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지난 2일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한국의료 긴급진단’ 토론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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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성모병원, 초기 대응에 문제 있었다”
“메르스 기본 정보에 대한 국가적 대응 취약”
“병원노동자, 정규직돼야 통합적이고 일원화된 감염관리체계 가능”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중동호흡기질환 메르스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9일 현재 메르스 확진자는 186명이며 사망자는 35명이다. 정부는 메르스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하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메르스 공포에 떨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로 수면 위에 떠오른 한국 의료를 진단하는 토론회가 마련됐다.

지난 2일 오전 10시,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한국의료 긴급 진단’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의 주최로 진행됐다. 사회는 의료민영화저지범국민본부 김경자 상임집행위원장이 맡았고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 보건의료노조 나영명 정책실장이 발제했다. 더불어 참여연대 김남희 복지조세팀장,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국장, 이정연 의료연대본부장, 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원, 노동자연대 장호종, 사회진보연대 박상은 정책위원이 토론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메르스 사태로 불거진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하며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발제를 맡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우석균 정책위원장은 시민사회 요구를 중심으로 메르스와 한국 의료의 문제와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우 위원장은 평택성모병원의 초동대응이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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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위원장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 첫 번째 메르스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로 확인되면서 환자가 입원했던 평택성모병원에서 역학조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역학조사에 따른 조치는 그 병실 환자와 가족들에 대한 격리조치에 그쳤고 병동은 격리되지 않았다. 8층의 같은 병동은 격리되지 않았으며 같은 층의 다른 병동도 격리되지 않았다. 

우 위원장은 “폐렴으로 입원한 1번 환자가 5월 15일에서 17일 사이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이미 여러 사람과의 접촉을 예상했어야 했다”며 “한국 병원의 일반적인 상황으로 볼 때 방문객, 문병객, 보호자, 공동구역 사용 등 병동 전체가 같은 구역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메르스의 병원 내 감염 발병에 대한 관련 논문을 보면 세계보건기구의 권고는 최소기준으로 간주해야 하고 병원 감염의 경우 병동 단위를 격리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메르스 기본 정보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취약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우 위원장은 “한국 정부는 이번 메르스 사태의 감염병 발발 위험소통에서 사실상 모든 원칙을 교과서적으로 다 어겼다고 할 수 있다. 정보를 늦게 공개했고 투명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대중의 신뢰를 얻지 못했고 이로 인한 대중의 공포를 무지 때문이라고 비난하고 괴담이라면서 단속의 대상으로 삼았다”며 “정부의 방치와 삼성서울병원의 오만이 메르스 사태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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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나영명 정책실장은 ‘메르스사태, 한국 의료에 던져준 과제와 나아갈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나 실장은 대한민국의 의료체계가 너무 허술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은 메르스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됐고 환자와 가족, 방문객, 의료진과 병원노동자들은 안전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했다. 제대로 된 매뉴얼조차 없었다. 시설과 장비, 인력은 턱없이 모자랐고 부실했다”면서 “국가방역체계는 완전히 뚫렸고 정부는 무능력과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실장은 2012년까지 10%를 유지하던 공공병원 병상 수 비중은 2013년 10%대 이하로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병원의 수도 부족하지만 공공병원의 시설과 장비, 인력도 열악하다. 우수한 의사 인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서는 공공병원에 복무할 우수의사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할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선 공공의료 활성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공공의료 확충과 의료공공성 강화야말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경제적 손실을 막는 길이라 할 수 있다. 국제영리병원을 설립하고 해외환자 유치와 의료수출에 집중하는 게 의료선진화가 아니라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모든 의료기관의 의료공공성 수준을 높이는 것이 의료선진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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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김남희 복지조세팀장은 감염병 관련법의 문제점에 대해 언급했다.

김 팀장에 공개한 세계보건기구 감염병 발생 소통 지침에 따르면 감염병 발생 시 주요 원칙은 신뢰, 빠른 공개, 투명성, 대중의 참여, 계획이다. 감염병이 발생하면 소통을 최우선 원칙으로 해야 하며 대중의 신뢰를 쌓고 유지하며 회복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또한 경제논리가 제기되더라도 공공의료 담당자의 첫 번째의 고려는 사람들의 건강이어야 한다. 

김 팀장은 국민의 알 권리 침해와 소통의 부재가 메르스의 비극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가 메르스 감염 병원명을 공개하지 않아 비극이 발생한 것“이라며 “감염병 관련 정보 비공개는 법 위반이고 국제 기준에도 반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국장은 메르스 사태를 통해 사업장 보건관리 실태와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해 주목했다. 최 국장은 “현재 민주노총이 사업장 단위로 적극적인 예방 조치를 위해 사업장 명단 공개를 (정부 측에) 요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수용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파견, 간접, 특수고용 등 비정규 노동자의 안전보건 조치가 미흡한 점도 꼬집었다. 

최 국장은 “병원에서 청소, 간병, 이송요원, 보안요원 등 비정규직 노동자 정보 제공도 안 되고 보호대상에서 누락됐다”며 “고용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안전보건조치는 비정규 노동자에게 차별 적용이 될 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위협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병원, 서비스 사업장을 포함해 전 업종에 유해위험업무 도급금지와 원청의 예방책임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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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공공운수노조 이정현 의료연대본부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 본부장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응급실 시설환경개선에 100억 원을 투자해 공간확대(600평)를 했지만 여전히 응급실 과밀화 133.2%로 전국 4위며 응급의료기관 평가결과는 하위 20%다. 하지만 의료기관 인증원은 지난해 삼성서울병원에 감염관리 부분 최고 점수를 준 바 있다.

이 본부장은 “이번 메르스 최대 감염지로 드러난 응급실은 의료기관 인증 평가에서는 감염관리 평가대상에서 아예 빠져 있었다”면서 “의료기관 평가 인증제도에 문제는 인증원 출범 과정에서부터 있었다. 당시 인증원 운영과 관련된 모든 사항이 하위 법령인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근거해 제도 운용의 투명성 보장이 어렵고 정부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병원사업장 비정규노동자 실태에 대해 “삼성서울병원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 중에서 비정규직은 35%이고 서울대 분당병원도 외주 하청노동자가 30%”라며 “병원 대부분이 수익성과중심, 대형화를 진행하면서 시설투자에서 생긴 손실을 인건비 절감으로 만회하고자 병원인력을 외주하청으로 돌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병원노동자 모두가 정규직으로 돼야 통합적이고 일원화된 감염관리체계에서 제2, 제3의 메르스 사태, 병원 감염으로부터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다고 이 본부장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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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과대안 이상윤 책임연구원은 병원 감염 예방을 위한 각국의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은 안전한 병원문화 구축을 위해 정부기구가 우선순위 결정, 연구 용역 진행, 지침을 제정한다. 이 연구원은 “병원 감염 예방에 대한 국가적인 체계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감염병의 최신 유행에 대한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노동자연대 장호종 활동가는 “최근 보도를 보면 삼성서울병원은 의도적으로 정부의 조사를 방해한 정황도 드러나고 있다”며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확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사회진보연대 박상은 정책위원은 “이번 메르스 확산 때 음압병실과 격리병실의 부족, 의료장비 부족 등의 문제가 드러났는데 안전을 위해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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