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전씨가 장 교수의 지시로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모습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최근 경기 K대학의 한 교수가 자신의 제자에게 인분을 먹이는 등 가혹행위를 일삼은 일명 ‘인분교수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해당 교수는 K대학 디자인 관련 학과 소속 장모(52‧남)씨다. 그는 국내 디자인 계통에서 유명한 인물이며 대통령 표창을 받는 등 많은 이들로부터 인정받았다. 하지만 자신의 제자 앞에서는 악마로 돌변했다. 

K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지난 2012년 졸업한 A모(29)씨는 장 교수의 권유로 학회 사무국에 취업했다. 그런데 2013년부터 장 교수는 ‘일을 못 한다’는 등이 이유로 A씨를 때렸다. 그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던 김씨(29)를 비롯해 정씨(26), 장씨(24)도 가혹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지난 2013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학회 사무국에서 일하면서 야구방망이로 맞아 전치 6주의 상해를 입는 등 여러 폭행과 가혹행위로 병원에 입원한 바 있다. 또 해당 교수는 A씨의 휴대전화를 빼앗고 이틀간 잠을 재우지 않고 굶기는 등 가혹행위를 저질렀다.

가혹행위에 가담한 학회 사무실 동료들은 A씨의 손과 발을 묶은 뒤 입에 손걸레를 물린 후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운 채 호신용 스프레이(겨자농축액)를 40여 차례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A씨는 얼굴에 2도 화상을 당하기도 했다.

이들의 엽기적인 가혹행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9월경부터 해당 교수와 다른 동료들이 페트병에 자신들의 인분을 담아 A씨에게 주면서 “먹어라”라고 했다. 장 교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며 때리라고 지시했으며 미리 설치된 캠(카메라)을 통해 다른 제자들이 A씨에 대해 가혹행위를 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아울러 장 교수는 A씨가 회사에 손해를 초래했다는 이유로 그의 월급을 떼고, 낮에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시킨 뒤 임금을 가져가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과정에서 만난 지인의 도움으로 가혹행위에 대한 증거 등을 모아 신고했다. 

장 교수는 자신의 가혹행위와 관련해 수사 과정에서 “제자의 발전을 위해 한 일”이라는 믿기 어려운 해명을 했다. 경찰 조사 초, 자신의 범행을 부인했지만 증거가 나오자 법원에 1억 원을 공탁하며 선처를 호소한 바 있다.

그렇다면 A씨가 교수의 가혹행위에 아무런 반발을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A씨의 심리에 대해 한국범죄심리학회 전대양 회장(가톨릭관동대 경찰행정학 교수)은 “A씨가 교수의 지시를 거절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을 것이고 앞으로 자신의 활동 분야도 특정돼 있기에 반발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 회장은 이를 ‘매 맞는 아이 증후군’으로 설명했다. 매 맞는 아이 증후군이란 어떤 학대를 계속 당하다 보면 반발을 못 하게 되는 심리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심하게 폭행을 당할 경우, 항의하게 되면 다시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무기력에 빠지고 공포에 질린 상태가 되는 것이다. 

장 교수와 함께 A씨의 가혹행위에 가담한 이들의 심리에 대해 전 회장은 “(장 교수가 가혹행위 모습을) 동영상을 찍어(장 교수에게 폭행 등을) 보고해야 했으므로 폭력이 더 심해졌을 것”이라며 “폭력의 가속화가 이뤄지기 쉬웠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동료들이 실행자 역할을 했기 때문에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인분을 먹게 한 행위에 대해 그는 “장 교수가 최대한의 모욕을 주기 위해 이 같은 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사회적으로 명성도 얻은 그야말로 ‘아쉬울 게 없는’ 교수가 이런 행위를 저지른 이면에는 다른 원인이 있었던 게 아닐까.

이에 전 회장은 “해당 교수의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 알기 어렵지만 아마 자신도 젊은 시절, 공부했을 때 제자한테 했던 만큼은 아니지만 어떤 불합리한 상황에 처해봤던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며 “예를 들어 누군가에게 많이 맞은 아이들이 나중에 어른이 되면 다른 사람을 때리는 경향이 있듯, 자신 역시 교수가 되기까지 이런 상황에 놓였던 경험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그는 “장 교수의 행위가 정신적인 살인과 비슷한, 인격적인 살인 행위”라고 밝혔다. 

한편, 장 교수가 소속된 K대학은 지난 16일, 교원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교수에 대한 직위해제와 파면을 의결했다. 또한 대학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 중이며 폭행에 가담한 재학생도 수사 결과가 통보되면 징계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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