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성완종 전 경남기업 사장의 죽음으로 촉발된 새누리당의 ‘부패게이트’가 성완종 전 사장이 두 번이나 사면 받은 ‘사면비리’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성완종을 두 번이나 사면해준 참여정부에 원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에서 주장하고 싶은 본심인 듯하다. 조금 더 나아가면 성완종 전 사장의 부모한테 가서 “이런 아들을 왜 낳았냐?”고 따질 기세다.

어떤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번 사건의 핵심과 본질은 성 전 사장이 폭로한 8명의 리스트 문제다. 이들을 최우선적으로 수사하여야 하고 수사를 하다가 곁가지로 다른 것들이 나오면 그것은 또 그때 가서 수사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지금 보수언론과 새누리당이 하는 행동은 뭔가?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고, 선거 전(前)불리한 형세를 어떻게든 덮으려고 물 타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치졸할 수 가 없다. 한국정치의 가장 큰 폐단인 ‘정치 불신’과 ‘정치 혐오’를 집권당이 앞장서서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이놈도 나쁘고 저놈도 나쁘니 정치에 관심 끊으라. 우리가 알아서 다 해 먹겠다”가 아니고서는 이럴 수가 없다. 한 사람이 마지막 가는 길에 절절한 심정으로 내어 놓은 말을 거짓말을 일삼는 믿을 수 없는 증언으로 만들고 여러 차례 말 바꾸기를 한 사람들이 리스트에 등장한 인물들 아니가? 그렇다면 겸허한 마음으로 반성하고 수사에 협조해야 할 텐데, 이들이 소속했거나 몸담고 있는 집권당은 수사를 방해하며 물 타기나 하고 있으니 이 집단이 정치집단인지 사기집단인지 모르겠다.

야당 저격수를 자처하고 나선 새누리당의 권성동 의원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사면복권과 관련해 “당시 청와대(노무현 정부)가 사면복권을 주도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그 증거를 내어 놓고 야당이나 문재인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하는 것이 일의 순리이고 정치인의 도리이다. 그런데, 권 의원은 “증거는 있지만 대응을 어떻게 하는 것을 보고 내어놓겠다”라고 했다. 회유인가? 협박인가? 시정잡배도 이런 식으로는 하지 않는다. MB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이었던 같은 당 정두언 의원의 “MB핵심 인사가 성 전 회장 사면을 특별히 챙겼다”고 한 증언을 듣고 권 의원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성완종 전 의원은 어떻게 봐도 여권과 친밀한 인물이지, 야권과 친밀한 인물이 아니다. 친밀한 쪽에 자신의 일을 당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 아닌가? 그가 죽기 전, “노무현이라면 몰라도 박근혜와 이완구는 이럴 수 없어요. 내가 선거 때 해준 게 얼만데요”라고 한 말은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새누리당과 권성동은 이제라도 사태의 본질을 깨닫고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에 있다. 사태가 이 지경 까지 이르렀는데도 그 정당에서 배출한 대통령은 한술 더 뜨고 있는 것이다. 자기가 임명한 사람들이 줄줄이 부패스캔들에 연루돼, 의혹이 불거지고 있고 이 문제로 정가(政街)가 쑥대밭이 되고 있는데도 사과 한마디 없이 ‘남의 집 불구경’하는 마냥 ‘유체이탈식 화법’으로 “총리의 고뇌”운운하고 앉아 있다. 한국정치 수준의 민낯을 그대로 내보이는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릴 지경이다.

프랑스 철학자 알렉시 드 토크빌이 “모든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그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명언을 남겼는데, 우리국민 수준에 맞는 정부가 이 정도라면 이 나라에는 희망이 없다. 단언컨대, 지금 정부는 우리 국민의 수준보다 한참 아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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