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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초등학생이 쓴 시집 <솔로강아지>의 ‘학원 가기 싫은 날’의 내용이 잔혹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시를 살펴보면 “학원에 가고 싶지 않을 땐/ 엄마를 씹어 먹어/ 삶아 먹고 구워 먹어”등의 내용이 들어가 있다. 특히 시의 시각적 효과를 얻기 위해 삽입된 그림은 한 여학생이 입 주변에 피가 묻어있는 채 심장을 물어뜯고 모습을 담았다.

해당 내용을 본 누리꾼들은 초등학생의 동시라고 보기에는 끔찍한 내용으로 표현의 자유의 한도를 넘어섰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해당 시를 보게 될 다른 아동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내고 있다.

비난 여론에 시집 전량 회수 및 폐기

<솔로강아지>를 발행한 출판사 가문비의 한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전체적으로 작품성과 예술성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고 출간하게 됐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시 같은 경우에는 편집 과정 때 제외하려고 했었다”며 “하지만 작가와 부모님이 강력하게 반대했고 시집의 전체적인 맥락을 봤을 때 수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제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논란이 되고 있는 시의 내용이 도덕적인 잣대와 상식적인 잣대로는 이해 할 수 없겠지만 작가의 표현에 대한 욕구와 자유, 그리고 시 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표현했기 때문에 출판사에서는 ‘학원 가기 싫은 날’을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솔로강아지>의 대상 독자가 어린이였다는 것을 저희가 간과했고 실수한 점에 대해서는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출판사는 <솔로강아지>에 대해 5월 5일 도서 전량을 회수하고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작가의 부모도 당초 법원에 폐기 금지 가처분신청을 했지만 취하했다.

논란에 중심에 서 있는 <솔로강아지> 작가 A(10)양의 어머니인 김바다 시인(42)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출판사에서 ‘학원 가기 싫은 날’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학원 가기 싫은 날’의 의미가 나와 아이에게도 컸기 때문에 삭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바다 시인은 “원래 아이가 엽기와 호러물을 좋아해 2년 정도 ‘전설의 고향’과 ‘여고괴담’ 같은 호러물을 함께 봐왔다”며 “처음 내가 ‘학원 가기 싫은 날’을 봤을 때도 너무 엽기적이었다. 그래서 우리나라 최초로 세계 최초로 엽기 호러 콘셉트를 잡은 동시집을 내자고 아이에게 제의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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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전문의 “사이코패스? 잘못된 생각”

특히 ‘학원 가기 싫은 날’에 대해 상당수의 누리꾼들은 작가인 A양에 대해 ‘사이코패스’, ‘패륜아’ 라며 비난하고 있지만 전문가의 입장은 이와 다르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윤병문 원장은 “A양의 나이와 시 한편을 가지고 사이코패스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실제로 사이코패스들은 평상시에 다른 사람을 계속 괴롭히고 자기 위주로 행동하며 도덕적인 기준이 낮다”며 “이러한 기질이 어렸을 적부터 보인다면 최소 19세 정도 돼야 확인해 볼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윤 원장은 “시라는 것은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데 시 내용을 가지고 사이코패스라고 확정 짓는 행위는 잘못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과열된 사교육 반영한 동시

김재욱 국문학 박사는 “시 내용 자체가 상당히 섬뜩했다. 하지만 이건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일 뿐이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까지 효를 굉장히 중요시하고 부모를 건들이면 안 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실은 어둡고 깜깜한데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시만 쓰라고 강요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시를 읽고 눈살을 찌푸릴 수 있겠지만 작가의 인격을 무시하고 패륜이니 사이코패스라고 하는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문학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졌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라고 생각한다”며 의견을 제시했다.

이은지 문화평론가는 “사교육이 과열된 사회에서 충분히 공감 가는 내용의 시 였다”며 “하지만 동시집과 어울리지 않는 삽화는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바다 시인은 취재 중인 기자에게 추가적인 글을 보내왔다. 이번 논란에 대한 글이었다. ‘시는 그저 시일뿐입니다. 아름답고 멋진 시를 많이 써 온 아이가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계속 응원할 겁니다. 이 시의 외피만을 본다면 그 본질을 놓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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