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샘 조창걸 명예회장(좌)·한샘 최양하 회장

소상공인 영역 침투‧일감몰아주기 논란 일어
2010년 95%‧2011년 55% 고배당 곤혹
중국 저가 인조대리석 원료 수입 진실공방
‘기부 짠돌이’ 한샘, 4500억 기부 배경은?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가구업계 최초로 매출 1조원을 기록하며 ‘1조 신화 기업’이라고 불리는 한샘.

‘글로벌 가구공룡’이라고 불리는 이케아와 전면전에서도 높은 매출을 기록하며 국내 가구 시장에서 주축을 담당하는 1위 기업으로 국내 가구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이 한국의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공익법인 ‘한샘드뷰 연구재단’에 사재 4500억원을 출연하겠다고 밝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명품기업으로 한발짝 더 다가섰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렇듯 자랑스러운 행보와 달리 한샘이 이중적인(?) 면모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한샘은 조창걸 회장 일가가 상당수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한샘이펙스’에 일감을 몰아주고 고배당을 실시해 부를 축적하고 있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받았다. 또한 이 회사를 통해 소상공인 영역에 침투해 가구사업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는 논란에도 휩싸였다.

이와 더불어 한샘의 고배당은 조창걸 명예회장의 개인회사라고 볼 수 있는 계열사 ‘휘찬’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함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샘은 중국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 대리석 원료를 수입하고 고품질 제품으로 둔갑해 속여 팔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품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또한 한샘은 그동안 인색한 기부금으로 비난을 받아 왔다. 최근 몇 년 간 기부액이 한 해 1억원이 넘은 적이 없을 정도다. 때문에 조창걸 회장의 사재 출연 소식은 눈길을 끌기 충분했다.
하지만 재벌들이 주식을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방식은 우호 지분을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의혹이 많았던 만큼 조 회장의 통 큰 기부가 어떻게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내부거래‧독과점‧저가 재료 사용 논란

한국인조석가공업협동조합은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샘이 내부거래를 통해 사익을 추구하면서 소상공인 영역에 침투해 가구사업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에 따르면 인조대리석은 주로 가정에서 싱크대, 식탁 등의 상판으로 들어가는 제품으로 이를 가공·유통하는 업체는 전국 1000여개에 달하며 대부분 매출 1~3억원의 소규모 영세사업자로 구성돼있다.

이에 반해 한샘은 지난해 매출 1조3250억원을 기록한 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계열사인 한샘이펙스를 통해 최근 인조대리석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며 중소상인들과의 상생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

조합은 가구 시장을 독과점하며 소상공인 영역에 침투한 한샘이펙스의 성장에는 한샘의 일감몰아주기가 전제됐다고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샘이펙스는 지난 2013년 614억원, 2014년 710억원이라는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조합은 “한샘이펙스의 초고속 성장은 최양하 한샘 회장이 한샘이펙스의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어 모기업인 한샘이 일감을 몰아주는 내부거래 방식으로 덩치를 꾸준히 불려왔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조합은 “최근 5년간 한샘이펙스가 한샘으로부터 끌어올린 매출 규모는 2010년 202억원, 2011년 260억원, 2012년 264억원, 2013년 286억원, 2014년 227억원”이라며 “한 때 최대 70%에 가까운 내부거래 매출 비중을 기록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조합은 “한샘이 최근에는 중국 저가 인조대리석 원료를 직접 수입해 만든 제품(한샘스톤)을 고품질 제품으로 둔갑시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합에 따르면 한샘이 중국에서 대량 수입하는 원료는 UP(Unsaturated Polyester) 자재로 기존 MMA(Methacrylate)와 비교해 겉으로 구분되지는 않지만 30%이상 가격이 저렴하다.

반면 품질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에 약하고 내구성에 취약해 향후 인조대리석 시장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는 위험요소가 크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배당성향 95%…오너일가 배불리기 논란

한샘은 한샘이펙스에 일감몰아주기를 해 수십 억원의 이익을 안겨줬고 이를 통해 한샘이펙스는 고배당을 실시했다는 의혹을 겪기도 했다.

