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오늘날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술 사조인 인상주의는 ‘벽지보다 못한 그림’이라는 조롱과 혹평으로 시작됐다. 작품의 온화한 이미지와는 달리, 당시 인상주의는 기성 예술계에 대한 저항을 지향하는 회화운동이었다. 아카데미를 비롯한 기성 예술계로서는 고전에 대한 소양도 없고 데생 솜씨도 부족하며 하찮은 일상을 소재 삼아 그리는 인상주의 회화를 인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미술계에 들이닥친 이 ‘전위운동’은 쏟아지던 야유와 조소를 딛고 10여 년간 여덟 차례의 전시를 감행하며, 세계 미술시장을 뒤흔드는 ‘예술의 혁명’이 되었다. ≪미술관 옆 카페에서 읽는 인상주의≫는 바로 이 인상주의의 여명과, 그들을 낳은 시대인 근대를 살피는 책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그림 안에 문학, 역사, 신화 등 어떤 의미를 집어넣으려 하는 기존의 풍토에 반발해, 그림을 순수하게 그림으로서만 즐기고 싶어했다. 자신들이 지금 보고 있는 햇빛 아래의 자연과 거리와 사람들을 그림으로써 즐거움을 주고 싶었고, 화면에 떠도는 분위기를 그저 음미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는 그들이 체험하고 있던 근대사회를 그대로 캔버스에 옮기는 결과를 낳았다. 즉, 아무런 의미도 주장도 담지 않으려 했던 인상주의 화가들의 화면에 역설적으로 ‘근대’가 고스란히 담기게 된 것이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인상주의를 개괄하는 예술서지만, 근대사회를 읽을 수 있는 역사서이기도 하다. “회화는 ‘보는’ 것보다 ‘읽는’ 쪽이 먼저”라는 감상법을 제기해온 작가 나카노 교코는 이 책에서 인상주의에 특화하여 근대 역사를 이야기하는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남긴 작품들을 통해 당시의 정치적 상황, 시민사회의 성장, 노동자와 여성의 삶 등을 엿볼 수 있다.

인상주의를 비롯해 회화 감상을 위한 아무런 예비지식도 없는 사람들까지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 책은, 미술관 데이트를 앞두고 있는 당신을 구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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