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주인 윤성근 작가

   
 

손님과의 대화 위해 읽은 책만 팔기
헌책방 운영 8년… 어린시절 ‘꿈’ 이뤄

종로서적까지 왕복 4시간 넘게 걸려 책 읽어
유년시절 탄광촌서 보내 앨리스 토끼굴 가슴에 와닿아

일본 헌책방 분위기 벤치마킹
독서할 수 있는 여유 시간 필요

동네서점 위해 공급률 차별금지법 도입해야
동네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 이뤄져야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어린 시절 가능여부에 관계없이 이루고 싶었던 꿈이 있었는가. 계산하지 않고 뭣도 모른 채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정한 꿈이 한 가지는 있었을 것이다.

그 시절 꿈꾸었던 직업이 정말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직업이었을지도 모른다. 당시 구경거리가 많은 문방구가 좋아 ‘문방구 주인’이 되고 싶었던 사람부터 먹거리가 많은 슈퍼가 좋아 ‘슈퍼마켓 주인’을 꿈꿨던 사람, 사람들의 억울함을 꼭 풀어주겠다며 법조인이 되고 싶었던 사람, 춤추고 노래하는 게 좋아 월드스타를 꿈꿨던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차츰 나이가 들어가면서 끌리는 마음만으로 직업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막상 직업을 선택해야 할 시기가 되면 머릿속으로 여러 기준을 따지게 된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업 선택 요소’ 1위는 ‘안정성’이다. 이어 ‘몸과 마음의 여유’, ‘성취’, ‘금전적 보상’이 각각 2, 3, 4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기준은 어찌 보면 현실에서 불가피한 문제들이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의 꿈은 뒤로한 채 현실을 잣대로 정한 꿈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

그러나 안정적이고 유망한 직업을 이룬 후에도 어린 시절 바랐던 꿈을 잊지 못해 뒤늦게 이룬 사람이 있다. 바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주인 윤성근(40) 작가다. 컴퓨터 관련한 직업이 유망하다는 말에 IT관련 대기업을 10년 동안 다녔지만 결국 헌책방 주인이 됐고 글쓰기를 좋아해 <책이 좀 많습니다>, <헌책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등 다수의 책을 썼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19일 서울시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 찾아 마치 모두가 이뤄지지 못할 거라고 말했던 첫사랑을 이룬 것처럼 행복해 보이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잘 나가던 그가 헌책방 주인이 된 사연 들어보니

Q. 헌책방 경영철칙이 ‘주인이 읽은 책만 팔기’인 점이 독특하다. 왜 이러한 경영철칙을 세우게 됐나

- 새 책만 파는 서점은 대부분 손님들이 원하는 책을 구입하기 위해 들르고 책 구입 후 곧장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와 다르게 헌책방 같은 경우는 불특정한 책을 보러 다니는 손님이 많다. 이에 따라 헌책방 손님들은 주인에게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추천해 달라거나 자신이 집은 책이 어떤 내용인지 설명해달라고 하는 등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누길 원한다. 그런데 책방에 주인이 모르는 책이 있으면 손님과 대화를 할 수 없다. 책에 대한 연륜이 많지 않은 나로서는 ‘읽은 책만 팔겠다’는 결심을 할 수밖에 없었다.

Q. 어릴 적부터 ‘헌책방 주인’이 되길 꿈꿨다고 들었다

- 초등학교 3학년 때 국민대학교가 위치한 정릉동에 살았는데 집 옆에 국민대 학생이었던 형들이 칸칸이 하숙을 하고 있었다. 그 형들은 헌책방을 자주 다녔는데 워낙 책을 좋아했던 나는 형들을 따라 다니게 됐다. 특히 헌책방에 가면 책을 싸게 살 수 있다는 형들의 말에 이끌렸는데 당시는 새 책 가격이 천 원, 헌 책은 그에 삼분의 일도 안 되는 삼백 원 정도로 헌책방에서는 해문출판사에서 나온 아가사 크리스티 전집 80권을 다 볼 수 있었다. 내가 다니던 헌책방 주인은 온종일 책을 읽으며 여유롭게 일했는데 그 모습이 좋아 보여 헌책방 주인이 되길 꿈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책방 주인이 되겠다는 꿈을 뒤로할 수밖에 없었다. 컴퓨터 관련 직업이 유망하다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직업을 다시 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컴퓨터 관련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역시 IT계열 관련하여 다녔고 결국 책 읽을 시간 없이 직장 생활을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Q. 그렇다면 어떻게 ‘헌책방 주인’이 된 것인가

