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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신영복 선생은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교도소에서 출소한 이후 1989년부터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다. 2006년 정년퇴임 후에도 석좌교수로 재직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강의를 했다. 거의 25년간 대학 강의를 한 셈이다. 지난해 겨울 학기를 마지막으로 신영복 선생은 더 이상 대학 강의를 하지 않는다. 대신 강단에 서지 못하는 미안함을 <담론>으로 대신한다고 밝히고 있다.

2004년 출간된 <강의>에 이어 이번에 출간된 <담론>에서 신영복 선생은 동양고전 독법(讀法)을 통해 과거를 반성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뛰어난 관점으로 세계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훨씬 깊어진 논의와 풍부한 예화를 통해 동양고전 독법의 결정본을 만들어 냈다.

여기에 <시경>, <주역>, <논어>, <맹자>, <한비자>와 같은 고전을 통해 현재의 맥락에서 오늘날의 과제를 연결한다. 그렇기에 모든 고전은 과거와 현재가 넘나드는 곳이며 실제와 상상력, 현실과 이상이 넘나드는 역동적 공간이어야 한다고 신영복 선생은 말한다.

신영복 선생의 대표 저서 <감옥으로부터 사색>은 가족에게 보낸 옥중 서신을 모아 출간한 책이다. 하지만 징역살이 당시 국가권력에 의해 편지 내용을 검열받게 되자 당시 편지에 미처 하지 못한 말과 <감옥으로부터 사색>에서 읽을 수 없었던 징역살이의 고달픔과 괴로움도 서술했다.

이어 신영복 선생은 자전(自傳)적인 글들을 통해 징역살이 당시 자살하지 않은 이유는 ‘햇볕’ 때문이었다고 술회한다. 2시간밖에 못 쬐는 신문지 크기만 한 햇볕에 온기는 살아있음의 절정이었다고 신영복 선생은 말한다. 신영복 선생에게 겨울 독방의 햇볕은 자살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였고 생명 그 자체였다.

긴 터널과도 같은 무기징역수의 삶 속에서도 신영복 선생은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좌절할 수 있는 교도소 생활 속에서 역사와 사회 그리고 인간을 배웠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개조하고 변화시킴으로써 자신을 지켜낸 신영복 선생. 이 때문에 우리는 신영복 선생을 이 시대의 어른이라고 부른다.

<담론>은 신영복 선생이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를 녹취한 원고를 저본으로 한다. 물 흐르듯 담담하게 펼쳐내는 <담론>속에는 신영복 선생 고도의 절제와 강건한 정신이 깃들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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