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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를 집단적인 충격과 슬픔, 분노와 무력감에 빠지게 했고 ‘사회적 트라우마’에 대한 관심을 일으켰다. 이는 비단 세월호 참사 뿐만이 아니다. 용산 참사, 쌍용차 사태, 밀양 송전탑, 제주 강정마을 등 우리 사회는 여러 사회적 고통에 대한 대책 없이 새로운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안산에 치유공간 ‘이웃’을 만들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을 치유하고 있는 거리의 의사 정혜신 박사와 문학을 통해 사회적 실천에 앞장선 행동하는 시인 진은영 작가가 책을 냈다. 바로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는 책이다.

두 저자는 책을 통해 세월호 참사 등 우리 사회 곳곳에 새겨진 상처를 섬세한 시선으로 살핀다. 또한 재난과 폭력을 겪은 당사자 뿐 아니라 그 가족과 이웃, 나아가 우리 모두의 아픔을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무엇보다 두 저자는 모든 피해자가 슬픔을 온전히 완료할 수 있게 이웃과 공동체, 사회 전체가 마음을 함께 나누고 서로에게 치유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사회적 트라우마에 대한 가장 근본적이고 절실한 문제의식을 우리에게 전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직후 정혜신 박사는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가 생존자와 유가족들을 만났다. 그리고 얼마 후 하던 일을 모두 접고 안산에 치유공간 ‘이웃’을 만들어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정 박사는 예전부터 고문피해자들을 도와 고문치유모임의 집단상담을 이끌어왔고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지원하고자 심리치유센터 ‘와락’을 만든 바 있다.

더불어 진은영 시인은 그간 용산 참사와 4대강, 한진중공업 현장 등에서 문학을 통한 사회적 실천에 앞장서 왔으며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기억하는 ‘304 낭독회’도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안산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만남은 계절이 달라지는 상황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처음에는 세월호 트라우마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됐지만 날이 갈수록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 우리 사회에 빈발하는 갖가지 사회적 트라우마의 양상과 치유의 필요성, 치유의 근본적인 메커니즘, 나아가 치유의 공동체를 위한 사회적 실천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발전됐다.

정혜신 박사는 고통의 현장에서 접하는 여러 색깔의 고통을 생생하게 전하고 치유의 메커니즘을 사회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기획들을 제시했다. 진은영 작가는 정혜신의 뜨거운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때로는 같이 눈물을 지으면서 대화에 다양한 맥락과 함의를 더해 논의의 결을 풍성하게 이끈다.

두 저자는 트라우마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가가는 데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한다. 트라우마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가 피해자에게는 다른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박사는 세월호 트라우마 때문에 피해자 가족들이 겪는 다양한 고통의 양상을 자세하게 전하면서 트라우마는 누구에게 닥칠 수 있는 재앙이고 세월이 지나도 절대 줄어들지 않는 고통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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