- 한 직장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지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책과 관련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은 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꿈틀대고 있었다. 결국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됐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2001년 어느 날 퇴근길에 마주한 9.11테러 보도였다. 마치 재난영화 광고 같았지만 현실이라는 게 충격적이었고 그만큼 내 인생에서도 충격적인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니던 종로서적이 2002년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한순간에 사라진 것 같은 슬픈 마음에 직장 생활은 더욱 회의적으로 다가왔다. 이로 인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출판사에 취직했는데 출판사 특유의 분위기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아 1년 만에 그만두게 됐다. 이후 어린 시절 정말 꿈꿨던 ‘헌책방 주인’이 되겠다고 결심한 뒤 큰 규모의 헌책방에서 일을 배우며 헌책방 주인이 되기 위한 걸음마를 시작했다.

Q. 학창 시절 ‘활자중독자’라고 불릴 정도로 독서광이었다고 들었다

- 물론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모두가 학원을 다니지 않았다. 그래서 초등학생 때는 이른 시간에 하교를 하니 남는 시간 동안 책을 읽는 게 아니면 할 게 없었다. 그래서 친구와 함께 하교 시간 이후로는 계속 종로서적에서 책을 읽었다. 집에서 서점까지 왕복 4시간 30분 정도 소요됐는데 다행히도 고학년이 되면서 자전거가 생겨 그 때부터는 그리 힘들지 않게 다닐 수 있었고 책 읽는 시간도 더 늘어나 좋았다. 종로서적이 문 닫을 때까지 3~4시간을 꼼짝없이 앉아 책을 읽다보면 배고픔까지 잊었다. 책 읽고 글 쓰는 게 밥 먹고 숨 쉬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은 나의 일상이다. 어떤 이들은 나의 독서량이 많아서 ‘활자중독자’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취미생활이 달라서 내가 책을 읽는 양이 많아 보이는 것 뿐이다. 그들이 친구를 만나고 TV를 볼 때 나는 책을 읽기 때문이다.

Q. 어떤 책을 주로 많이 읽는지 궁금하다

- 두 가지 기준으로 책을 선정할 때가 많다. 첫 번째는 전개가 느린 책을 좋아해 러시아나 프랑스 문학을 많이 읽는 편이다. 책을 읽고 있을 때 주변이 느리게 움직이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뭐든지 빠르게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생체리듬이 느린 사람이다. 앙리 르페브르 작가가 쓴 ‘리듬분석’이라는 책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사람마다 생체리듬이 다르다. 회사에 똑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똑같은 시간에 공부하는 등 정해진 시간에 맞춰 모든 사람이 같은 일을 하는 건 폭력적 상황에 놓인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일본 문학이나 미국 문학처럼 전개가 빠른 걸 읽으면 멀미가 날 정도로 힘들다. 두 번째는 읽고 있는 책 안에서 읽어야 할 책이 무궁무진하게 나오기 때문에 그에 따라 책을 선정하기도 한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향한 사랑

Q. 책방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열성적인 팬으로 알고 있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모티브는 토끼굴을 들어가면 이상한 나라가 펼쳐진다는 것인데 이는 나의 어린 시절을 연상하도록 해 와 닿는 부분이다. 내가 태어난 곳은 정릉동이지만 유년시절은 부모님이 탄광일을 하셨기 때문에 태백에서 보냈다. 태백 곳곳의 폐광구역에는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표지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청개구리처럼 폐광구역에 들어 가 어른들한테 혼나는 일이 많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매번 읽을 때마다 다른 메시지가 마음속에 남는 책이다. 그래서 대학생 때부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관련 자료를 수집해 지금은 책이 300권이 있고 그 외에 LP판, 스티커, 우표, 피규어 등도 있다. 책은 외국까지나가 책방에서 오리지널 판본을 구입하기도 하고 희귀본 같은 경우는 영국 이베이에서 입찰해 구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 내가 앨리스 관련 자료를 많이 수집했다는 사실을 알고 여러 곳에서 전시회 의뢰가 들어온다. 무척이나 전시회를 열고 싶지만 책 저작권 문제가 있어서 현재는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앨리스가 발간된지 150년 된 해를 기념해 헌책방 한 켠에 자그마한 전시를 해 놓았다.

