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부탄가스 폭발사고, 총 186건
부탄가스 안전장치 의무화 법안, 2년 째 표류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여행이나 나들이 갈 때 빼놓을 수 없는 준비물 중 하나인 부탄가스. 특히 캠핑·레저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인해 휴대용 부탄가스 수요는 더욱 늘고있다.

식당과 가정에서도 싼 가격과 편리함 때문에 휴대용 부탄가스는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편리한 만큼 잘못 사용하면 폭발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 안전하게 휴대용 부탄가스를 사용하기 위해 매년 가스안전 캠페인이 이뤄지고 있지만 폭발 사고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심한 화상을 입는 등 피해는 끊이지 않고 있다.

폭발 사고 위험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기술적으로 휴대용 부탄가스에 안전장치를 달아 폭발의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안전장치 부착은 의무가 아닌 업체의 자율에 맡겨 있다.

우리나라 휴대용 부탄가스의 75% 이상을 제조하는 태양산업의 경우 안전장치를 부착하지 않는다. 다시말해 우리가 사용하는 부탄가스 대부분에 안전장치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문제삼아 휴대용 부탄가스 대해 안전장치를 의무화 하자는 법안이 2013년 발의됐지만 2년 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안전처가 신설되는 등 국민 안전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고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휴대용 부탄가스에 대한 안전에 대해서는 관심이 저조한 현실이다.

   
▲ 부산 식당 휴대용 가스버너 부탄가스통 폭발 현장

갑자기 ‘펑’…부주의가 사고 불러

휴대용 부탄가스 폭발 사고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이 집계한 최근 5년간 부탄가스 캔 폭발사고는 총 186건이다. 이로 인해 3명이 사망하고 7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는 전체 가스사고의 19% 정도다.

사고 사례를 살펴보면, 한모(여·53)씨는 이동식 가스레인지에 음식물을 조리 중하던 부탄가스가 폭발해 부상을 입었다. 정모(60)씨는 쓰레기 소각 중 부탄가스 통이 폭발해 다리에 화상을 입었다. 임모(42)씨 등 2명은 캠핑장에서 부탄가스가 폭발해 얼굴과 손등에 1~2도의 화상을 입었다. 식당에서 조개를 구워 먹던 박모(45)씨 등 7명은 휴대용 부탄가스 폭발로 화상 등 부상을 입었다.

사고의 원인은 주로 이동식 가스레인지보다 큰 불판을 사용하거나 휴대용 부탄가스가 점화가 되지 않다는 이유로 불에 달군다거나 석쇠를 알루미늄 호일에 감아 사용할 때 발생했다. 사용자의 부주의로 인해 사고가 대부분이다.

‘부탄가스 강국’인데…안전장치는?

휴대용 부탄가스는 전 세계에서 연간 약 5억 개가 사용된다. 이 중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4억8000만 개이며 동남아시아, 미국, 러시아 등지에 수출하고 있다. 그렇기에 휴대용 부탄가스 세계 시장 점유율도 80% 이른다. 여기에 국내에서 사용되는 휴대용 부탄가스는 연간 2억 개 정도이다. 그야말로 우리나라는 ‘부탄가스 강국’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의 휴대용 부탄가스 제조업체는 총 6개사가 있다. 태양산업, 세안산업, 승일, 대륙제관, 원정제관, 화산, 대성산업 등이 경쟁체제를 이루고 있다.

국내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는 태양산업의 경우 현재 제조하는 휴대용 부탄가스에 안전장치를 부착하지 않고 판매하고 있다. 

안전장치를 부착한 휴대용 부탄가스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CRV방식을 사용하는 대륙제관은 15%, RVR방식을 사용하는 원정제관이 5%, 스프링식 안전장치 사용하는 화산이 2% 정도다.

   
 

안전장치 부착 의무화 움직임

가스안전공사는 휴대용 부탄가스 사고와 관련해 2007년부터 사고예방과 관련한 해결책을 찾아왔다. 그리고 2010년부터 본격적인 휴대용 부탄가스 안전장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2013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교통대학교에 휴대용 부탄가스 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안전성 향상을 위해 연구를 의뢰했고 화산의 스프링식 안전장치와 대륙제관의 CRV(Countersink Release Vent) 방식의 안전장치가 장착된 휴대용 부탄가스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실험방법에 대해 실제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고조건보다 가혹하다는 의견도 있었으나 스프링식 안전장치는 화재나 주변의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예방하는 효과를 보였고, CRV는 폭발을 예방하는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두 제품 모두 100%안전에 대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지적됐다.

한국교통대학교 백종배 교수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스프링식과 CRV 모두 훌륭하다. 안전에 기여한다. 그러나 안전을 확보하는데 있어서 CRV는 폭발을 예방하고, 스프링식은 화재나 열을 예방하는 각각의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조금 더 보완되고 실증실험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이동식 가스레인지에 대한 안전 확보도 같이 이루어진다면 가스 사고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휴대용 부탄가스의 폭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안전장치 부착 의무가 없어 실질적인 사고 예방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국내 휴대용 부탄가스 시장 현황을 비춰보면 안전장치를 부착해 제조하고 있는 업체들의 점유율이 상당히 낮다. 즉 점유율이 낮은 업체에서 안전장치를 부착한 제품을 생산함으로 안전장치 부착을 의무화하면 이 업체들의 점유율이 오르고 시장 지배도 수월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업계 1위인 태양산업이 굳이 부탄가스 안전장치 의무화에 앞장 설 필요도 없고, 태양산업으로서는 생산설비를 바꿔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휴대용 부탄가스 안전장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에 의해 2013년 6월10일 발의됐지만 이 법안은 현재 2년째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명수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매년 부탄가스로 인해 인명사고가 난다. 전체 가스 사고 중 20% 정도로 분명 적지 않은 사고 발생률이다”며 “미국에는 UL이라는 안전기준이 있는데 국내에는 없어 휴대용 부탄가스에 대한 안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발의한 법안”이라며 “법안에 상정을 결하는 여·야 간사들을 만나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재 본부 산하 가스안전공사의 주관으로 휴대용 부탄가스와 함께 휴대용 가스레인지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어 계속 진행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본지>는 태양산업 측에 안전장치를 부착한 휴대용 부탄가스를 생산할 계획이 있는 지 입장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최근 발생한 제조공장 화재 사고 복구에 힘쓰고 있어 취재에 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이유로 답변을 받지 못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