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성완종 리스트 수사는 급물살, 정치권은 의혹 난무
의혹을 의혹으로 덮는 형국, 정신줄 놓으면 상황 끝

여야 모두 물타기에 폭탄돌리기에 열중한 상황
실체적 진실이 사라졌다...진실은 어디로 갔나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모두 성역 없는 수사를 주장하고 있다. 여야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검찰 수사든 특검 수사든 수사가 끝나고 나면 한쪽은 완전히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야 모두 자신이 살기 위해 폭탄돌리기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인사들의 소환이 임박해있다. 더욱이 정가에서는 일부 인사의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누구도 실체적 진실에 제대로 접근조차 못하고 있는 것이다.<편집자주>

【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경남기업 수사에 불만을 드러내면서 “나는 MB맨이 아니다”라고 항변하고 자살을 했다. 지난 9일 자살 직전 성완종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 육성 인터뷰를 했다. 그리고 자신의 호주머니에 메모를 남기고 사망했다. 성완종 전 회장의 자살 사건이 보도될 당시만 하더라도 성완종 전 회장이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한 이유에 대해 경남기업 수사에 대한 모든 의혹을 혼자 떠안고 가면서 경남기업을 보호하려 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그 분석은 단 하루 만에 뒤집히면서 정국을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 곳으로 내몰았다. <경향신문>은 매일 성완종 전 회장의 육성 인터뷰를 기사로 내보냈다. 이 기사를 통해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홍준표 경남지사 그리고 홍문종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이 폭로됐다. 더욱이 허태열 전 실장이 받았다는 금품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자금으로 사용됐고, 홍문종 의원의 경우 2012년 대선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내용이 폭로되면서 큰 충격을 가져왔다.

성완종 전 회장의 자살사건이 대선자금 이슈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경향신문 인터뷰 그 다음날 메모가 세상에 공개됐다. 유가족들은 검찰이 메모를 가져가서 아예 내놓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이에 검찰이 메모를 일부러 숨기기 위한 것 아니었나는 의혹이 제기됐다. 메모에는 허태열·김기춘 전 대통령실장 이외에 이병기 현 대통령실장과 서병수 부산시장, 홍준표 경남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그리고 이완구 국무총리와 홍문종 의원이 거론됐다. 일각에서는 이 메모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위한 것 아니었나는 분석이 나왔다.

성완종 진실은 어디로

그 이후 국회 대정부질문이 이뤄졌다. 이때 야당 의원들은 이완구 국무총리를 집중 추궁했다. 이 자리에서 이완구 국무총리는 숨진 성완종 전 회장과 친분이 없다는 식의 해명을 했지만 반나절도 안돼서 거짓해명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돈을 받은 일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비타500’ 박스를 통해 건넸다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비타500과 관련된 패러디가 난무했다. 뿐만 아니라 2013년 재보선 당시 부여선거사무소에서 독대한 일이 없었다고 해명한 것도 여러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거짓으로 드러났다. 급기야 쪼개기 정치후원금 논란까지 일어나면서 사퇴 압박이 있었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남미 순방 길에 앞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만나 귀국 후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사퇴시키겠다고 한 것이다. 여기에 새정치민주연합이 해임건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밝히면서 결국 이완구 국무총리는 사의를 표했다.

그 이후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지난 2006년 독일 방문 당시 비용 충당 논란과 성 전 회장과의 친분에 대한 거짓말 논란이 일었고, 홍준표 지사의 경우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면서 각종 구설수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상당한 위기에 내몰린 상황이 됐다. 궁지에 몰린 여권으로서는 4월 재보선의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이를 타개할 이슈가 필요했다. 그리고 그 이슈로 지난 2007년 성완종 전회장의 특별사면 배경에 대해 문제 삼았다. 성완종 전 회장이 2007년 특별사면을 받을 당시 뭉칫돈이 빠져나갔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새누리당은 이를 놓치지 않고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에 일어난 성 전 회장의 특사를 두고 의혹을 제기했다. 즉,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을 주도한 인물은 참여정부 청와대 인사이고 당시 청와대 대통령실장을 맡았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여야 물타기 공방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성완종 전 회장이 2007년 11월 당시 항고를 포기하게 된 점을 주목했다. 특별사면을 받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항고를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검찰도 포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특별사면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권성동 의원은 성완종 전 회장이 11월 당시 참여정부로부터 특별사면에 대한 언질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전형적인 물타기라고 주장했다. 참여정부 인사들은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 발표가 12월31일 국무회의의 재가를 받았는데 이명박 당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원회에서는 30일 인수위 명단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주목했다. 이 사실은 결국 이명박 당시 당선인 인수위가 사면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면서 이는 결국 이명박 당선인 쪽에서 특별사면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성동 의원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은 인수위가 요청했을 것이라고 새정치민주연합 주장에 힘을 보탰다.

