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지누 役 류승범

   
▲ 사진 제공 ⓒ이가영화사

‘나의 절친 악당들’, 돈을 갖게 된 청춘들의 이야기
갚아야 할 빚이 수천만원이지만 언제나 유쾌한 ‘지누’
“‘나의 절친 악당들’은 내 청춘의 기록”
“영원히 남을 만한 캐릭터 연기하고 싶어”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개성파 배우’라는 수식어를 가지고 있는 배우 류승범. 그는 수식어에 걸맞게 그만의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데뷔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부터 시작해 통통 튀는 매력을 보여준 ‘품행제로(2002)’, 찌질한 모습과 어수룩한 모습이 돋보였던 ‘아라한 장풍대작전(2004)’, 양아치 냄새 폴폴 나는 악역을 연기한 ‘사생결단(2006)’, 독기 가득하고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졌던 ‘베를린(2013)’에서의 모습까지, 그는 매번 다른 모습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오는 6월 25일 개봉을 앞둔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을 통해 한껏 유쾌해진 캐릭터로 돌아왔다. 또한 그는 특유의 자유스러움도 더불어 가져왔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만난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그 자유스러움이 무엇 때문인지 궁금해졌다.

3년간 프랑스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많은 것을 느꼈다던 그가 그곳에서 오롯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냈기 때문일까, 아니면 항상 사람을 배려하고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으며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지누’를 닮고 싶었다고 말하는 류승범 안에 어느새 ‘지누’가 자리 잡았기 때문인 것일까.

그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가 매우 자유스럽고 편안해보였다는 것.

수수한 옷차림, 덥수룩한 수염, 환한 웃음이 한데 어우러져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그가 먼저 “편하게 인터뷰를 하자”며 말을 걸어왔고 그와 정말로 ‘편하게’ 얘기를 나눠봤다.

   
▲ 영화 스틸 컷. 사진 제공 ⓒ이가영화사

Q.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떤가.

: 뿌듯하다. 임상수 감독님만의 독특한 방법과 시선으로 새로운 영화가 탄생한 것 같아서 같이 일한 배우로서 기분이 매우 좋다. 많은 관객들이 보고 공감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

Q. 굉장히 오래간만의 작품이다. 출연 계기가 무엇인가.

: 시나리오를 봤는데 참 좋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캐릭터마다 각각의 매력이 살아있었다. 또한 임 감독님과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출연을 결심하게 됐다.

Q. ‘나의 절친 악당들’은 어떤 영화인지 간단히 소개해 달라.

: 청춘에 관한 얘기가 담겨 있는 영화다. 감독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지금의 청춘들은 돈이 필요한데 영화를 통해서라도 청춘들에게 돈을 쥐여 주고 싶었다’라고. 우리 영화는 한 마디로 돈을 갖게 된 청춘들의 이야기다.

Q. 시나리오와 영화 간의 차이점이 있다면.

: 차이점은 거의 없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꼈던 쿨한 느낌, 통쾌한 느낌이 영화 안에 고스란히 담겼다. 캐릭터들의 움직임도 시나리오의 느낌 그대로 영화 속에 살아있다. 또한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전체적인 흐름이 한 번에 쭉 이어지는 느낌이었는데 그러한 흐름도 영화 속에서 잘 표현됐다. 굳이 달라진 점을 생각해본다면 액션 신들이 글로 봤을 때보다 훨씬 더 재밌게 찍힌 것 같다.

Q. 관객들이 이 영화를 꼭 봐야하는 이유를 말씀해주신다면.

: 영화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영화의 내용이 굉장히 다채롭고 유쾌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사람 누구나 활기찬 에너지를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Q. 감독님과 일 해보니 어땠나.

: 감독님은 배울 게 많은 분이셨다. 감독님을 현장에서 처음 뵀는데 감독님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다. 그래서 현장에서 감독님을 지켜보곤 했는데 그 결과 감독님은 항상 생각을 하시더라. 감독이라는 직업이 현장에서 많은 생각을 해야 하고 그게 임무이기는 하지만 감독님을 그것을 벗어나 그 이상으로 항상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그런 감독님께 참 많은 얘기를 들었고 그 속에서 많은 걸 배웠다.

