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형 칼럼니스트
▸팟캐스트 <이이제이> 진행자
▸저서 <와주테이의 박쥐들> <김대중vs김영삼> <왕의 서재>등 다수

【투데이신문 이동형 칼럼니스트】국무총리 청문회가 끝이 났다. 여당은 국무총리 후보자를 감싸기에 급급했고, 야당은 2년 전 있은 법무부장관 청문회 때 나왔던 의혹 이상의 것을 내놓지 못했다. 황교안 후보자는 이전 국무총리인 이완구는 물론, 그전에 자진 낙마한 안대희, 문창극 후보자보다도 더 많은 도덕적 하자와 의혹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여파로 인한 국민적 무관심, 자료제출의 불성실 등의 수법으로 야당의 예봉을 피해갔다. 문제는 그가 가지고 있던 의혹들이 청문회에서 깨끗이 정리되지 않은데에 있다. 국무총리직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각종 제기된 의문점을 청문회에서 깔끔하게 해소하고 갔어야 하는데, 그는 무수히 많은 의혹들을 그대로 안고 “내 말만 믿으라”고 청문회 기간 3일 내내 고장 난 녹음기에서 나오는 소리만 되풀이 했다. 앞으로 있을 무수히 많은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들이 ‘황교안 따라 하기’에 나서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들 정도다.

황교안은 이전 후보자들과는 숫제 다른 방법으로 청문회에 임했다. 비난 여론이 쏟아져도 자신의 청문회를 대비해서 현직검사들을 파견형식으로 불러 올렸고 언론의 파상검증에도 의혹을 해명하기는커녕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며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정작 청문회가 열리자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던 황 후보자는 야당이 제시한 자료제출을 거부하며 ‘버티기 모드’로 들어갔다. 그가 국무총리의 자질이 있고 자격이 되는 사람이라면 청문회에서 스스로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그러나 황 후보자는 반대로 나갔다.

“내 의혹들을 당신들이 입증하라. 단, 자료는 줄 수 없다.”

오죽했으면 새정치민주연합의 은수미 의원이 자료 요구에 대한 황교안 후보의 자세에 대해 “우선, 자료 없다, 이것이 안 되면 사생활이다, 그래도 안 되면 의뢰인 보호, 여기서 부족하면 영업비밀, 마지막 한 수. 묵묵부답”이라고 비판을 했을까?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발상이 아니라면 이런 행동은 나올 수가 없다.

하기야 법무부장관시절부터 오로지 대통령의 의중과 눈치만을 살피면서 국정의 2인자라는 국무총리 자리에 까지 올라 온 사람이 황교안 후보자니 그럴 만도 하다. 법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 의중 살피느라 죄있는 국정원장을 보호하고 죄없는 자신의 부하들은 줄줄이 찍어서 내쫒았던 것이 황교안 아니었던가. 통진당 해산 시키고 대통령에게 “참 잘했어요”라고 칭찬받은 것도 다름아닌 황교안이었다.

이런 그의 대통령에 대한 과잉충성은 이번 청문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야당 의원들의 “메르스 확산 사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처가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에 황 후보자는 “대통령께서는 제때 해야 할 일을 다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박 대통령을 적극 옹호했다. 초기대처를 잘못해서 온 국민이 불안해 떨고 있고 담당부처의 수장은 이 때문에 대국민 사과까지 했는데, “대통령이 할 일을 다 했다”니 황교안은 지금 어느 나라에 살고 있나? 김대중 대통령이 구제역 파동 때 어떤 대응을 했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가? 노무현 대통령이 사스가 창궐할 때 어떤 대처를 해서 막아냈는지 모르는가?

머릿속에 온통 ‘박비어천가’부를 생각밖에 없는 사람이 어떻게 대통령에게 할 말을 하는 총리가 되겠는가! 대통령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제대로 길을 갈 수 있게끔 곁에서 보좌하고 충언을 해야 할 국무총리가 대통령 눈치나 보고 있으니, 이번 총리도 ‘대독(代讀)총리’나 ‘얼굴마담 총리’ 이상의 것을 기대하기에는 애초에 틀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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