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박 대통령 6월 위기설 실체해부

   
▲ 바닥드러낸 소양호 ⓒ뉴시스

메르스에 이어 경제위축·가뭄 등으로 타들어가
선제적 대응 못하는 박근혜정부, 민심은 ‘싸늘’

6월 한 달 동안 서민들은 고통에 시달릴 듯
골든타임 놓치면 박근혜정부는 더욱 힘들어져

박근혜 대통령에게, 국민에게 6월은 잔인한 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메르스 사태는 경제 위축이라는 2차 쓰나미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 100여 년 만에 극심한 가뭄까지 몰아 닥쳤다.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도, 한반도도 모두 타들어가고 있다. 속이 타들어가고, 대지가 타들어가고 있다.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위기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박 대통령의 굳건한 콘크리트 지지층을 무너뜨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주 대비 5%p 정도 급락했다. 문제는 모든 세대에서 하락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굳건한 지지층이라고 할 수 있는 60대 이상과 영남에서도 하락세를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무한신뢰’를 가진 콘크리트 지지층이 굳건하게 버텨주면서 지지율 하락세를 어느 정도 방어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콘크리트 지지층에서도 등을 돌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주로 60대 이상 노인이다 보니 지지층의 대다수를 차지한 노년층이 자신의 생명과 직결된 상황에서 박근혜정부의 무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등 돌리는 민심

실제로 인터넷 커뮤티니 등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했던 부모님이 등을 돌렸다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때에는 “세월호 침몰이 박근혜 대통령 탓이냐”라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옹호했던 세대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통령의 무능을 탓하고 있다. 이는 종편에서도 마찬가지. 종편에서도 일부 패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렇듯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메르스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은 여러 군데에서 읽힐 수 있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날짜는 5월20일이다. 그런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첫 대면보고를 받은 날짜는 5월26일이다. 아울러 메르스 사태에 대해 직접 언급한 날짜는 지난 3일 수석비서관회의 때였다. 당시 확진환자가 18명이었는데 15명으로 잘못 이야기하면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은 연일 계속해서 도마 위에 올랐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의 화법도 덩달아 비난을 받았다. 이른바 ‘아몰랑(아, 모르겠다)’ 화법이 가십거리가 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3일 메르스 대응 민관합동 긴급점검회의에서 “그동안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또 국민 불안 속에서 어떻게 확실하게 대처 방안을 마련할지 이런 것을 정부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한번 읽어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고 투덜댔다. 또 책임자인 자신을 마치 먼 존재인 것처럼 말하는 ‘유체이탈화법’에 해당한다며 “박근혜 정부는 왜 문제의 원인을 안 밝히는 거죠? 박 대통령이 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는데 말이죠”라며 비꼬았다. 국민은 연일 메르스 공포에 휩싸이고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은 마치 남의 나라 이야기를 하듯 해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무능한 대처 역시 비판 대에 섰다.

   
 

박 대통령은 어디에

이번 메르스 사태로 박근혜 대통령은 어느 때 보다 더 위기에 몰린 형국이다. 자칫하면 레임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이 6월 14일 미국 방문을 연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 강화라는 외교적 성과보다는 국내 메르스 정국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으로서는 미국을 방문한다는 것은 정치적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서 한미동맹 강화 이상의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끝내 연기를 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포기한다는 것은 컨트롤타워가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국무총리 등에게 컨트롤타워를 떠넘기고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식의 행보를 보인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다. 많은 국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확산을 막는데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박근혜 대통령을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책임 있는 행보를 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신뢰는 끝도 없이 추락할 것이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가 바로 입장 표명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경질해야 하며 박근혜 대통령도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단순히 야당 차기 대권 주자의 한 사람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메르스 사태가 전국을 강타한 상황까지 몰고 간 정부의 뒷북대응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직접 진정성 있는 사과 표명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 등에서 간접사과를 한다면 국민적 여론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가 적절한 시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사과를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민감한 사안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여론에 떠밀려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에도 여론에 떠밀려 사과를 했다. 이번 경우에도 과연 사과를 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 3일 발언을 살펴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을 확실히 알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 또 국민 불안 속에서 어떻게 확실하게 대처 방안을 마련할지 이런 것을 정부가 밝혀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밝혀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유체이탈화법을 사용했다. 즉, 박근혜 대통령 자신은 메르스 사태와 별로 관련이 없다고 판단한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런 모습으로 미루어 볼 때 사과까지 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게 된다면 아마도 사과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메르스 사태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국정이 안정화된다는 보장이 없다. 우선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당청갈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메르스 확산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당·정·청 협의를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메르스 사태 진정이 먼저라면서 거절했다. 하지만 그 속내는 국회법 개정안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연기를 두고 새누리당과 협의도 없었다. 즉, 메르스 사태 등 국정과 관련해서 새누리당과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국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여당인 새누리당과 갈등을 보이게 되면 국정 안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당청갈등이 계속되면 당내 친박과 비박의 갈등 역시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힘들게 되면 청와대도 힘들게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당청관계를 회복시켜야 하는데 아직도 그것이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당청관계가 회복되지 않으면 6월 임시국회도 힘들어지게 된다.

