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매물도 등대섬

'한주 동안 쌓인 피로를 떨쳐내고 신나게 즐겨보자'는 의미로 흔히 회자되는 ‘불금(불타는 금요일)’ 저녁이다. 평소 때 같으면 마음 맞는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지만 오늘은 무박2일로 소매물도를 다녀오기로 한 날이라 일찍 퇴근해 집으로 향했다. 짧은 산행이라도 무박 2일이라 배낭을 꾸리는데 신경이 쓰인다.

배낭을 꾸리기전 미리 작성한 물품 목록을 하나씩 체크하며 배낭에 담기 시작했다. 새벽 도착이라 헤드랜턴이 필요할 것 같아 챙겼다. 또 비소식이 예보돼 우비도 넣었다. 그밖에 코펠과 버너, 라면, 식수, 간식, 접이식 의자와 테이블, 버스 이동시 사용하려고 목베개 등을 준비했다. 특히 헤드랜턴 등은 건전지를 여유분으로 준비를 해야 낭패를 안 본다.

   
▲ 매물도

밤 10시에 집을 나와 일행과 만나기로 한 사당역으로 향했다. 사당역에서 커피 한 잔를 마시면서 소매물도행 버스를 기다린다. 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교통체증으로 인해 버스가 30분 지연돼 도착했다. 소매물도 선착장인 저구항까지는 410km로 버스로 대략 5시간이 소요된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르는 시간을 감안하면 목적지까지 약 5시간 30분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동행할 산악회는 3050알파산악회로 2010년 1월경에 만들어진 서울특별시 산악연맹소속 산악회이다. 짧은 연혁에도 불구하고 회원 수는 6900명에 달하며 근교산행, 지방원정산행, 백두대간, 암벽, 해외원정산행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산을 사랑하는 모임이니 만큼 환경보호 캠페인도 솔선수범하는 산악회이다.

   
▲ 망산에서 내려다본 포구

거제도 망산에 도착하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그 양이 얼마 되지 않아 우비를 착용하지 않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망산은 등산로 초입부터 경사도가 조금 있는 산인지라 5시간 동안 버스에 앉은 채로 있었던 무릎이 덜 풀렸는지 오르는데 부담이 느껴진다. 새벽 어둠을 가르며 산 중턱에 다다르니 비로소 환하게 밝아온다. 날이 흐려서인지 아침이지만 시야가 조금 어둡다. 산 밑으로 보이는 포구가 정겹게 다가온다. 망산에서 내려와 명사십리해수욕장을 지나 저구항까지 도보로 향한다. 이동거리는 대략 1km가 조금 안 될듯하다. 저구항 매표소에 도착하니 오전 7시경이다. 소매물도로 가는 오전 8시 30분 배를 기다리는 동안 아침을 먹는다. 매표소 건물 뒤에 자리를 잡고 가겨온 코펠과 버너로 라면을 끓였다. 그리고 쪽파무침, 명란젓, 김치 등 일행이 가져온 밑반찬을 곁들여 간단하게 라면과 밥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부슬비 내리는 바다를 보며 먹는 아침식사는 운치를 더한다.

   
▲ 저구항

오전 8시경 선착장은 승선 준비로 다소 분주한 모습이다. 여객선은 8시 30분에 출항하여 중간에 매물도 경유해 소매물도까지 대략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목적지인 소매물도에서 하선하니 비가 잦아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산 위로 펜션이 여러 채 보인다. 선착장 주변에서 활어와 멍게 등 신선한 해산물을 고무대야에 가득 담고 오고가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 노인들의 주름진 미소가 정겹다.