조합에 따르면 한샘이펙스는 지난 2010년에는 95%, 2011년에는 55%의 고배당을 실시했다. 이는 국내 상장기업의 평균 배당성향이 20% 미만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샘이펙스가 한샘이펙스의 최대주주인 한샘 최 회장(지분율 41.3%)과 한샘 창업주인 조 명예회장의 장녀 조은영(지분율 35.5%)에게 수십 억원의 이익을 안겨줬다고 조합은 주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3년 말 기준 한샘이펙스의 지분은 최양하 회장이 41.28%, 한샘 창업주인 조창걸 회장이 5%, 조 명예회장의 장녀 조은영씨가 35.52%, 강승수 한샘 부사장이 5%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현재는 한샘이 지분율 38%로 최대주주가 됐다. 최 회장과 조은영 씨의 지분율은 각각 25.6%, 22%다.

그러나 한샘을 둘러싼 고배당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에 한샘은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샘은 지난 2013년에도 주당 700원씩 총 127억원 가량(배당성향 22.6%)의 배당금을 주주들에게 지급했다.

이 가운데 한샘 지분 22.71%(534만5180주)를 보유한 조 명예회장은 같은 해 약 37억4163만원의 배당금을 챙겼으며 한샘 지분 5.91%를 가진 조 명예회장의 자녀들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9억7524만원을 배당받았다.

이와 함께 한샘은 2011년에는 주당 600원씩 총 113억원(배당성향 29.7%), 2012년에도 주당 600원씩 총 108억원(배당성향 27.4%)에 달하는 배당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조 명예회장은 2011년, 2012년 각각 23.44%, 22.71%의 지분을 보유해 33억원, 32억원 등 총 약 65억원의 배당금을 지급받았다. 조 명예회장의 자녀들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2011년과 2012년 각각 6.93%, 6.91%의 지분을 보유해 배당금 9억7968만원, 9억7968만원을 지급받았다.

   
 

이유 있는 고배당?

이러한 배당금 논란은 조 명예회장의 개인 회사라고 불리는 계열사 ‘휘찬’까지 이어졌다. 이 같은 고배당은 조 명예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계열사 휘찬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함이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

주식회사 휘찬은 1996년에 설립돼 박물관 운영업, 박물관 관련 소매업, 콘도 운영업 등을 주요 영업으로 삼고 있다. 2014년 12월 31일 기준 서울시 종로구에 본사가 위치해있으며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 영업장인 다빈치박물관과 콘도를 두고 있다.

휘찬은 2009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삼천리 일대 13만2000㎡ 부지에 한라힐링파크 조성사업을 시작하면서 약 580억원을 투자해 2011년까지 가구박물관, 연수원, 콘도미니엄 등을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레오나르도 다빈치 과학박물관(다빈치뮤지엄)’만 완공한 뒤 나머지 계획은 지지부진했다.

이처럼 애초 계획이 틀어지고 뚜렷한 수익 구조가 마련되지 못함에 따라 휘찬의 실적은 적자를 면치 못하게 됐다. 휘찬은 2010년 0원, 2011년 3억원, 2012년 5억원, 2013년 5억원, 2014년 10억원 등 정상적인 기업의 매출이라고 볼 수 없는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줄곧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2012년 매출 5억1800만원, 당기순이익 12억710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하지만 이 같은 흑자 전환 뒤에는 조 명예회장의 주식 증여가 자리하고 있어 조 명예회장이 챙긴 배당금이 휘찬의 당기순이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난이 일게 된 것.

조 명예회장은 2012년 12월 보유 중이던 한샘 주식 17만주(주당 처분단가 1만6150원)를 휘찬에 증여했다. 이에 따라 휘찬은 2012년 27억7100만원의 자산수증이익을 얻었고 이 금액이 실적에 반영됨에 따라 흑자 전환을 할 수 있었던 것.

