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염치(廉恥)
[칼럼] 염치(廉恥)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5.2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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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염치라는 단어는 청렴할 염(廉)과 부끄러울 치(恥)라는 한자가 합쳐진 합성어이다. 그렇다면 ‘염치’라는 단어는 청렴하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이라고 풀이될 수 있다. 그래서 사전에서 보통 ‘염치’라는 말은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뜻한다.

염치라는 단어는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쓰이는 단어이다. ‘염치 불구하고’라는 말이 관용적으로 쓰이기도 하고, 염치라는 말이 ‘얌치’라는 말로 변형되고, 그 후 ‘염치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의 ‘얌체’라는 말로 변형됐다. 또한 염치라는 한자 앞에 또 다른 한자가 붙어서 생긴 단어들도 있다. ‘가라앉다, 없다’라는 의미를 가진 몰(沒)이라는 글자가 앞에 붙어서 ‘몰염치(沒廉恥)’라는 단어가 생겼고, 아예 ‘깨뜨릴 파(破)’라는 글자를 붙여서 염치를 깨뜨린 사람이나 행위를 비판하는 ‘파렴치(破廉恥)’라는 단어도 존재한다.

이와 같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종종 사용하는 단어인 염치. 그런데 이 말은 관용적인 쓰임 이상의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관중(管仲)과 포숙(鮑叔)의 사귐’이라는 뜻으로 해석되면서, 아주 깊은 우정을 뜻하는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관포지교’의 주인공 관중은 춘추전국시대에 존재했던 제나라에서 명재상으로 손꼽히는 사람이다. 이 관중과 관련 있는 『관자(管子)』라는 서적이 있다.(이 책은 관중이 지었다는 설도 있고, 관중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관중이 죽은 후 지었다는 설도 있다.)

『관자』는 철학과 정치학에서도 매우 중요한 서적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윤대식 선생의 연구에 따르면, 『관자』에는 예(禮)에 따른 정치와 법에 근거한 정치의 공존을 ‘군주와 신민(臣民, 신하와 백성)’ 사이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법을 통해 보장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윤대식, 「예의(禮義)와 염치(廉恥)의 정치- 『管子』에 내포된 예법(禮法) 겸전」, 『동양정치사상사』, 한국동양정치사상사학회, 2013, 59쪽) 『관자』에서 염치는 정치인이 가져야 할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소개되고 있다. 『관자』의 「목민편(牧民篇)」에 “禮義廉恥 是謂四維(예의염치 시위사유)”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을 풀이하면 “예, 의, 염, 치. 이것들을 ‘네 가지 받침’이라고 일컫는다”고 해석된다. 이어서 『관자』의 「목민편(牧民篇)」에 ‘이 사유 중에 하나가 없으면 나라가 기울게 되고, 둘이 없으면 나라가 위태롭게 되며, 셋이 없으면 나라가 뒤집어지고, 모두 없으면 그 나라는 파멸을 면하지 못하게 된다’고 적혀있다. 그만큼 예의염치가 정치인이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정신은 조선시대에도 이어져 예의염치는 벼슬아치들에게 매우 강조된 덕목이었다.

『관자』라는 서적에서, 그리고 조선시대에 염치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소양이라고 상조됐는데, 비단 이것은 정치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 모든 사람들은 염치가 있어야 하는데, 특히 오늘날 국민들을 대신해서 정치를 대리하는 정치인들은 더더욱 염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염치’는 필자가 지난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편에서 강조했던 ‘특정 지위를 가진 사람의 자기반성과 비판의 겸허한 수용, 그리고 그 지위에 맞는 행동’이라는 것과도 연결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선생, 정치인, 언론인 등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되면서 자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은 하지 않고, 자신에게 오는 비판만 ‘어디서 감히’라는 말로 짓뭉개려고 한다. 혹은 ‘넓은 마음’, ‘대인배’ 운운 하면서 합리적 비판을 하는 사람을 ‘속이 좁은 소인배’로 몰고 가려고 하는 사람도 많다. 그 판단은 ‘지위와 상관없이’ 비판 받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 그 판단 이전에 자신이 한 행동부터 반성하고 그 지위에 걸맞은 행동을 한 다음에 할 수 있는 비판이다.

지난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6주기 추도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 씨가 김무성 대표를 비판했던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일부 수구 언론에서는 노건호 씨의 행동을 부적절하게 평가하고, 김무성 대표의 행보를 ‘대인배의 행보’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이 한나라당이던 시절 의원총회장에서 대통령 호칭을 생략하고 “노무현이를 지금까지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고, 지난 대선에서는 함부로 공개할 수 없는 1급 기밀문서인 정상회의록을 공개해서 선거에 이용했다.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은 NLL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한 적도 없다. 수구언론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행보는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수구 언론은 ‘배후’, ‘친노’라는 단어를 언급하고 있다. 다시 말한다. 노건호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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