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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전국 28개 지역을 돌아다니며 노동 현장을 세세하게 기록한 책이 있다. 바로 <노동여지도>다.

<노동여지도>는 21세기 한국 사회의 실제를 보여주는 한 편의 르포르타주이자 역사서로 평가받고 있다. 20여 년을 현장에서 노동자와 함께한 저자가 지난해 3월경, 삼성의 도시라 불리는 수원을 시작으로 올해 4월, 책의 도시인 파주까지 1년 2개월간 전국 28개 지역을 돌며 ‘노동여지도’를 그렸다.

이 책의 저자인 박점규는 전국의 노동현장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장에 함께한 노동운동가다. 1998년부터 민주노총에서 홍보와 투쟁을 담당했으며 2011년 한진중공업, 2013년 현대자동차, 밀양 희망버스 기획단으로 활동하는 등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노동전문가인 저자가 책에 담은 노동의 풍경은 어떨까. 이 책에는 자동차 부품사, 조선소, 시멘트회사, 의료기기 제조사, 음료 제조사, 연구소, 병원, 증권사, 출판사, 공항, 호텔, 패스트푸드점 등 다양한 일터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함을 있다.

뿐만 아니라 부도난 회사를 인수해 노동자 자주관리회사로 전환하고 흑자로 돌아선 시내버스회사, 노조와 병원장이 함께 일군 행복한 공공병원, 성과급을 받는 대신 후배들을 정규직으로 만든 선배 노동자들…. 21세기 한국 노동 현장에서 발견한 작지만 또렷한 희망도 담겨 있다. 또한 일터에서 정직한 땀의 대가를 찾는 자들, 골리앗에 맞선 용기있는 자들, 상처를 안아주고 연대하는 자의 모습도 있다. 저자는 이를 위해 골목을 뒤지며 뜨거운 땀을 흘렸다.

우리나라 노동조합 조직률은 OECD 최하위권 수준이다. 단체협약 적용률은 꼴찌라고 볼 수 있다. 노조가 성과를 내도 그것이 극히 일부에게만 돌아간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노동자 대부분은 노동조합을 자신의 삶에 가까운 것으로 여기지 못한다. <노동여지도>의 여정에서도 대공장 정규직 노조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의 목소리가 그대로 전해진다.

<노동여지도>가 현장에서 만난 ‘작은 노조’ 조합원들의 목소리는 이 질문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더 나은 일터를 함께 만든다는 자긍심, 일터 밖의 사회와도 연대하는 삶에 관한 성찰이 배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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