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면세점 시장, 매년 급성장…요우커 영향
경쟁 7개사, 전략·사업지 선정 총력 다해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경쟁의 열기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면세점 유치전 결과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에서 최고라고 손꼽히는 유통업체들 모두 면세점 쟁탈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승부에 사활을 건 참가 기업들은 고심 끝에 입지를 선정한 후 입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각자의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 내로라하는 기업 오너들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인 만큼 어떤 기업이 면세점 입찰이라는 황금티켓을 거머쥘지에 대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면세점 입찰 경쟁 치열, 왜?

이번 승부에 뛰어든 기업은 7개사로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현대백화점-중견·중소기업 연합, 한화갤러리아, 신세계, 롯데호텔, SK네트윅스, 이랜드 등이다.

관세청은 오는 6월 1일까지 신청을 받아 7월 중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서울 시내에 만들어지는 신규 면세점은 총 3곳으로 2곳은 대기업에, 1곳은 중소기업에 돌아가게 된다.

서울에서 면세점이 추가로 개장하는 것은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약 15년 만이다. 때문에 서울시내 새 면세점을 유치할 두 자리를 두고 대기업들 간의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업체들이 이번 면세점 사업을 따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10년 4조5000억원, 2011년 5조3000억원, 2012년 6조3000억원, 2013년 6조8000억원, 2014년 8조3000억원으로 매년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면세점 시장이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외국인 관광객, 그 중에서도 중국인 관광객인 ‘요우커’의 공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요우커 증가 추이는 매년 큰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찾은 요우커는 지난 2010년에는 187만명이었으나 2014년에는 600만명을 넘는 613만을 기록했다. 이는 2013년 423만명에 비해 무려 41.6%나 증가한 수치다.

올들어 현재까지 중국인 관광객은 51만5000명을 기록, 전년 대비 21.6% 증가하며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 매년 관광객 규모가 크게 증가하는 것에 힘입어 면세점 시장 규모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장기 불황과 소비침체로 유통업계가 침체된 가운데 면세점은 유통업체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이기에 업체들은 더욱 이번 면세점 입찰 경쟁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합심, 신의 한수

6월 초로 예정된 면세점 사업권 신청 마감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오자 기업들은 저마다의 경쟁 전략과 사업지 선정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먼저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이 손을 잡고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다.

두 회사는 입찰 전쟁에서의 승리를 목표로 두고 공동 출자를 통해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했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1월 기자회견을 통해 용산 아이파크몰을 사업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미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어 마땅한 부지가 없던 호텔신라는 현대산업개발과 함께 하며 부지확보 문제를 해결했다.

또한 현대산업개발은 그 동안 면세사업 운영경험이 없던 터라 범삼성가인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과 범현대가인 현대산업개발 정몽규 회장의 합심은 ‘신의 한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현대산업개발이 운영하는 아이파크몰은 영업면적만 연면적 28만㎡의 국내 최대 규모로 4개 층으로 구성돼있다. 또한 관광버스 100대가 한 번에 주차할 수 있는 규모의 주차장도 확보하고 있다.

두 회사는 백화점·영화관·마트 등 인프라와 용산역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는 강점을 갖춘 아이파크몰에 연 면적 1만1000㎡ 이상의 국내 최대 규모의 면세점을 지을 계획이다.

현대百, 중소기업과 상생 내세워

또 다른 범현대가인 현대백화점그룹의 정지선 회장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전략으로 내세웠다.

관세청에 따르면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심사 평가 기준은 관리역량 (250점), 지속가능성 및 재무건전성 등 경영능력 (300점), 관광 인프라 등 주변 환경요소 (150점), 중소기업 제품 판매실적 등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 (150점), 기업이익의 사회 환원 및 상생협력 노력 (150점) 등이다.

이에 따라 경제·사회 발전 공헌도와 상생협력의 노력과 관련한 항목 점수가 300점에 달하며 중요한 요소인 만큼 현대백화점그룹은 중견·중소기업과 연계해 설립한 합작법인 ‘현대DF’를 통해 해당 항목에서 우세한 점수를 받는 것을 노리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구체적으로 모두투어네트워크, 앰배서더호텔그룹인 서한사, 인천지역 공항·항만·시내면세점을 운영 중인 엔타스듀티프리, 개성공단과 크루즈선에서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아산, 패션·잡화업체인 에스제이듀코, 제이앤지코리아 등과 연합했다.

또한 현대백화점그룹은 시내면세점 입지로 삼성동 무역센터점을 선정했다. 현재 많은 경쟁사들이 강북을 선택한 상황에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입지 선정에 있어 강남을 선택하면서 차별성을 가지게 됐다.