Q. 고준희씨와의 호흡은 어땠나.

: 정말 좋았다. 고준희씨는 현장에서 항상 편한 친구였다. 그래서 작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또한 항상 나를 배려해줬다. 그러한 고준희씨의 배려 덕분에 연기도 편안하게 했던 것 같다.

   
▲ 영화 스틸 컷. 사진 제공 ⓒ이가영화사

Q. 영화 속에서 연기한 ‘지누’는 어떤 캐릭터인가.

: ‘지누’는 사람 자체에 꼬임이 없다. 그렇기에 ‘지누’가 가진 성격과 태도를 닮고 싶었다. 그는 항상 사람을 배려하고 남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준다. 또한 상대방 의견을 존중하고 잘 따르기도 한다. ‘지누’의 이러한 부분은 긍정적인 것과는 또 다른 면인 것 같다. 영화 속에서 ‘지누’가 작은 고시원에서 살면서 “내가 이 방에서 먹고, 자고, 싸고 했는데도 아직 갚을 돈이 수천이야”라며 웃으면서 말하는 부분이 있다. 그 대사를 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콤플렉스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현실로 받아들이는 ‘지누’의 여유를 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Q. ‘지누’를 연기하기 위해 특별하게 준비한 게 있었는지.

: 특별하게 뭐를 얼마큼 준비했다기보다는 일단 ‘지누’라는 사람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던 것 같다. 또 ‘지누’랑 어떻게 닮아가야 하는지, ‘지누’라는 캐릭터 안으로 어떻게 녹아들어가야 하는지를 계속 생각해봤다.

Q. ‘지누’를 통해 청춘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 거창하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라는 것보다는 내가 ‘지누’를 연기하며 느꼈던 부분들을 영화를 보는 청춘들도 한 번 쯤은 느꼈으면 좋겠다. 요즘은 무슨 일이든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곤 하는데 화를 내고 성질을 내서 이기는 게 중요한 건 아니라는 것, ‘지누’처럼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고 자신을 낮출 수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

Q. 재밌던 에피소드를 말해준다면.

: 에피소드라고 말할 만한 게 없다. 에피소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무슨 에피소드가 있었다’라고 말하는 건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에피소드를 만들어내는 거라고 생각한다(웃음). 영화를 만들기 위해 촬영을 하는 그 자체가 우리의 에피소드고, 우리는 영화라는 작품을 통해 우리가 만든 에피소드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뿐이다.

Q. 이번 영화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 지금 딱히 생각나는 건 없다. 아쉬웠던 부분은 시간이 많이 지나봐야 알 수 있는 것 같다.

Q. 인상 깊게 찍었던 장면은 있었나.

: 매 장면마다 인상 깊게 찍으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한 장면을 꼽기가 어렵다. 전체적으로 즐거운 분위기에서 촬영을 했기 때문에 모든 장면이 기억에 남는 것 같다.

Q. 이번 영화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 아무래도 이번 영화가 청춘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자연스레 나의 청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그러자 이번 영화가 ‘나의 청춘을 기록하기에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지금의 내 청춘을 영화로 기록해두고 싶었다. 영화를 찍어 두면 많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젊은 날의 내 모습은 영화에 고스란히 남아 있게 되지 않나. 또한 내가 훗날 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누군가는 나의 젊은 날을 볼 수도 있고. 나에게 이번 영화는 내 청춘의 기록인 셈이다.

Q. 그렇다면 본인에게 청춘은 어떤 의미인가.

: 가진 게 없어도 행복한 게 ‘청춘’인 것 같다. 오히려 가진 게 없기 때문에 행복하고 그게 멋있다고 생각하는, 그게 바로 청춘인 것 같다. 그리고 자신만의 멋을 추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끊임없이 생각하며 나와 다른 것들을 서서히 둘러보게 되는 그런 시간을 갖는 게 청춘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청춘이라는 말에 질풍노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 같다.

