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패산 정상에서 바라본 오봉

언제였던가 싶을만큼 봄은 소리도 없이 지나가버렸다. 절기상 늦봄에 해당하는 5월부터 이른 더위가 시작되어 햇살은 따갑기까지 했다. 매년 5월 석가탄신일 연휴에는 지리산을 3일간의 일정으로 찾곤 했는데, 지리산의 산장예약이 복잡해지고 또, 산장예약이 안되면 비박도 가능하지 않아 이번 연휴는 지리산 대신 조용히 집에서 쉬면서 집수리(페인트칠등), 책정리, 옷정리, 장비정리 등으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세월의 흔적으로 얼룩지고 벗겨진 집 구석구석을 페인트로 칠하고 난 후 등산장비를 정리하다 보니 문득 산에 가고 싶은 발동이 걸린다. 지인들과 급연락을 취해 다음날인 일요일 사패산에 오르기로 했다.

   
▲ 안골계곡 초입

북한산국립공원의 북쪽 끝에 위치한 사패산(552m)은 동쪽으로 수락산, 서남쪽으로 도봉산을 끼고 있다. 도봉산과는 포대능선으로 연결되어 있고 사이에 회룡골 계곡이 있다. 의정부시 서쪽에 있으며, 양주시 장흥면에 있는 4km 길이의 송추계곡은 북한산국립공원 송추지구로 지정되어 관리된다. 사패산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선조의 6째 딸인 정휘옹주가 유정량(柳廷亮)에게 시집갈 때 선조가 하사한 산이라고 하여 붙은 것이다.

한동안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도봉산이나 북한산의 유명세에 가린 덕분에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다. 숲이 울창하고 계곡에 물이 풍부하고 깨끗하여 가족단위 휴양지로 인기 높다. 암봉이지만 도봉산의 날카로운 암봉과는 대조적으로 정상은 넓은 암장으로 되어 있고 거대한 제단 모양을 이룬다. 산행 기점은 양주시 송추계곡과 원각사계곡 2곳, 의정부시 안골계곡, 범골계곡, 회룡골계곡 3곳이 있는데, 어느 코스든 산행시간은 3~4시간 정도 걸린다. 계곡의 시원한 맛을 느끼면서 산행하려면 범골계곡, 안골계곡, 송추계곡이 낫다.

산행코스는 크게 4가지 코스로 볼수 있는데 다음과 같다. 

▲ 1코스 (원도봉탐방지원센터→덕제샘→망월사→포대능선→포대산불감시초소→회룡사거리→범골능선삼거리→사패산)는 4.4km로 약 2시간 30분 소요된다.
▲ 2코스 (망월탐방지원센터→원각사→쌍용사→원효사→포대능선→회룡사거리→범골능선삼거리→사패산)는 4.6km로 약 2시간 50분 소요된다.
▲ 3코스 (안말통제소→영산 법화사→사폐능선→회룡사거리→범골능선삼거리→사패산)는 5km로 약 3시간 소요된다.
▲ 4코스 (회룡탐방지원센터→회룡사→회룡사거리→범골능선삼거리→사패산)는 3.7km로 약 2시간 소요된다.   (자료제공: 의정부시)

   
▲ 이정표

우리 일행은 앞서 말한 코스와는 조금 다르게 안골계곡▶성불사 갈림길▶사패산 정상▶회룡골 사거리▶송추샘▶오봉탐방지원센터를 산행길로 택했다. 산행시간은 4시간 정도 소요될듯하다. 수원에서 버스를 타고 사당역에서 하차, 지하철 4호선을 타고 충무로에서 3호선으로 환승, 연신내역에서 하차하였다. 연신내역에서 의정부로 가는 버스를 타고 안골계곡 입구에서 도착하니 대략 2시간 가까이 소요된듯하다.

   
▲ 성불사 부근 연등

안골계곡 입구에서 일행들을 만나 계곡입구로 들어서니 낮은 슬래트 지붕의 집들과 작은 텃밭이 정겨운 마을이 나타나는데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이 든다. 고즈넉한 마을 길을 걷다보니 집들 사이로 토종닭과 오리백숙을 취급하는 식당들도 보인다. 안골계곡 입구에 들어서서 올라가다 보니 양옆에 우뚝선 가로수에 연등이 즐비하다. 계곡 중턱에 위치한 성불사에서 석가탄신일을 축하하며 이곳을 찾는 불자와 등산객의 복을 빌기 위해 마련된 것인가보다. 성불사까지는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서 가벼운 걸음으로도 올라갈수 있지만, 성불사를 지나자마자 가파른 계곡산행이 시작된다.

   
▲ 바위를 지탱하고 있는 나뭇가지

날이 가물어서인지 계곡물은 거의 말라있고 등산로는 마른 흙먼지가 풀풀 날리고 게다가 햇살도 뜨겁다. 문득 집에서 조용히 쉴 걸하는 후회(?)가 마구 밀려온다. 하지만 먼저 산행을 제안한 사람이 싫은 내색을 할 수는 없어 정상을 향해 묵묵히 발걸음을 옮겼다. 성불사에서 사패산 정상까지 대략 1km 밖에 안되지만 날이 덥고 건조해서인지 멀게 느껴진다. 정상이 가까워질 무렵 등산로 중간에 기이하게 서있는 큰바위가 있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에 담았다. 커다란 바위 밑으로 수많은 가느다란 나뭇가지들이 세워져 있는데, 마치 커다란 바위를 지탱하는것처럼 보인다. 아마 지나가는 등산객이 재미로 세워놓은 것을 너도나도 따라하다보니 그렇게 된 듯하다.

   
▲ 하산길 오목교

사패산 정상에 오르니 남쪽으로 오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시원스레 펼쳐진 오봉의 경치에 오르는 동안 느꼈던 후회가 사라져버렸다. 정상에 부는 산들바람을 맞으며 두팔을 벌리고 잠시 긴 심호흡을 해본다. 신선이 따로없다.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그늘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생각보다 코스가 짧은 것 같아 조금 더 산행을 진행할까 했지만 일행 중 힘든 분이 있어서 처음에 계획했던 것처럼 송추계곡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회룡골 사거리에서 송추쪽으로 내려오다 보니 새끼병아리처럼 보이는 새끼암꿩이 보인다. 어미꿩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 카메라 앵글을 맞췄지만, 낯선 인기척에 놀란 꿩 가족들은 후다닥 산쪽으로 자취를 감췄다.

   
▲ 새끼꿩

계곡 하류 쪽은 어느정도 물이 흐르고 있다. 계곡 물속에 물고기가 가득한걸 보니 물이 깨끗하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식당과 집들이 들어선 계곡 초입은 물도 더럽고 악취도 나는 듯 하다. 자연에 대한 배려가 아쉬운 대목이다. 하산한 우리 일행은 계곡 초입에 있는 두부요리 식당에서 뒤풀이겸 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하산길에서 본 꿩이라든지 민물고기들이 깨끗한 서식처에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자연보호에 더욱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송추계곡 입구

   
▲ 송추계곡 담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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