.
 
최진민 명예회장의 장남인 최성환씨의 이름으로는 특허가 40건, 실용신안이 44건이었으며 소멸된 것까지 더하면 특허 47건, 실용신안 55건이었다. 둘째아들인 최영환씨도 특허 17건, 실용신안 4건이 등록됐다.(실용신안 소멸 3건)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진민 명예회장의 경우 보일러 회사를 수십년 동안 운영해온 전문가로서 특허 기술을 보유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의 아들들은 나이도 어리고 해당 기술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도 않았는데 특허와 실용신안을 갖고 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연구원들이 개발한 기술에 무임승차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
 
반면 귀뚜라미보일러, 귀뚜라미센티온, 귀뚜라미범양냉방, 귀뚜라미홈시스 등 법인의 이름으로 출원된 특허·실용신안은 총 55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중 등록된 것은 귀뚜라미범양냉방뿐으로 특허 24건, 실용신안 1건에 그쳤다.(귀뚜라미보일러 실용신안 소멸 1건, 귀뚜라미범양냉방 실용신안 소멸 10건, 귀뚜라미센티온 실용신안 소멸 1건, 귀뚜라미홈시스 실용신안 소멸 1건)
 
하지만 타 업체의 경우 특허·실용신안이 개인 명의로 등록돼있지 않고 전부 법인 명의로 출원한 점을 들면서 일종의 ‘갑질’이라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 최진민 귀뚜라미 회장 ⓒ뉴시스
계속되는 높은 내부거래, 90%이상 기록하기도 
 
귀뚜라미 계열사 간의 내부거래율이 높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가정용품 유통업을 영위하고 있는 귀뚜라미홈시스와 보일러 관련 부품 제조 및 판매하는 나노켐은 전체 매출 중 귀뚜라미를 비롯한 특수관계자에게서 나오는 매출의 비중이 상당해 ‘일감을 밀어주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귀뚜라미홈시스는 72억2011만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귀뚜라미와 센추리 같은 특수관계자들에게서 나온 매출이 56.6%(40억8588만원)를 차지했다.
 
이러한 내부거래는 지난해 더욱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8억1067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귀뚜라미홈시스는 특수관계자들에게서 나온 매출과 기타수익은 38억9500만원이었다. 이를 비율로 환산하면 81%로, 전년 대비 24.4% 오른 셈이다.
 
나노켐도 귀뚜라미홈시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지난 2013년 나노켐은 529억9042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중 귀뚜라미에서 나온 매출이 456억4677만원으로 86%를 차지했고 그 외의 특수관계자들에서 나온 매출(17억4769만원)까지 합하면 89.4%의 내부거래율을 보였다.
 
귀뚜라미홈시스처럼 나노켐도 지난해 더욱 내부거래율이 상승했다. 나노켐의 2014년 매출은 489억5913만원이지만, 귀뚜라미에서 437억9106만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기타수익까지 더하면 귀뚜라미에서만 438억8769만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이밖에 특수관계자들에게서 5억510만원의 매출을 기록해, 나노켐의 내부거래율은 90.5%나 됐다.
 
귀뚜라미, 중소기업과 상생 무시?
 
한편, 지난 9일 동반성장위원회 건물 앞에서 펠릿보일러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모여 항의시위를 벌이면서, 귀뚜라미가 상생을 무시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지난 2008년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하면서 아직 연간 시장규모가 100억원에 불과한 펠릿보일러 사업에 귀뚜라미가 뒤늦게 진출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수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귀뚜라미가 고작 100억원대의 사업에 진출하면서 중소기업들의 운영 자체가 힘겨워졌기 때문.
 
이에 지난 2013년 펠릿보일러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들이 동반위에 중소기업 적합업종품목으로 신청했는데, 조정과정에서 이미 시장에 진출했던 경동나비엔은 이들의 취지 등에 공감해 사업을 철수했으나 귀뚜라미는 중재안조차 수용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귀뚜라미 “공정위 제재, 이미 시정완료”
 
공정위의 제재부터 특허 갑질, 일감 밀어주기 등과 관련해 귀뚜라미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사가 2013년부터 시작됐는데, 문제가 된 광고인쇄물은 2012년도 인쇄물이었다”며 “공정위 조사가 들어가면서부터 시정을 시작해 현재 완료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당히 많은 부분을 조사한 것으로 아는데 공정위에서 시정 조치 명령을 한 것 외에는 모두 무혐의로 드러났다”며 “그것들도 모두 근거자료를 제출했으나 공정위에서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여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허와 관련해 임직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최성환씨, 최영환씨 모두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일을 봐왔기 때문에 기술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해당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일감 밀어주기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해 이후 <본지>에서 다시 한 번 연락을 취했으나 정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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