Q. 앨리스 관련 자료를 제외하고도 모으는 걸 좋아하는 수집광이라고 들었다

- 맞다. 그러나 앨리스 자료와는 수집 계기가 다르다. 앨리스는 책 내용 자체에 감동을 받고 지금까지 꾸준하게 수집을 하고 있지만 회사 다닐 때 수집한 물건들은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였다. 만년필, 벨트부터 시작해서 구두, 오토바이까지 모았다. 포장 그대로 간직하는 게 가치가 있기 때문에 구입한 그대로 집에 두곤 했는데 단가가 높아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데도 불구하고 빚이 생기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금은 물건도 정리하고 빚도 정리했다. 결국 현재는 카드가 아닌 현금만 사용하며 앨리스 관련 자료가 아니면 모으지 않는다.

◆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이야기

Q.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2007년 문을 열었는데 책 위에 먼지가 자욱한 헌책방 분위기와 달리 깔끔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 담배를 피우는 것도 아닌데 먼지에 취약한 편이다. 규모가 큰 헌책방에서 일을 배우면서 특히나 먼지 때문에 고생스러웠다. 그래서 먼지가 없는 깔끔한 헌책방을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인 헌책방 인테리어 계획은 없었다. 그런데 헌책방 오픈을 준비하던 중 일본에 깔끔한 분위기의 헌책방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본 역시 2~30년 전에는 현재 우리나라처럼 먼지가 그윽한 헌책방이 대부분이었다고 들었다. 헌책방 손님 대부분이 50대 남성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점차 경제 주체가 여성으로 바뀌면서 헌책방 고객 역시 여성들이 많아져 편의 부분에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현재는 깔끔한 헌책방이 많다. 헌책방을 오픈하기 전 일본 내에 있는 헌책방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이를 보고 벤치마킹했다.

Q. 박원순 서울시장 집무실도 작가님이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하다

- 박원순 시장을 희망제작소 때부터 알고 지냈다. 박원순 시장도 여러 군데를 다닐 정도로 헌책방을 좋아하는데 희망제작소가 인사동에 있다가 평창동으로 옮겼다. 그 뒤부터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 들려서 분위기를 보더니 마음에 드셨는지 희망제작소 사무실 디자인을 부탁했다. 이후 시장 집무실 디자인까지 맡게 됐다.

Q.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은 독서모임과 문화공연 등이 활발하게 열리는 지역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어떤 이유로 다양한 문화 행사를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 동네에서 문화 활동을 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동네 사람들이 헌책방에서 책을 읽기도 하지만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길 바랐다. 공연을 보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치장을 하고 나가는 것도 그 나름의 문화 향유라고 할 수 있지만 트레이닝복 차림으로도 밖으로 나와 가볍게 공연을 보는 것도 매력적이다. 또한 그만큼 동네에서 경제적인 소비가 이루어지는 게 동네 발전에 이점이 된다고 본다. 현재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에서는 독서모임과 다양한 문화공연을 하고 있다. 책방에서 독서모임을 하지 않으면 어디에서 독서모임을 해야 하는가하는 생각으로 2011년부터 독서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또한 더 많은 동네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강연이나 공연을 자주 준비하는 편이다. 현재는 5월에 헌책방을 재오픈 한 기념으로 7월까지 무료 공연을 하고 있다.

Q. 헌책방 운영을 하면서 가장 애먹을 때는 언제인가

- 진상(?) 손님이 많아서 힘들 때가 있다. 책값을 깎아달라는 손님, 설교하는 손님 등 본인이 해봐서 안다며 자신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래서 한 쪽 구석에 숨어 있을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손님들은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웃으며 넘어갈 때가 많다.

