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조항 담긴 약정서 체결 강요 의혹
도매업체협회 “불합리한 약정서 요구” 분노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신풍제약이 도매업체를 상대로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도매업체들에게 의약품 공급내역 자료를 제공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양자 간의 약정서에는 불합리한 조항이 가득해 도매업체들이 불공정 거래관계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

특히 신풍제약 유제만 대표가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아 질적 성장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과 다르게 이 같은 논란이 일게 되면서 앞뒤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월한 지위로 ‘을’들 울리나

최근 신풍제약이 한 거래도매업체와 맺은 약정서에 불공정한 조항이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신풍제약이 도매업체와 체결한 ‘의약품등 간납판매 약정서’에는 ‘신풍제약주식회사와 상거래에 있어서 신의를 바탕으로 상호간의 이익과 발전을 위해 다음과 같이 약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먼저 약정서의 제5조에는 ‘을이 심평원에 제출하는 의약품 공급내역 전산자료의 전월분을 가공없이 갑에게 제공하기로 합의한다’고 기재돼 있다.

이 같은 조항을 둔 이유로는 ‘갑이 공급하는 품목의 기준가 보호와 유통질서 확립을 위해서’라고 나와 있으나 도매업체들은 해당 조항이 불공정하다는 입장이다.

도매업체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제출하는 의약품 공급내역 자료는 각 도매업체들의 영업 기밀이기에 이를 제출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갑의 횡포라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

이와 함께 해당 문건은 영업 기밀에 해당되는 것이기에 이를 요구하는 것은 영업침해 행위도 속한다는 지적 또한 제기되고 있다.

도매업체들은 해당 약정서의 다른 조항들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해당 약정서의 제2조를 보면 ‘을은 갑에게 약정된 품목 및 을이 납품할 개별 요양기관에서 발주된 품목 및 수량에 한해서만 갑에게 주문해야 하며 만약 제2조 및 제4조의 내용에 대해 을이 위배했을 시 갑은 본 약정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신풍제약이 일방적으로 약정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은 도매업체들의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조항일 수밖에 없다는 것.

또한 약정서의 제4조에는 ‘갑의 위약금 청구 금액은 을이 유출한 품목의 기준가 합산금액의 3배’라고 기재돼 있다. 이와 더불어 ‘금액은 즉시 현금으로 배상해아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조항들로 인해 도매업체들은 지나친 부담감을 가질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해 갑질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애초에 거래 약정서에 제약사를 ‘갑’, 도매업체를 ‘을’로 명시하는 자체가 도매업체를 종속된 관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처사라는 지적 또한 나오고 있다.

도매업체협회 “영업기밀 내놓으라는 얘기”

도매업체협회 한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의약품 공급내역 자료는 도매업체들의 영업기밀”이라며 “이를 제약사가 요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분노했다.

이 관계자는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의약품 공급내역 자료를 심평원에 제공하는 것 자체도 껄끄러운 일인데 이를 일개 업체가 요구한다는 것은 갑의 횡포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를 요구하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며 “해당 자료에는 통계가 나와 있는데 제약사가 당사의 제품에 대한 유통관리를 하기 귀찮아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일 수도 있고 물품을 제대로 공급했는지 추적해 책임을 묻기 위해서 요구하는 것 일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떠한 이유가 됐든) 제약사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당사의 영업에 필요한 부분을 도매업체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관계자는 “일방적인 계약 해지, 현금 배상과 규정도 매우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약정서에 사인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제약사의 약정서가 불공정하다고 생각돼도 도매업체들은 물품을 공급받는 데 지장을 받는 것이 두려워 선택의 여지없이 제약사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질적 성장’ 하겠다더니…헛구호에 그치나

이와 같은 상황은 올해 초 신풍제약 유제만 대표가 밝힌 포부와는 달라 더욱 비판을 받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넘긴 유 대표는 지난 3월 27일 개최된 제 2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장기적인 발전 전략을 수립하고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아 질적 성장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질적 성장’을 주도하겠다는 포부와는 다르게 이 같은 논란이 일게 되면서 말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신풍제약이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갑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논란의 파장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신풍제약 홍보실 관계자는 이번 갑질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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