   
 

서민들만 힘들어

박근혜 대통령의 위기는 또 있다. 그것은 메르스 사태가 진정된 이후 메르스 관련 국정조사가 실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고 나면 야당에서 메르스 관련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고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당은 메르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면서 민생경제를 살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국정조사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국민적 여론이 국정조사 실시로 힘을 몰고 간다면 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메르스 사태가 진정된다고 해도 국정이 안정되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경제 위축이다. 관광객 감소와 더불어 대형 모임이 줄어들게 되고, 각종 문화 및 공연 그리고 스포츠 행사가 축소된다. 이는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로 인해 국내 소비 심리가 위축됐다. 메르스 사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메르스 사태가 세월호 참사보다 더 큰 경제적 참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메르스 사태 이후 위축되는 경제에 대해 제때 처방을 하지 않으면 서민의 경제는 죽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집권여당과의 관계도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야당과의 관계도 제대로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추경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더라도 일단 위축되는 경제를 어느 정도 회복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위축되는 경제에 대해 제때 제대로 된 처방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가뭄이 가장 큰 걱정이다. 100여 년 만에 맞이하는 가뭄으로 인해 여기저기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한강의 젖줄인 소양강은 이미 바싹 말라버렸다. 소양강댐은 발전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당분간 비가 내릴 기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장마 역시 마른장마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가뭄으로 인해 강바닥이 드러나고 농작물은 타들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농작물의 가격은 폭등하고 서민의 지갑은 더욱 얇아지고 있다. 농산물은 비탄력적 가격이라서 공급이 조금만 줄어도 가격은 폭등할 수밖에 없다. 엥겔지수가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욱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서민의 생활이 팍팍해지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원망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6월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위기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단순히 메르스 하나만 진정시킨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메르스도 잡아야 하고 경제위축도 해결해야 하고 가뭄도 해소해야 한다. 그러자면 박근혜 대통령은 초인적인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은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위기를 돌파를 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대통령만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당장 메르스 관련 완쾌 환자를 만나 격려를 하는 등 메르스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 또한 평택 등 메르스 확진환자가 많은 지역의 시장 등을 방문해서 서민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와 더불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질 역시 필요하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가뭄 등에 대한 대책을 꾸준하게 강구해야 한다. 이렇듯 메르스 사태 이후 후폭풍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 칠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골든타임’을 읽어내는 혜안과 ‘골든타임’에 모든 물자를 쏟아 붓는 리더십이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골든타임’을 놓치거나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끝없는 나락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식 국정운영 방식에 길들여진 내각을 변화시켜야 한다. 국무회의에서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쓰기 바빴던 국무위원들부터 변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운영 책임자로서 국정 위기가 닥치면 돌파한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전쟁터에서 군인들이 사기가 충천해지는 것 중 하나는 장수가 일선에서 군인들과 함께 적장의 목을 베었을 때이다. 즉, 장수가 자신과 함께 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사기는 충천해지기 마련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런 리더십을 갖추지 못한다면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실망을 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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