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 소설가 박범신이 1999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침묵의 집》을 두 번에 걸쳐 전면 개작해 《주름》이란 제목으로 재출간했다.

2600매였던 분량을 줄여 2006년에 출간, 16년 만인 2015년에 결정적인 장면의 서술을 일부 수정하고 원고를 또 한 번 줄여 《주름》이라는 제목으로 재출간 한 것.

이 소설은 50대 남자의 파멸과 또 다른 생성을 그린 작품으로 한국을 지배하는 기형적인 모더니티에 대한 소설이다. 주인공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 옛 꿈을 다시 찾고자 고군분투한다.

소설은 한 남자와 여자의 만남으로 시작된다. 회사 자금담당 이사인 50대 중반의 주인공 김진영은 시인이자 화가인 천예린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김진영은 그녀를 만나고부터 지금까지의 삶은 헛것이었다며 간직해온 옛꿈을 다시 꾸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성과 사랑, 죽음과 자아에 관한 깨달음을 좇아 유랑을 감행하며 죽음을 향해 가는 시간의 주름에 관한 치열한 기록인 동시에 극한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박범신은 작가의 말에서 “나는 시간의 주름살이 우리의 실존을 어떻게 감금하는지 진술했고 그것에 속절없이 훼손당하면서도 결코 무릎 꿇지 않고 끝까지 반역하다 처형된 한 존재의 역동적인 내면 풍경을 가차 없이 기록했다”며 “평생 내가 잡고 싶고, 알고 싶었던 것은 바람이었고, 그리고 ‘시간의 주름’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문학평론가 김형중은 “《주름》을 읽는다는 것은 수천 수만 년을 읽는다는 말에 다름 아니겠다. 그리고 그 점이야말로 우리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행복이다”고 평했다. 432쪽, 1만3500원,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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