이러한 흐름은 그 다음 해에도 이어졌다. 휘찬은 조 명예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한샘 주식 17만주를 장내매도를 통해 2013년 10월 29일 주당 4만1280원에 팔아 70억1800만원의 투자자산처분이익을 챙겼다.

또한 휘찬은 조 명예회장으로부터 차입금을 가져오기도 했다. 조 명예회장은 휘찬에 지난 2010년 9억, 2011년 64억, 2012년 104억원, 2013년 148억, 2014년 209억원의 차입금을 지급했다.

‘기부 인색’ 한샘, 4500억 기부…배경은?

이와 함께 한샘은 그 동안 인색한 기부금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할 만큼 높은 매출액을 내고 있는 한샘의 명성과는 달리 기부금은 쥐꼬리만 했다.

한샘의 기부액은 2012년에는 6596만원, 2013년에는 오히려 40.8% 감소한 3910만원을 기록했다. 또한 2014년 기부금 목록은 아예 공시된 자료에서 제외돼있다.

이처럼 인색한 기부금 행렬은 한샘 계열사인 한샘이펙스도 마찬가지였다. 한샘이펙스는 공시를 실시한 1999년 이후 2013년까지 단 한 차례도 기부를 실시하지 않다가 2014년 처음으로 6827만원을 기부했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조 명예회장은 ‘한샘드뷰(DBEW) 연구재단’에 한샘 주식 260만주(4500억원 상당)을 기부키로 했다. 조 회장은 이날 1차로 한샘 지분 60만주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기부할 예정이다.

한샘드뷰연구재단은 조 회장 개인이 2012년 설립한 공익법인이다. 현재 조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다. 장학사업과 국내외 학술 연구비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미래 한국의 전략 개발과 리더 양성 등 싱크 탱크(Think Tank)의 역할을 수행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한샘이 기부에 인색했던 모습을 보여 온 만큼 조 회장의 기부 소식은 진정성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오너일가들이 주식을 공익재단에 기부하는 것은 재단을 통해 우회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조 회장의 통 큰 기부도 결국 이미지 제고 및 우호 지분 확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게 해준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한샘 “사실과 다른 부분 있어”

한편, 한샘 측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억울함을 드러냈다.

한샘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일감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샘이펙스는 사업 다각화를 추구하며 이를 통해 매출을 줄여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구시장 독과점과 관련해 “그 동안 대리석을 받아서 설치를 했을 때 품질이 좋지 않다는 소비자 불만이 너무 많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리석을 가공하기 시작했던 것”이라며 “당사는 만약 영세업체에서 좋은 품질의 가격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가져오면 충분히 고려해보려고 하고 있으나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상황이 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배당 논란에 대해서는 “한샘이펙스가 2010년과 2011년 각각 95%, 55%의 배당을 실시했던 것은 그 전까지 배당을 한 번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은행에 돈을 넣어놔도 이자가 나오는데 배당을 실시하지 못했기에 두 해에만 보상 차원의 배당을 실시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한샘 배당은 당사의 배당 정책에 따라 실시한 것으로 일반적인 기업의 배당 수준과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한 저가 대리석 원료 수입 의혹과 관련해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에서 UP와 MMA에 대한 성능시험을 실시한 결과, 두 원료 성능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MMA가 UP보다 인장강도나 인장탄성률이 다소 높지만 품질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계열사 휘찬과 조 명예회장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휘찬 자체가 공익사업을 많이 진행해 이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라며 “한샘 지분에서 조 명예회장이 가져갈 수 있는 자금은 정해져 있는데 그 돈으로 휘찬을 먹여 살리려 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와 더불어 기부금 논란에 대해서는 “한샘이 추구하는 기부 자체가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기부를 하자’이기 때문에 가구와 같은 제품 기부가 많았다. 그렇기에 이는 돈으로 처리가 되지 않아 공시 금액이 적었을 뿐 실제로 기부가 적은 것은 아니다”라며 “또한 이번 조 명예회장의 기부는 좋은 뜻으로 사회 기부의 연장선 아래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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