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그렇게 경마장 개장하는 거 아니야!”
총리 공백 틈타 용산 화상경마장 기습개장 논란
주거·교육환경 보호 및 경마장 폐쇄 목소리 높아져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마사회의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이 지난달 말부터 발매를 시작했지만 심한 반대여론에 부딪히며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국내 최대 규모로 인근 성심여중과 성심여고로부터는 직선으로 235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때문에 마사회는 학교 앞 교육환경을 해치고, 국민을 도박 중독자로 만들고 있다는 비난에 휩싸이며, 2년이 넘도록 국회와 시민단체의 극심한 반발에 개장을 미뤄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사회는 반대 측과의 갈등해결보다 발매 개시를 선택했다. 마사회는 지난달 28일 서울시와 용산구청 등 관계기관에 마권 발매 개시를 통보하자마자 영업을 시작했다. 반대 측은 절차를 무시한 일방적 개장이라며 영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현명관 마사회 회장은 화상경마장 개장과 관련해 관계기관과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비난에 휩싸였다.
마사회측은 용산 화상경마장을 도박장이 아닌 지역 대표 ‘교육특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며 포부를 드러냈지만, 반대 측과의 갈등 해결이라는 풀리지 않는 숙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용산 화상경마장, 결국 발매 시작
한국마사회는 지난달 31일, 주민들의 반발에도 용산 화상경마장 발매를 시작했다.
마사회는 지난달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월 개장한 용산 장외발매소가 5월 31일 발매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강남과 의정부에서 이미 지역주민과 상생하는 모델을 확인했으며, 용산에 이를 확대 적용해 용산 장외발매소를 ‘교육특화 복합문화공간’으로 탄생시킬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마사회에 따르면 용산 장외발매소는 개장 이래 다양한 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18개 층 중 7개 층을 주민친화시설로 활용하고 있고 노래교실 등 15개 정기 강좌와 단기강좌 5개를 모두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포커스컴퍼니가 3월 17일부터 같은 달 18일까지 용산 장외발매소 문화센터 이용고객 총 3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용산 장외발매소에서 운영하는 문화강좌를 수강한 수강생 91.7%는 용산 장외발매소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수강생 75.6%는 마권 발매 서비스 운영을 지지했다.
마사회는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용산 장외발매소의 운영현황을 상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학습권 침해 논란 등 주민들의 우려사항들을 해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마사회는 5월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황주홍(전남 장흥 영암 강진)의원에게 제출한 ‘용산 장외발매소 발매개시 관련 보고’문건을 통해 운영 시작을 알렸다.
마사회는 문건을 통해 “용산 장외발매소를 중상류층이 이용하는 최소규모의 고급형 지정좌석제로 운영하고 발매를 개시 한다”고 밝혔다.
마사회는 “복합문화레져형 장외발매소 모델 제시를 위해 환경이 열악한 구 용산 장외발전소 이전을 추진한 것”이라며 “그동안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총 20회 이상 설명회를 개최하고 반대대책위와 간담회와의 갈등조정 절차를 진행했지만 거부해 조정이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반대 측은 정치적 성향 인사들을 주축으로 대화의제를 입점철회와 주민투표로 한정하고 있고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고소·고발을 전격 취하하는 등 대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여전히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사회는 “건물 전체를 주민들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경마일(금~일)에는 일부층을 객장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우선 13층부터 17층까지 5개 층을 중상류층이 이용하는 고급형 지정좌석제(574석, 이용료 2만1000원·3만1000원)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매개시는 제반일정을 고려해 5월 마지막 주에 시행한다”며 “그동안 심화된 지역 내 찬반으로 갈라진 주민들의 갈등을 조기에 해소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친 사업의 정상화를 위해 발매를 개시하는데 대해 이해와 협조를 건의드린다”고 덧붙였다.
총리 공백기 틈타 기습 발매?
이처럼 마사회는 지난달 28일 국회 상임위 의원실측에 이틀 후 발매를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마사회 측의 이번 개시 결정은 국무총리가 공석인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홍원 전 총리는 지난해 8월 20일 용산 화상경마장과 관련 용산주민은 물론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부정적 영향이 큰 발매소는 단계적으로 외곽으로 이전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농림식품부는 용산 장외발매소 혁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황 의원은 “충분한 설득과 공감대 마련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구나 총리의 공백기를 틈타 기습적으로 발매를 개시하려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도 성명서를 통해 “마사회가 2년 간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을 반대해 온 주민의 뜻을 무시하고 국무총리의 공석을 틈타 기습개장을 시도했다”며 강력 규탄했다.
을지로위원회는 “마권 장외발매소라는 허울 좋은 이름을 갖고 있지만 화상경마장은 도박장에 불과하다.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용산 화상경마장 주위에는 학교와 주택가가 자리 잡고 있다”며 “화상경마장 개장과 함께 사행성 게임장, 불법대부업체 등 유해시설의 증가가 예견되는 만큼 청소년들이 이 광경을 보고 무엇을 배울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또 “공기업 마사회의 행태는 국민과 국회, 정부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마사회의 존재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압박했다.
경마장 폐쇄 여론 높아져
용산주민들과 시민단체 등으로 이루어진 용산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도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을 반대하는 집회와 농성,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위원회는 마사회가 하루빨리 용산 화상경마장을 폐쇄하고, 다른 용도의 사회공헌 시설로 활용하길 간절하게 촉구하고 있다. 또 주민들이 제안한 해결책인 주민투표를 즉각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는 마사회가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을 포기할 때까지, 마사회의 강제 개장 시도를 온몸으로 저지하는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마사회는 지역 여론을 호도하고 이간질 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박근혜 정부와 국회가 나서 마사회의 반교육적, 반민주적 작태를 제지하고 주거환경과 교육환경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지역 공동체를 파괴하고 국민들을 도박 중독자로 만들고 있는 마사회는 용산에서, 학교 앞에서, 주택가에서 즉시 떠나야 한다”며 “용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새누리당의 진영 의원은 그 흔한 성명서 하나 발표하지 않고 주민들의 피눈물 흘리는 투쟁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진영 의원에 적극적인 대처를 주문했다.
위원회는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 날에 주민 400여명의 저지로 전체 600개에 가까운 좌석 중 50여명만 입장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사실상 개장에 실패했다. 심지어 도박객들 마저도 학교 앞, 주택가 화상도박장 출입하는 것을 꺼린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용산 화상경마도박장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 이용 고객 324명 중 75.6%가 개장을 찬성한다고 마사회측은 밝혔으나 문화센터는 모두 무료로 운영되고 있고 이러한 고객들에게 개장의 찬반 여부를 묻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용산 화상경마장 개장에 대한 반대 여론은 이미 17만 용산 주민이 반대 서명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지금 건물은 도서관, 문화시설, 어린이놀이시설, 말 관련 박물관 등 마사회가 온전하게 사회공헌 시설로 활용하면 된다”며 “더 이상 주민들을 괴롭히지 말고 속히 용산을 떠나기 바란다”며 촉구했다.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귤이 추운 지역으로 가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다. 마사회가 지역사회에 헌신하고 봉사한다하더라도 해당 지역 학부모들에게 자식의 교육만큼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귤이 자라야 할 지역에서 마사회가 어쩌면 추운 겨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