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차 붕괴 후 현장사진 (사진제공= 유가족)

유가족 “LH공사, 담벼락 1차 붕괴 후 복구 공사 수차례 요구했지만 미뤄”
유가족 “아버지, 공사현장 둘러보다 추락사… 당시 현장에 안전가림막 미설치”
LH공사 “사실관계와 사망 원인 파악 중… 경찰 수사 기다릴 것”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지난 1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LH공사 소유의 집 담벼락 공사 현장에서 80대 노인이 추락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유족은 LH공사 측이 안전가림막도 없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해 사고를 불러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유족이 사망 사고 발생 전부터 수차례 공사현장의 안전관리에 힘써줄 것을 요구했지만 LH 측이 이를 묵살해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다.

한편, LH공사 측은 이번 사고의 정확한 사실관계와 사망 원인 등을 파악 중에 있다.  

   
▲ 1차 붕괴 후 현장사진 (사진제공= 유가족)

“LH공사 측의 담벼락 공사로 인해 아버지 돌아가셨다”

<본지>에 제보한 정모씨에 따르면 지난 3월, LH공사는 정씨의 집보다 2~3m 높은 지대에 위치한 LH공사 소유 옆집의 담벼락 공사를 실시했다. 그런데 정씨의 아버지가 공사 현장을 둘러보던 중 추락사했다고 유가족은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LH공사 소유주택의 담장 개보수가 진행됐다. 하지만 정씨는 당시 담벼락에 조금씩 유격이 생겼고 이후 담벼락 아래 방향이 자신의 집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진행상황을 분필로 체크하던 정씨 측은 사고 위험성을 감지했다. 이후 올해 2월말경, 정씨는 소유자인 LH공사 민원실에 담을 다시 쌓아달라고 건의했다.  지대가 낮은 자신의 집으로 담벼락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이후 LH공사 방배동 4구역 담당자가 철거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하며 공사일을 3월 6일로 잡았다.

약속한 날짜가 되자 LH공사 하청업체 소속 인부 3~4명이 망치로 담벼락을 치는 방식으로 철거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정씨는 안전장치도 없이 망치부터 두드리는 것에 대해 위험한 상황으로 판단, 작업을 중지시켰다.

그는 담벼락의 유격이 상당히 진행돼 있는 상태였고, 인부들이 기울어진 담벼락 윗부분만 철거하기에 해당 공사를 중지시킬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고는 그때 발생했다. 정씨는 담 뒤편에 서서 작업 방식의 문제를 얘기하던 중 무너지는 담에 다리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큰 사고는 아니었으나 엉덩이 양쪽에 멍이 들었고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 문을 며칠 동안 닫아야 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씨는 “철거작업을 하면서 벽이 무너졌을 때를 대비한 안전장치도 없이 기울어가는 담을 망치로 쳐서 철거하는 모습에 기가 막혔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또 그는 담벽 붕괴 때문에 지층 창문이 파손되고 보일러 연통, 빗물파이프 등이 파손됐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집 난방과 온수공급이 중단돼 하루 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날의 붕괴사고 이후 불안해하던 정씨의 아버지는 하루 빨리 복구공사가 시작될 수 있게 공사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하라며 정씨를 재촉했다. 정씨는 “첫 붕괴사고 이후 LH공사 4구역 담당자와 하청업체에 전화해 복구 작업을 요청했지만 이들은 공사를 미뤘고 진행상황에 대해 듣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그가 여러 차례 작업을 요청하자 결국 복구시행일자는 4월 8일로 확정됐다. 하지만 해당 날짜가 됐음에도 아무도 현장에 오지 않자, 이에 화가 난 정씨는 다음 날 하청업체에 전화했다. 그러자 하청업체 관계자는 ‘1차 붕괴 사고는 당일 책임자’라며 급한 공사가 생겨 인부들이 다른 쪽으로 투입됐으니 다음주나 다다음주에 공사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고 정씨는 말했다. 하지만 LH공사 민원실에 전화해 담당자와의 통화를 기다렸으나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

공사가 늦어지던 어느 날, 추락사고는 4월 13일에 터진다. 이날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접한 정씨의 아버지는 무너진 담벼락을 둘러보기 위해 공사현장으로 나갔다. 

정씨에 따르면 당시 정씨 아버지는 오후 6시경, 자신의 집과 옆집 담벼락 사이인 곳의 2m 높이에서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후 옆집 세입자가 정씨 아버지를 발견, 신고해 119구급대원이 도착했으나 이미 정씨의 아버지는 숨을 거둔 상태였다. 

   
▲ 1차 붕괴 후 현장사진 (사진제공= 유가족)

정씨 “안전장비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

정씨는 당시 공사현장에 안전장비가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사가 한창 진행될 때, 안전가림막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그런데 아버지 사고가 난 뒤에는 안전가림막이 쳐져있었다”며 “철거 시작 전에 안전장치만 했었어도 붕괴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아버지가 이토록 허망하게 돌아가시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격분했다.

그는 “이 사고의 1차적인 책임은 LH공사에 있으니 공사 관계자들은 형사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씨는 도의적인 책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LH공사 측이 사고 이후 어떠한 답변도 없고 사과도 없는 상황”이라며 “자신들의 아버지가 이렇게 돌아가셨다면 그들은 어떻게 행동했겠나. 아마 피가 거꾸로 솟았을 것이다. 또 아버지가 공사현장에 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부실 공사에 대해) 일을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라고 분노했다.

심정을 묻자 정씨는 “현재 가장 힘들어하는 건 어머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어머니께서 나만 찾으셔서 하던 식당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아예 식당 영업을 포기한 상태”라며 “처벌 이전에 자신들의 실수로 한 생명이 사망했다면 도의적으로 사죄했어야 하지 않나. 이와 관련해 소송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1차 붕괴 후 현장사진 (사진제공= 유가족)

LH공사 관계자 “경찰 조사 중인 사안이라 언급하기 곤란”

한편, LH공사는 해당 사고에 대해 경찰 수사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LH공사 관계자는 “정씨 아버지의 사망 원인이 공사현장 때문인지 여부와 관련해 현재 경찰 수사를 기다리고 있다”며 “아울러 회사 내에서도 사실관계 파악에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안전장치 설치에 대해 이 관계자는 “공사 현장에 안전가림막은 없었으나 안전띠가 있었다”며 “당시 사소한 공사였고 인부들이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안전가림막을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1차 붕괴 이후, 담장 복구 공사를 신속히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그는 “계절적인 부분과 예산 한계로 인해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 같다”며 “예산이나 일의 경중 때문에 내부 직원들이 판단을 못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씨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현재 우리도 직접 유가족에게 이야기를 듣거나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 그래서 담당 차장이 진위여부를 확인하러 경찰서에 간 상황”이라고 밝혔다.

LH공사 관계자는 “당시 공사 현장은 출입구가 아니었고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씨 아버지가 공사현장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을 만한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 관계자는 “사실 우리 공사현장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우리 공사현장과 그 옆집의 경계 차이가 2m인데 그게 우리 땅이라고 할 수는 없다”며 “정씨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점이 우리 땅이라면 어떻게 액션(행동)을 취할 수 있었지만 사실 우리 땅이라고 볼 수 없는 지점이다. 추락 사인에 대해서는 수사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다른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으며 결과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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