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인 기흥구 지곡동에 위치한 지곡초등학교 ⓒ투데이신문

용인 지곡초 30m 앞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건립 예정
등교 거부 투쟁·공사 현장서 대치 상황까지 벌어져

대책위 “대량의 유해 화학 물질 배출될 것”
사측 “연구소는 화학 물질 대량 사용 안 해”

환경영향평가서 목본 140개 누락…엉터리 조사?
한강청 “환경영향평가 아닌 전략환경평가로 문제 없어”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실크로드시앤티의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가 지난해부터 건립을 시작했지만 심한 반대여론에 부딪히며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가 지어질 용인시 기흥구 지곡동 부아산 인근에는 지곡초등학교와 부설 병설유치원이 3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실크로드시앤티가 학교 앞에 유해 화학 물질을 배출하는 연구소가 건설되면 학생건강뿐만 아니라 생태 체험을 위해 올라가는 부아산을 파괴할 것이라며 공사를 반대하고 있다.

현재 지곡초등학교 학부모들과 인근 자봉마을써니밸리 아파트 입주자 등으로 구성된 ‘지곡초안전비상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의 입구가 될 장소에 캠프를 차리고 행여나 공사가 진행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주민들이 24시간 돌아가며 캠프를 지키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13년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가 건립될 사업부지의 환경영향평가도 허위‧부실 논란에 휩싸여 대책위는 연구소 건립 사업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고 더욱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실크로드시앤티는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가 연구소일 뿐 공장이 아니기 때문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대량으로 들어오지 않는다며 연구소 건립을 반대하는 대책위 주민 11명에 대해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손배소를 제기한 상태다.

이처럼 올해 초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는 ㈜실크로드시앤티와 대책위의 갈등 내막에 대해 살펴봤다.

천식·아토피 안심 학교 근처에 콘크리트 연구소?

지난해 2월 용인시와 ㈜실크로드시앤티는 연구소 설립을 위한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실크로드시앤티는 200억원을 투자해 기흥구 지곡동 439-12번지에 위치한 부아산에 1만 1378㎡ 부지, 4766㎡의 건축연면적과 4층 규모(연면적 기준으로 1580평)의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를 내년 2월초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하지만 부아산 인근에는 천식과 아토피 안심 학교로 지정된 지곡초등학교와 부속 병설유치원이 위치해있다. 대책위에 따르면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는 지곡초등학교와 불과 30m밖에 안 되는 곳에 건립된다. 더욱이 부아산에는 100살에 가까운 신갈나무가 서식하고 있으며 20~30년생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초등학생들이 생태 체험을 위해 올라가기도 한다.

이에 대책위는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가 들어서면 환경이 파괴되고 인근 초등학생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올해 2월 용인시청을 방문해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불발됐다. 지난 4월에는 대책위가 제출한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이 기각되자 ㈜실크로드시앤티는 공사를 진행했으나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중단됐다.

결국 대책위는 지난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사흘 동안 등교거부투쟁을 벌였고 지난 6월 22일에 회사 직원과 주민들이 공사 현장 입구에서 대치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는 등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책위는 부아산에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가 건립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지난 2013년 2월 교육부가 ㈜실크로드시앤티의 사업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 추천서를 받은 용인시가 2014년 9월 사업 허가를 내줬다”고 지적했다.

대책위의 정보공개청구 요구에 따라 교육부가 공개한 정보 내역을 살펴보면 ‘부아산의 산림은 경제성이 없는 잡목이며, 초등학교가 50m 떨어져 있다. 여기에 주된 공사지역은 반대쪽에 위치해 있고 10m 포장 도로가 개설돼 있다’고 적혀있다.

   
▲ 지곡초등학교 앞 도로 ⓒ투데이신문

하지만 대책위는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와 학교의 거리는 30m에 불과하고 공사장의 출입구는 학교 정문이다”라며 “지곡초의 유일한 입구인 정문 앞에 펌프카와 대형트럭 등이 지나다니게 돼 학생들이 교통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걱정했다.

이에 한 주민은 “과거 용인 소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도 공사를 하다가 레미콘 차량에 초등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공사가 시작되면 학교 앞에 레미콘 차량과 같은 대형 차량이 다니는 것은 뻔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곡초등학교 앞 도로는 3m로 왕복 2차선임을 감안하면 6m에 불과하다. 도로 옆의 하수구 폭까지 합해야 6.8m가 된다. 실제로 대책위는 레미콘 차량을 불러 도로에 진입할 수 있는지 실험해봤으나 도로 폭이 좁은데다 중앙분리대 때문에 레미콘 차량이 진입할 수 없었다.