   
▲ 사진 제공 ⓒ이가영화사

Q. 공백 기간이 길었다. 그동안 뭘 하고 지냈나.

: 3년간 프랑스에서 생활했다. 그곳에서 조용하고 평범하게 지냈다. 낯선 곳에서 생활하며 다양한 경험, 새로운 경험도 많이 했다. 개인적인 시간이었기 때문에 풀어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한 마디로 참 잘 지내고 있었다(웃음).

Q. 프랑스 생활이 연기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 많은 경험을 했기에 당연히 연기에도 영향을 미친 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이유가 꼭 프랑스 생활 때문 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삶이라는 게 진행형이고 우리 모두 변해가는 과정 속에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 것 같다. 또한 생각이 바뀜으로 인해 평소 생각하는 주제들이 새로워지고 그런 부분이 작품을 선택하는 방식이라든지 작품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

Q. 변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 같다.

: 인간은 변화하고 진화해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인간은 늙어가는 게 아니라 진화해가는 것’이라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그 부분이 참 인상 깊어서 지금도 기억에 난다. 그 뒤로 진화라는 말에 대해 혼자 생각해 본 적이 많다. 책의 말처럼 생명이라는 것은 태어나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진화해가는 것 같다.

   
▲ 영화 스틸 컷. 사진 제공 ⓒ이가영화사

Q. ‘개성 있는 배우’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수식어라는 건 본인이 붙이는 게 아니라 남들이 붙여준 것이다 보니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기가 어렵고 난감하다. 그냥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려니 한다.

Q. 어느덧 데뷔한 지 15년이다. 배우로서 많이 진화했다고 생각하나.

: 지금도 진화해가는 과정 속에 있고 앞으로도 계속 진화의 과정 속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항상 바쁘게만 지냈었는데 요즘은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는 편이다. 내가 변해가는 과정에 대해 객관적으로 지켜보려고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점점 더 진화해가고 있다(웃음).

Q.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

: 기준은 따로 없다. 우선적이라는 게 참 애매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선적이라는 건 어떤 퍼센트를 따질 때 51% 대 49%면 2%가 앞서 있는 걸 보는 것인데 나는 그런 걸 따지지 않고 전체적인 것을 본다. 어떤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감독, 시나리오, 배우, 느낌 등 모든 부분을 전체적으로 생각해보고 결정하는 것 같다.

Q. 앞으로 연기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 앞으로도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 것은 맞다. 그런데 앞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뚜렷이 없다고 말한 것처럼 ‘이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다’라고 정해 놓은 건 없다. 영화라는 게 영원히 기록되는 것이라는 걸 알기에 영원히 남아도 될 만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언제 어디서 누군가가 보더라도 좋아해줄 수 있는,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사람들이 계속 봐줄 만한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Q. 드라마 출연 계획은 없나.

: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드라마는 내게 낯선 존재와 같다. 어떤 사람과 멀리 있다 보면 자주 못 보게 되고 그 시간이 지속되면 관계가 어색해지지 않나. 그게 드라마와 나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 사진 제공 ⓒ이가영화사

Q. 배우이면서 DJ이기도 하다. 본인에게 음악이라는 건 어떤 존재인가.

: 음악은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나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제일 친한 친구 같은 존재다. 예전에는 한참 댄스음악을 즐겨 들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음악을 듣는 취향이 많이 바뀌었다. 요즘은 기타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기타를 배운 지 1년 정도 됐는데 아주 신나게 치고 있다(웃음).

Q. 훗날 젊은 날을 되돌아봤을 때 어땠으면 좋겠나.

: 지금은 잘 모르겠다. 그 때 가봐야 알 것 같다(웃음). 다만 그런 생각은 한다. ‘하루하루를 좋게 잘 지내다보면 시간이 흘러 나중에 내 시간을 되돌아봤을 때도 만족스럽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그래서 매일 매일을 잘 지내려고 한다.

Q. 마지막으로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돈과 같은 물질을 통해 얻는 행복도 있지만 살아가다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돈 없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데 지금의 우리는 너무 물질적인 것만 타깃으로 보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우리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이런 부분에 대해 서로 얘기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또 청춘은 청춘답게 활기찬 정신, 유쾌한 생각을 바탕으로 좀 더 행복하게 지내길 바란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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