Q. 은평씨앗학교는 어떤 곳인지 궁금하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홈페이지에 배너가 있을 만큼 작가님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은평씨앗학교는 청소년대안학교다. 회사에 다니면서 자원활동을 한 곳인데 당시에는 야간학교였다. 회사에 다니면서 굉장히 허세적이고 일상적인 거짓말에 빠져서 살았다. 회사생활을 하다보면 타기업을 향해 거짓말을 하든, 상사에게 거짓말을 하든 필연적으로 거짓말을 하게 되는 삶이 싫었다. 회사생활을 하면서 좋지 않게 변하는 내가 야간학교에서 자원활동을 하면 조금이라도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것 또한 허세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학생들과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 은평씨앗학교가 된 지금까지 학생들에게 독서와 글쓰기를 가르치며 헌책방을 은평구에 자리 잡은 이유도 은평씨앗학교가 가깝기 때문이다.

   
 

◆ 독서 그리고 책방의 미래

Q. OECD 국가 중 우리나라 독서량이 가장 적다. 또한 통계청에 발표한 2013 국민독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이 9.2권으로 한 달에 1권도 읽지 않는다

- 모든 사람에게 책을 많이 보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다. 나처럼 책에 빠진 사람은 말려도 책을 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스스로 판단 후 적당히 읽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책을 전혀 안 읽는 수준이라면 심각하다. 책은 삶에 중요한 길잡이다. 그러나 독서란 잉여적인 행위로 여유시간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많이 있어야 한다. 동네에 도서관을 많이 짓는 등 시설을 갖추는 것보다 잉여적인 시간을 많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유 시간이 많다면 분명히 독서량은 늘어난다. 특히나 요즘은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느라 책을 읽을 시간이 상당히 부족한데 아이들에게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시간과 좋아하는 것을 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Q. 선생님이 꼽는 최고의 책은 무엇인가

-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을 첫 번째로 꼽을 수 있다. 허세 가득했던 고등학교 때 읽었던 책인데 벌레로 변한 평범한 가장이 굉장히 인상적이라 시간이 지나도 읽고 있다. 두 번째는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다. 책 분량이 많지만 알프스 산속에 위치한 요양소에서 주인공이 겪는 일을 다룬 내용이 현장감 있다. 특히나 더운 여름에 읽으면 마치 알프스 산에 있는 것 같은 시원한 느낌이 들 것이다. 세 번째 역시 토마스 만이 쓴 <파우스트 박사>다. 이 책의 배경은 2차 세계대전으로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중후반 역사를 재미있게 조망해 볼 수 있다. 네 번째는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옛 거장들>이다. 토마스 베른하르트는 오스트리아 작가를 ‘모두까기인형’이라고 부른다. 그가 큰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다 비난한다고 해서 생긴 별명이다. <옛 거장들>에서도 역시 주인공이 오스트리아의 예술가, 작곡가 등을 비난하는데 그의 비난이 독자로 하여금 짜증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당연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특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원작자인 루이스 캐럴을 연구하는 사람인 마틴 가드너의 주석본을 추천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나라의 앨리스 합본인 점이 흥미롭다.

Q. 요즘 동네서점이 대형·인터넷 서점과의 경쟁에 밀려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다

- 대형 서점은 그 나름대로의 일이 있고 작은 서점은 작은 서점 나름대로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즉 대형서점이 작은 서점을 죽이는 공격적인 마케팅은 자제 했으면 좋겠다. 요즘에 민감하게 떠오르는 주제로 도서정가제가 있다. 소비자들은 정가를 내고 책을 구입하지만 업자 입장에서는 공급률이 정가가 아니니 이게 정말 힘들다. 구입하는 책의 수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도매상, 중간상인 혹은 개인에게 일주일에 몇 번씩 책을 산다. 공급률을 정가로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형 서점은 당연히 서적 수를 많이 주문하니까 저렴하게 공급하는데 작은 서점 같은 경우에는 서적 수를 적게 주문하니 대형 서점보다는 비싸게 80%로 공급한다. 이건 마치 음식점에서 씨름 선수 한 명이 와서 10인분을 주문한다고 해서 깎아주는 게 아닌 것과 같다. 공급률만 정가제가 돼도 동네서점이 살길은 생긴다.

Q. 2008년 개업 이후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다. 꿈꾸는 훗날의 모습이 있나

- 변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전체적인 헌책방 디자인부터 심지어 책장 배치까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어느 가게를 가든 처음 마주했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가게가 매력 있다고 느낀다. 마치 잊히지 않는 첫사랑같은 느낌이랄까. 그만큼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이 많은 사람들에게 순수하게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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