이와 더불어 무역센터점 주변은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관광특구로 지정된 만큼 컨벤션 센터, 3개의 특급호텔, 카지노, SM타운, 코엑스몰, 백화점, 도심공항터미널 등 다양한 관광거리가 존재한다.

이 뿐만 아니라 협력사인 모두투어가 중국인 관광객 모집과 관련해 우세를 보이고 있는 점 또한 강점으로 손꼽힌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은 면세점 운영에 필요한 투자비 전액을 당사의 자본으로 조달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놓으며 입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한화, 국내 최고 문화쇼핑센터 꿈꿔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를 입지로 선택하면서 서울 서남권 지역의 관광 진흥 효과를 노리고 있다.

한화는 63빌딩을 부지로 삼아 면세점 입찰을 공략할 계획이다. 63빌딩 내에는 도심형 아쿠아리움, 회당 5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아트홀, 국내 최초의 밀랍인형 전시관인 왁스 뮤지엄 등이 있다.

이에 따라 면세점과 63빌딩 내 쇼핑·엔터테인먼트·식음료 시설 등을 연계해 국내 최고의 문화쇼핑센터를 꾸리겠다는 것.

또한 입지 위치 또한 강남도 강북도 아닌 여의도 쪽을 부지로 선정하면서 만약 입찰에 성공할 경우 명동과 종로 등에 집중된 관광객을 노량진, 선유도, 한강공원, 국회의사당 등으로 분산시키는 게 가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함께 김포공항과 15km, 인천공항과 55km로 두 개의 공항과 비교적 가까운 거리이며 교통과 도로 환경도 좋은 편이라는 것 또한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 본점 명품관 전체 내걸어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도 면세점 입찰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가 100% 출자한 별도법인 ‘신세계디에프’를 만들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신세계의 모태라고 불리는 본점 명품관 전체를 시내면세점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반드시 따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신세계그룹은 백화점 건물 전체를 면세점으로 변신시켜 세계적인 랜드마크 관광지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신세계 본점 명품관이 위치한 명동은 관광객 수요가 집중돼있는 만큼 본점 바로 옆 건물인 SC은행 건물에 고객 서비스 시설, 상업사박물관, 한류문화전시관 등을 배치해 관광객 편의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해당 건물의 위치는 명동과 남대문시장 사이에 있어 입찰에 성공할 경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쇼핑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을 인수하고 지난해 김해공항 면세점 개점, 올해 2월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성공 등 면세점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신세계그룹은 이번 입찰 경쟁에서도 승리해 이번엔 신세계 본점 명품관을 프리미엄 면세점으로 거듭나게 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롯데, 면세 사업장 2곳 허가 만료…입찰 적극적

면세점에 있어 업계 최강자라고 평가되는 롯데면세점은 아직 후보지를 검토 중이다.

롯데는 이미 서울 시내에 3개의 면세점을 운영 중이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은 지난해 1조9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또한 롯데면세점 잠실점과 코엑스점은 같은 해 각각 4820억원, 173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롯데가 어느 곳을 부지로 선정할 것인지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재 롯데가 후보지로 검토 중인 것으로 거론되는 곳은 신촌, 홍대, 동대문 등이다.

롯데는 올해 말 소공점, 내년에는 제 2롯데월드점의 면세 사업장 허가가 만료되는 상황이기에 이번 입찰에 있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SK네트웍스·이랜드도 가세

워커힐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SK네트웍스는 중구 동대문에 위치한 ‘동대문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를 시내면세점 최종 후보지로 결정했다.

SK네트웍스가 입지로 선정한 동대문은 24시간 쇼핑이 가능한 패션타운 관광특구로 지정돼있다.

또한 이곳은 세계적인 의류·패션사업 메카인 만큼 전통적인 재래시장과 복합 쇼핑몰이 공존할 뿐만 아니라 4개의 지하철 노선과 52개의 버스 노선, 2개의 공항 리무진 등이 지나간다. 이 때문에 뛰어난 접근성을 자랑하고 있다.

패션 유통기업 이랜드그룹도 뒤늦게 시내면세점 경쟁에 가세했다.

현재 중국 쉐라톤호텔, 제주 컨싱턴호텔 등 국내외에 24개의 호텔, 리조트를 운영 중인 이랜드그룹은 이번 면세점 사업권을 따낼 경우 호텔리조트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는 만큼 경쟁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아직 미결정된 이랜드그룹의 입찰 후보지로는 강남 뉴코아아울렛, 송파 NC백화점, 강서 NC백화점 등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처럼 각 기업들이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기만 하면 이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엄청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앞으로 경쟁의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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