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선물’ 즐기는 사람들 늘어
디저트·공연·화장품·여행까지 가지각색
“취향과 기호 중심으로 소비 변화”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글과 사진이 쏟아지는 SNS 속에서 흔히 등장하는 사진들이 있다. 햇볕이 드는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여유롭게 찍은 사진 혹은 한 숟가락을 떠 입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버릴 것 같은 앙증맞은 디저트를 찍은 사진 등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진들이 수없이 올라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정답은 간단하다. SNS 속 사진을 눈여겨보면 이미 그 안에는 하나의 트렌드가 자리 잡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작은 사치’이다. 더 나아가 하나 둘씩 생겨나던 작은 사치를 부리는 사람들은 하나의 족(族)을 이루고 있다.

   
 

과하지 않은 가격의 ‘작은 사치’

어느새 우리 사회에는 카페에 가서 밥값보다 비싼 커피를 사먹고 식사는 싼 분식집에서 대충 때워도 디저트로는 그보다 값비싼 케이크를 먹는 소비 경향이 자리 잡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과하게 비싸지 않은 가격 수준에서 사치스러운 느낌이 드는 ‘작은 사치’를 하고 있는 것.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경기불황 속에서도 디저트 매출 신장률은 대폭 증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자사의 디저트 매출 신장률은 매년 두 자릿수를 기록할 뿐만 아니라 식품 전체 매출 신장률을 뛰어넘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디저트 매출은 지난 2008년 400억원 수준이었으나 2013년에는 900억원을 기록하며 2배 넘는 신장률을 보였다. 또한 취급 브랜드도 100여종에 이르는 등 디저트 시장 폭 또한 크게 확장되고 있다.

포미족, 나에게 선물하기

이렇듯 나를 위한 작은 사치를 부리는 소비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을 ‘포미족(FOR ME 族)’이라고 지칭한다. 2009년 처음 등장한 ‘포미’는 ‘건강(For health), 싱글(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알파벳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로 글자들이 합쳐져 ‘나에게 선물하기’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렇다면 포미족은 어떤 성향을 띠고 있을까. 이들은 개인적이고 자기만족적인 성향이 강하다. 또한 필요에 의한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기호에 맞는 소비를 한다. 이들은 소비를 함으로써 느끼는 만족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특히 경제력을 갖춘 20~40대 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포미족은 소비 트렌드를 변화시키는 강력한 소비층으로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

   
 

#. 충청남도 천안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20대 대학생 장모씨는 유명 스포츠용품 브랜드 나이키의 ‘조던’ 시리즈 신발을 모으는 것이 취미다. 수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나이키 조던화 제품은 시중 운동화 중에서도 높은 가격대이다. 싼 것은 20만원대부터 시작해 비싼 제품은 50만원을 웃돌기도 한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 자취 생활을 하는 장모씨는 별다른 수입이 없어 생활비를 절약하기 위해 김밥, 라면과 같은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일수지만 나이키 한정판 조던화를 사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나이키 한정판 조던화를 사기 위해서라면 판매 전날 구매 장소에 가서 노숙까지 불사하는 정도다.

이처럼 상품을 구매하며 자기만족을 찾는 것에 있어 40대 주부라고 예외는 아니다. 돈을 알뜰살뜰 모으기만 할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 서울특별시 마곡동에 사는 40대 주부 임모씨. 그녀는 장을 볼 때 100원이라도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마트에서 주는 팸플릿을 버리지 않고 모아 비교한다. 또한 우유 하나를 사더라도 조금이라도 더 싼 곳에서 사기 위해 집 앞에 있는 편의점이 아닌 10분 거리의 할인마트를 찾는다. 이렇듯 절약하는 것이 몸에 밴 그녀지만 화장품 앞에서는 태도가 달라진다. 그녀는 유명 브랜드의 화장품을 사는 것으로 자기만족을 느낀다. 직원이 새로 출시돼 좋다고 하는 화장품을 사기 위해서는 지갑을 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이들은 각자 살아가는 모습이 다르고 구매를 하는 품목 또한 서로 다르지만 물건 구매를 통해 행복함을 느낀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듯 작은 사치식 소비형태가 늘어나며 최근 사회 분위기는 절약을 통한 합리적인 소비보다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가 가치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공연 관람·여행·정서적 유대까지 형태 다양

포미족 중에서는 자기가치 제고와 여가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공연 관람, 여행 등을 통해 만족감을 느낀다.