이처럼 각종 의혹과 설이 난무한 가운데 참여정부 인사들은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성완종 전 회장의 특별사면을 물어보라고 주장했고, 이상득 전 부의장은 자신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24일 새벽 <한겨레>에서는 성완종 전 회장이 측근에게 2007년 사면은 이병기 현 청와대 대통령실장이 주도했다고 털어놓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이병기 실장은 자신은 당시 한나라당 산하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있었기 때문에 사면을 요구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더욱이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졌다. 권성동 의원이 참여정부의 청와대에서 특별사면을 주도했다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에서 일을 했던 정두언 의원은 성완종 전 회장의 사면에 대해 구체적인 것은 잘 모르지만 인수위 측에서 특별사면에 대해 요구한 것은 맞다고 주장했다. 당시 특별사면은 여야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하기 때문에 참여정부가 당선인의 인수위의 요구를 고려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권성동 의원은 정두언 의원이 사실관계를 제대로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은 권성동 의원이 당시 인수위에서 활동하지 않았지만 정두언 의원은 활동을 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더 자세하게 알고 있을 것이라면서 정두언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즉, 야당 최고위원이 여당 의원의 편을 들어주는 웃지 못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특별사면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과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특검이나 검찰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체적 진실이 제대로 밝혀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당시 상황을 대통령기록물에 기록하지 않는 이상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힘들다는 것이다. 게다가 진실의 열쇠를 쥐고 있던 성완종 전 회장이 이미 사망해 더욱 어려워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비슷한 양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체적 진실은 간데없고 온갖 추측만 난무하게 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특별사면 논란에 대해 누군가 나서서 명확하게 특별사면 주도자를 밝히기 전까지는 계속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것으로 예상된다.

역풍은 불 것인가

성완종 리스트의 또 다른 이슈는 특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4월 2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특검을 요구했다. 하지만 특검까지 가기에는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미 순방을 위해 출국하면서 특검 도입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특검 도입을 주장했다. 그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표도 특검 도입을 주장하면서 사실상 특검 도입은 불가피해 보인다. 더욱이 국민들 역시 특검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특검 내용과 방법 등을 놓고 여야가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현행 특검법 하에서의 상설특검이 아닌 별도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설특검의 경우 여야 추천 위원 각각 2명, 정부 추천 2명, 법조계에서 1명 등 총 7명의 추천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특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이다. 문제는 야당 몫이 2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집권여당 몫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특검이 추천되더라도 결국 박근혜 정부에게 우호적인 인사가 특검으로 임명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별도 특검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상설특검이 새정치민주연합 주도 하에 만들어진 법인데 새정치민주연합이 거부한다면 어불성설이라면서 비판하고 나섰다. 이렇듯 특검의 형식 등을 놓고 여야가 설전을 벌이면서 특검이 표류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성완종 전 회장이 남긴 장부에는 야당 의원들도 포함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검찰의 수사가 야권으로 옮겨갈 수도 있다. 그런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과 이완구 국무총리의 발언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번 기회에 우리 정치에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한번 완전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같은 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대단히 복잡하고 광범위한 측면에서 수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황교안 법무장관은 20일 국회에서 “정치권에서 오가는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이로 인해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범위를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과 이완구 총리 그리고 황교안 법무장관이 이런 발언을 쏟아내면서 마치 야권 인사들도 비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지적도 있다. 급기야 모 언론에서 야권 의원 7~8명이 연루됐다면서 C·K 의원을 언급했다. 이에 추미애 의원이 발끈하고 나서면서 법적 검토도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 주변이나 정치권 주변에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서 각종 의혹이 난무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의혹들을 언론이 더욱 부추기고 있는 모습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관계자의 말을 빌어서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의혹들이 쏟아져 나왔다. 종편의 경우 정치 패널을 통해 각종 추측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실체적 진실에 제대로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출발점은 성완종 전 회장의 육성 인터뷰와 메모였지만 각종 의혹이 덕지덕지 붙으면서 빠져나오기 힘든 미로 속에 갇히게 된 형상이다. 실체적 진실은 성완종 전 회장이 남긴 메모 속 8명이 과연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았는지 여부다. 그것에서부터 출발해 혹여 다른 정치인들도 돈을 받았는지 밝혀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각종 의혹이 난무하면서 물타기에 물타기를 하고 있다.

이런 물타기는 결국 보혁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돈을 받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보혁갈등으로 이어지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최종 목표는 이로 인해 흐지부지 끝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이 물타기라는 구름에 가릴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병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자금과 관련된 병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하고 이에 대한 치료를 정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3년 한나라당의 차떼기 논란이 일어났을 때에는 실체적 진실을 명확하게 밝힘으로써 정치자금법이라는 결과물을 낳았다. 그리고 그 정치자금법 때문에 그나마 깨끗해졌다. 이런 이유로 이번 성완종 리스트 파문도 실체적 진실을 명확하게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그래야만 깨끗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해서 계속적인 물타기가 시도되면 결국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는 조만간 검찰 특별수사팀의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고,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인물들의 소환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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