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리아 배달 오토바이 ⓒ투데이신문

도로 위의 무법자 배달원, 목숨을 담보로 달리는 이유는?
배달원 A씨 “‘20분 배달 보증제’ 실시…쉴 시간도 없어”
롯데리아, 매장별로 20~90분 배달시간 선택권 부여
청년유니온, 고용노동부 조사·가이드라인 필요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세계적인 피자브랜드 도미노피자는 1990년대부터 ‘30분 배달 보증제’인 ‘3082’ 즉, 30분 내로 빨리(82) 시스템을 운영했다. 여기에 30분 내로 배달하지 못할 경우 피자 가격을 2000원 할인해주고 45분이 지나면 무료로 고객에게 제공했다.

당시 일부 점포에서는 이러한 손실을 배달원에게 물게 했다. 이에 배달원들은 30분 내로 피자를 배달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 위에서 곡예에 가까운 운전을 해야 했다. 결국 ‘30분 배달 보증제’는 피자 배달원을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배달원의 안전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고 부정적인 여론에 의해 ‘30분 배달 보증제’는 20년이 되던 2011년에 그렇게 사라졌다.

하지만 ‘30분 배달 보증제’를 넘어 ‘20분 배달 보증제’가 롯데리아에 등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패스트푸드 배달원들을 다시 도로 위의 무법자로 만들고 있다고 호소하는 롯데리아 한 배달원의 목소리를 통해 이번 논란에 대해 살펴보았다.

“피크타임엔 한 시간에 6~7건 배달”

롯데리아 OO점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A씨. 그는 직장생활만을 통해 버는 돈이 적어 추가로 롯데리아 배달원으로 6개월째 일하고 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매장은 보통 10시간 기준으로 30~40건씩 배달 주문이 들어온다. 한 시간에 보통 3건 정도 배달을 하는 셈. 피크타임인 점심시간에는 보통 한 시간에 6~7건 정도 배달이 이뤄진다.

그는 “원래는 배달 시간이 30분이었는데 2~3달 전부터 20분으로 바뀌었다”며 “20분 내로 배달하는 것은 너무 힘들다. 4시간을 근무하면 30분 정도는 쉬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배달 상황은 매장 판매시점 관리기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배달대기, 배달중, 배달완료로 분류하고 있으며, 고객의 주문시간과 약속시간까지 표기한다.

   
▲ 배달 포스 사진. 20분 내로 배달을 완료해야한다 ⓒ투데이신문

A씨가 공개한 배달 5건의 현황을 살펴보면, 1번째 주문은 ‘주문시간’이 18시19분43초, ‘출발시간’은 18시22분22초, ‘약속시간’이 18시39분43초이다. 2번째 주문은 ‘주문시간’이 18시27분25초, ‘출발시간’은 18시29분07초, ‘약속시간’은 18시47분25초다. 3번째 주문은 ‘주문시간’이 18시29분35초, ‘출발시간’은 18시32분37초, ‘약속시간’은 18시49분35초다. 4번째 주문은 ‘주문시간’이 18시29분52초, ‘출발시간’은 18시32분37초, ‘약속시간’은 18시49분52초다. 5번째 주문은 ‘주문시간’이 18시31분43초, ‘출발시간’이 18시35분25초, ‘약속시간’이 18시51분43초다. 결국 고객 주문시간부터 약속시간까지 20분 내에 모두 배달을 완료하도록 표기하고 있다. 

A씨는 “20분 내의 배달 시간에는 햄버거와 치킨 등 음식 조리시간이 포함돼 있다”며 “그런데 치킨 같은 경우에는 조리하는데 10분 정도 걸린다. 결국 배달 라이더에게 주어진 시간은 10분 남짓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점포에서 배달이 가능한 거리는 직선으로 따졌을 때 보통 2km이다. 하지만 실제 길은 꾸불꾸불하고 골목을 누벼야 하기 때문에 4~5km 정도 된다고 A씨는 설명했다.

그는 “우리 매장에 라이더가 나밖에 없다. 만약 4군데서 주문이 들어오면 4건의 배달을 20분 내에 처리해야 한다. 이처럼 혼자서 여러 곳을 배달하려다 보니 마음이 급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배달원에게 안전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고 A씨는 토로했다. 그렇기에 헬멧 미착용, 인도주행, 신호위반 등과 같은 경찰 단속에 걸리기 쉽고 교통사고가 났을 경우에 라이더의 목숨은 장담하기 힘들다. 더욱이 경찰 단속에 걸렸을 경우에 내야 할 범칙금은 당연히 배달 라이더가 물어야 한다.

배달원에 대한 안전교육에도 문제점이 있다고 A씨는 주장했다. 그는 “배달원 안전 교육이 가장 바쁜 일요일로 돼있어 안전 교육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배달원이 배달 중 사고가 났을 경우 산재처리를 한 점포에 대해서는 점주가 본사에 교육을 받으러 가야하는 등 불이익을 받는다”고 말했다.

배달원이 배달 중 사고를 당할 경우 산재처리를 해주기는 하지만 해당 배달원은 점주에 의해 근무시간이 조금씩 줄어들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A씨는 지적했다.

롯데리아 “점포별 20~90분 배달시간 선택”

A씨의 주장에 대해 롯데리아 측은 “20분 배달제는 시행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본사에서는 각 점포에 20분~90분 정도 배달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해놨다”며 “고객 입장에서는 30분 안에 배달이 가능하다고 해도 ‘30분이면 너무 길다’고 해 점포별로 배달 시간을 선택해 할 수 있게 해놨을 뿐이며 강제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라이더가 배달 중 사고가 났을 경우 본사가 아닌 보험사로 바로 연락을 하게 돼있다”며 “산재처리를 했다고 해서 점포나 점주들에게 페널티를 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 “라이더 안전 교육의 경우 지난해 목요일과 일요일 중 선택을 통해 교육을 받게 했으나 현재는 분기별로 본사와 경찰·보험사를 연계해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매일매일 안전수칙 낭독을 통해 안전을 인지 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유니온 “배달시간 선택제, 본사 책임 회피 수단”

정준영 청년유니온 정책국장은 “본사는 점포가 자율적으로 배달 시간을 선택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배달 라이더가 사고를 당했거나 다칠 경우 본사에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배달 시간 선택제는 본사가 책임을 회피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배달 라이더들의 안전교육도 중요하지만 안전한 노동환경에 위해가 되는 ‘배달 시간제’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조사에 나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면서 “배달부들의 노동환경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롯데리아 매장 사진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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