   
 

#. 경기도 강화도에 사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일명 ‘공연 덕후’다. 그는 공연을 보는 게 밥 먹는 것보다 좋다고 말할 정도로 공연 관람을 통해 느끼는 행복감이 크다. 김모씨는 생활비, 교통비, 식비, 데이트비 등 돈 나갈 구멍이 수두룩하고 정해진 수입 내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아야 하는 처지지만 매주 주말 꼬박꼬박 공연을 보러간다. 그는 평소 밥을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공연을 보기 위해 우선 월급이 들어오면 공연비를 빼놓은 뒤 나머지 돈을 가지고 생활을 이어나간다. 그가 관람하는 공연은 보통 4~5만원 선이지만 매주 가기 때문에 매달 20~30만원의 돈이 지출된다.

여행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고 만족감을 느끼는 여행족들도 늘어나고 있다.

#. 경기도 부천시에 사는 30대 프리랜서 박모씨는 수입이 생기면 어김없이 해외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통장잔고를 채우는 것보다, 집을 마련하는 것보다 여행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을 더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갖고 있는 신용카드는 여행비를 할부로 지출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인다. 수입이 조금만 생겨도 각종 여행용품을 사느라 바쁘다. 지도에 자신이 방문한 곳을 체크하며 흐뭇한 미소를 짓기도 한다. 박씨의 부모님은 이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시지만 박씨는 인생의 즐거움과 깨달음은 여행에서 온다고 굳게 믿고 있다. 지금도 그는 각종 여행, 숙박사이트를 서핑하며 다음 여행지를 고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14 해외여행 실태 및 2015 해외여행 트렌드 전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지난해 해외여행 횟수는 평균 1.9회로 2013년 1.2회보다 0.7회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최근 4년간 연도별 해외여행 평균 횟수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올 1월 해외여행객 수는 전년동월대비 24.9% 증가한 183만4500여명을 기록하는 등 여행족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 정서적인 유대를 늘리는 것에 투자하는 소비 패턴을 보이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 서울시 마곡동에 사는 20대 직장인 이모씨는 반려동물인 몰티즈에게 돈을 투자하며 행복함을 느낀다. 그녀는 평소 만원 짜리 옷을 살 때 수없이 고민하고 교통비를 줄이기 위해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는 것을 추구하지만 반려동물에게 간식, 옷, 인형 등을 사주는 것에 있어서는 과감하다. 이모씨는 반려동물에게 새 옷을 입히고 반려동물이 맛있는 간식을 먹고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어든다. 그녀는 자신이 쓰는 샴푸를 살 때는 반값할인, 1+1 상품을 사지만 반려동물이 쓰는 샴푸는 최고 좋은 것으로 구매한다. 또한 아플 때도 웬만하면 병원에 가지 않지만 반려동물이 아프면 바로 병원에 데려간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약 1조 43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또한 우리나라 반려동물 관련시장은 매년 2자리 수 이상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반려동물 관련 산업 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약 6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용품을 생산·유통하는 업체와 서비스 업체들은 점차 대형화, 전문화, 체인화 될 것이며 이와 관련한 시장은 더욱 고급화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용품과 서비스 등도 점점 더 차별화, 고급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몇 년 전까지도 볼 수 없었던 유기농 간식과 특화된 수제 간식 등 식품뿐만 아니라 애완견 유치원이 생겨나고 심지어 애완견 장례식도 생겨나는 등 반려동물과 관련한 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나를 위한 투자 더욱 증가할 것” 

   
 

이처럼 소비패턴과 관련해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결국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현대의 소비 경향이 앞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은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러한 트렌드가 생겨나게 된 배경에는 소득 증가를 빼놓을 수 없다”며 “나를 위한 투자를 하는 경향은 일부에 국한되는 것을 넘어서 전체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소장은 “과거 가족을 중시했던 중·장년층은 나이를 들어감에도 가질 수 있는 활력을 추구하면서 멋스러움에 눈을 떠 화장품, 옷에 대한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며 “또한 가족을 신경 쓸 필요 없는 싱글족들은 더욱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는 브랜드와 가격에 따라 소비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취향과 기호를 중심으로 한 소비가 이뤄진다”며 “럭셔리 품목으로 정해져있던 보석, 자동차, 명품 등 고가 중심의 소비는 자기만족을 위한 커피, 칵테일, 디저트, 수집, 여행 등 다양한 형태의 소비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이 같은 소비 트렌드는 계속될 것”이라며 “이는 앞으로는 더 다양화 돼 기호와 취향에 따른 길드(guild)가 사회적으로 만들어 질 것이다. 이에 따라 같은 길드 속에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며 그들 간의 연대의식도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과거 한국사회가 유행이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기준을 중심으로 소비가 많이 좌우됐던 것과 달리 지금은 자신의 만족을 소중히 여기는 트렌트가 사회적으로 자리 잡힌 것은 긍정적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다양한 소비 형태를 띠며 긍정적인 미래가 예측되고 있는 ‘나를 위한 투자’를 하는 트렌드가 앞으로는 또 어떠한 새로운 모습을 보이며 변화하게 될지 기대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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