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최근 ‘한국종교문화연구소’라는 학술단체로부터 온 뉴스레터에 「지극히 사적인 연대기 또는 비망록」이라는 제목의 글이 전달됐다.(이 글은 조만간 ‘한국종교문화연구소’ 홈페이지-www.kirc.or.kr-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의 내용은 교수 한 분이 자신의 은사들을 추억하면서, 은사들과 같은 나이에 자신은 어떤 연구를 했는지 반성하고, 은사 한 명 한 명과의 일화, 혹은 은사 자체를 추억하는 것이었다. 원로, 혹은 이미 고인(故人)이 되신 종교학자들의 종교학에 대한 자세와 연구 방식까지도 알 수 있는 감동적이면서도 재미있는 글이었다.

그런데 이 글을 쓰신 교수께서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본인 스스로도 누군가에게 존경받는 선생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 글을 쓴 교수께 몇 차례에 걸쳐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다. 수없이 많은 선행 연구를 검토하고, 외국의 연구 동향을 파악해야 되는, 필자에게 매우 혹독하고 버거운 과정이었다. 무엇보다도 수업이 끝날 때마다 스스로의 나태함과 모자람을 느끼면서 한없이 스스로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을 지나면서, 그 힘든 수업은 연구하는 것의 즐거움을 자극했으며, 나의 학문적 관심을 다시 한 번 검토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때의 경험은 지금까지의 연구에 큰 원동력이 되었으며, 필자 스스로 ‘난 갈길이 아직 멀다.’라고 각성하게 만든다.

특히 전통시대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원문 해독 능력과 이것을 위한 언어 능력을 부단히 수련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영어, 일본이, 중국어 정도가 아니다. 기독교를 연구하려면 희랍어나 헬라어, 불교를 연구하려면 팔리어나 한자를 독해할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1차 자료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교차 연구를 강조하셨다. 모두 제대로 연구하려면 해야 되는 일이지만, 할 엄두가 나지 않는 작업들로서, 그 작업을 하지 못하더라도, 연구자로서 성실성과 폭넓은 시야, 그리고 근성을 가져야 한다는 원칙을 상기하게 만들었다.

본 지면을 통해서 필자가 정작 말하고 싶은 것은 그 교수께서 보여주신 선배로서, 교수직에 있는 분으로서 보여준 자세였다. 자신의 연구 성과나 뛰어남을 홍보하기보다는 그 과정을 만들어준 은사에게 공을 돌렸다(아마 그 분이 아니더라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랑을 늘어놓을 순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상찬(賞讚)을 받은 은사들의 업적도 드높여주었다. 그리고 그 글을 읽은 순간 필자는 스스로를 반성하게 되었고, 그 글을 쓴 교수에 대한 존경심이 더 높아졌다.

가정의 달이자 누군가의 은혜에 감사하는 일이 많은, 그리고 5.16, 5.18,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 등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한 획을 그은 역사적 사건이 많은 5월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연장자나 한 조직의 장은 잘못해도 상관없고, 그보다 나이 어린 사람이나 그 조직의 조직 구성원이 그것을 비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엄연한 이중잣대다. 그리고 결국 ‘내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은 나이 많은 것 밖에 없다.’는 부끄러운 고백에 불과할 수도 있다. 결국 이것은 ‘내가 ○○인데 감히’라고 되레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권위를 깎아먹는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5월이 ‘가정의 달’이라는 측면을 고려했을 때, 저런 이중잣대나 연장자가 우월하다는 사고방식은 ‘내가 가장인데 감히’, ‘내가 선생인데 감히’, ‘내가 조직의 장(長)인데 감히’, ‘내가 연장자인데 감히’라는 사고방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5월이 ‘역사적인 사건이 많은 달’이라는 측면에 비추어 보면 역사의 왜곡을 통해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고, 그 기득권을 통해 논리적 비판을 하고, 진실을 말하는 세력을 사회나 국가의 전복 세력이라고 낙인찍고 탄압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그 과정이 실제 우리 현대사에서 오랫동안 이어졌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누군가의 비판에 대하여 그것에 대하여 발끈하기보다는 자신의 행적을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아울러 나이 어린 사람이나 한 조직의 조직원 역시 나도 언젠가는 나이를 먹고, 한 조직을 이끌 리더가 될 수 있으며, 그 때 속칭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지금부터라도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는 연습을 해야 될 것이다.

『논어(論語)』의 「안면편」에 “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글귀가 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고,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신하나 자식에게만 신하나 자식다움을 강조하기 이전에 그 전에 임금과 아버지가 그 역할을 다 해야 된다고 논어에는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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