   
▲ 소매물도 선착장 근처 회 파는 곳

횟집, 카페, 펜션을 뒤로하고 우리 일행은 트래킹을 시작했다. 포장이 안 된 탐방로를 걷다보니 보드라운 황토의 촉감과 촉촉한 풀 내음이 마음을 진정시키고 머리를 맑게 한다. 소매물도의 탐방로 코스는 소매물도지원쎈터▶ 남매바위▶ 가익도 전망대▶ 망태봉 전망대▶ 등대섬 전망대▶ 열목개▶ 등대섬으로 편도 2.7km이다. 망태봉 전망대에 올라가지 않고 다녀온다면 대략 왕복 2시간 정도 소요된다. 휴식 시간과 촬영시간까지 생각한다면 넉넉히 3시간정도를 예상하면 될듯하다.

   
▲ 소매물도 탐방로에서 바라본 해안 풍경

등대섬으로 가면서 보이는 바다는 짙은 코발트색을 띠고 있어 수심이 상당히 깊어 보인다. 식물과 나무들이 육지와는 다른 식생을 띤다. 해양성기후의 영향으로 돈나무, 동백나무, 보리밥나무 등이 눈에 많이 띈다. ‘매물도’라는 이름은 섬의 모양이 군마의 형상을 하고 있어 ‘마미도’라 불렀다가 발음이 변해 매물도가 됐다고 한다. 소매물도는 23년 전인 지난 1986년 모 제과회사의 CF 촬영으로 인연을 맺은 후 ‘쿠크다스 섬’으로도 불리고 있다. 특히 등대가 있는 섬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소매물도의 등대섬은 푸른 초원 빛 언덕과 바다가 하얀 등대와 한폭의 그림처럼 어우러져 한껏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 소매물도 열목개

소매물도와 열목개 사이에 위치한 등대섬은 하루 2번 썰물 때가 되면 약 80m 폭의 열목개 자갈길이 열린다. 자갈길의 몽돌해안은 여름철 해수욕장으로도 인기가 높다. 등대섬은 일제 강점기 때 일본 쓰시마해에서 오는 배의 뱃길을 열어주기 위해서 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광복 후 일제 시대의 잔재를 없애자는 차원에서 허물어 버렸다가 다시 지었고 도중 낙뢰에 한번 맞아 부서진 등대를 다시 지은 게 지금의 등대모습이다.

   
▲ 열목개로 내려가는 계단

등대섬 전망대를 지나 열목개를 건너가려면 급경사의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나무로 된 계단을 내려가면서 다시 되돌아올 생각을 하니 아득한 기분이 든다. 계단을 내려와 열목개를 지나는데 드러난 몽돌에 해조류가 묻어 있어 무척 미끄럽다. 열목개를 지나 등대섬으로 올라가려면 역시 나무계단을 지나야 한다. 나무계단 주위에 온갖 식물들이 무성하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갯고들빼기, 갯기름나물, 돌가시나무 등이 보인다. 그중 갯고들빼기를 하나 뽑아 향을 맡아보니 육지의 고들빼기와 비슷하고 줄기를 잘라보니 하얀 수액이 보인다.

   
▲ 소매물도 개양귀비

등대섬에 올라 주위 경관을 둘러보니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답고 수려하다. 아름다움에 카메라 셔터를 마구 누르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열목개는 2시가 가까워지면 다시금 바닷물에 잠긴다고 해서 우리일행은 12시경에 다시 되돌아 출발했다. 돌아오는 중에 만난 선정적인 빨간색 개양귀비밭은 관광객의 눈을 홀리기에 충분하다.

   
▲ 소매물도

선착장에 도착하니 시계는 오후 1시를 가리킨다. 오후 2시 30분 출항시간까지 1시간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 캔 맥주로 갈증을 달랬다. 저구항에 도착하니 3시가 좀 넘는다. 선착장 근처 식당에서 멍게비빔밤과 매운탕으로 뒤풀이를 하고 서울로 향했다. 무박2일 여행은 잠이 부족한 것 빼고는 주말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좋다. 아직도 눈을 감으면 푸르디 푸른 쪽빛 바다와 몽돌에 부딪히는 물결 소리, 그리고 초원위로 보이는 하얀 등대가 선명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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