대책위가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건립에 가장 반발하는 이유는 바로 유해 화학물질을 다루는 시설이 학교 앞에 건립된다는 것이다. 지난 4월 학부모들은 교육부에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의 화학물질 유해성에 대해 질의했지만 교육부는 인력과 예산부족을 탓하며 유해 화학물질에 대해 평가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책위는 용인시 도시계획과에 찾아가 담당 공무원에게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가 안전한지에 대해 물었으나 담당공무원은 “일 년에 40kg짜리 시멘트 한 포를 연구하는 안전한 시설”이라는 답변만 내놓았다.

이에 대책위의 최병성 목사는 “200억원을 투입해 건립하는 연구소인데 40kg에 4000원 하는 시멘트 한 포를 연구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콘크리트가 공사현장까지 가는데 굳지 않도록 건물용도에 따라 화학물질을 사용한다. 회사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샴푸와 비누처럼 만져도 되는 안전한 물질이라고 나와있지만 이러한 물질을 사용해 콘크리트가 온전히 공사현장까지 갈 수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계속해서 최 목사는 “회사에서는 공장이 아니라 연구소이기에 안전하다고 하지만 공장에서 사용하는 화학물질은 포름알데히드, 시클로헥산, 나프탈렌, 메틸알콜과 같이 암을 유발하는 유해 화학물질”이라며 “이러한 화학물질을 다루는데 연구소라고 다르겠는가”라고 말했다.

이른 아침부터 대책위 캠프를 지키고 있던 주민 전경주씨는 “24시간 내내 주민들끼리 돌아가며 캠프를 지키고 있다”며 “공사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 학교 앞에 유해물질을 다루는 연구소가 들어온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이곳에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가 세워진다면 학교가 없어지는 것은 순식간이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마찬가지로 캠프를 지키던 신희숙씨도 “여기는 다산마을이다. 한 집에 자녀들이 둘은 기본이다. 젊은 세대와 실버 세대가 어울려 살고 있지만 갈등 없이 잘 지내며 산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엔 약 1100세대가 살고 있는데 학교 앞에 공원은 못 만들어줄망정 있는 것을 해체하는 행위는 도대체 무엇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부아산 환경영향평가, 엉터리?

대책위의 최 목사는 자료를 보여주며 “부아산의 환경영향평가 조사서가 엉터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2013년 5월 8일 업체에서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와 2015년 6월 1일과 7월 1일 제조사 모두 같은 조사원이 나왔지만 조사 위치도 제대로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 목사는 “7월 1일 제조사에서는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건립 장소와는 전혀 상관없는 보존녹지 지점을 조사했다”며 “2013년에 처음 실시한 환경영향평가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13년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된 부아산의 3곳의 표본지를 찾아가 확인해 본 결과 표본지 1지점은 환경영향평가 식생조사표에 기록돼 있는 산딸기와 철쭉 국수나무 등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표본지 1지점 입구에 보이는 팥배나무와 개옻나무는 기록에 빠져있었다.

최 목사는 “사업지 입구에서 고작 20m거리에 개옻나무가 16그루다”라며 “키가 6m가 넘는 나무들인데도 불구하고 환경영향평가에 빠져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표본지 2지점에는 철쭉, 노간주나무, 노린재나무, 국수나무, 땅비싸리, 진달래 등이 기록돼 있으나 실제로는 팥배나무, 때죽나무, 개옻나무, 생강나무가 존재하고 있었다.

표본지 3지점에는 5월이 되면 꽃이 활짝 피는 애기나리가 넓게 분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환경영양평가에 애기나리는 단 한 포기도 기록되지 않았다. 오히려 한 포기도 존재하지 않는 고사리가 기록돼 있었으며 밭에서 자라는 식물인 냉이가 기록돼 있었다.

최 목사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에 누락된 목본은 74개, 초본은 66개로 총 140개가 누락돼 있었다.

이처럼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최 목사는 “환경영향평가가 2년 전에 작성된 것이지만 목본의 종류가 달라지거나 초본의 변화가 생길 수는 없다”며 “2013년에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는 부아산 식생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 ⓒ투데이신문

지난 2013년 환경영향평가서에 의해 부아산은 녹지등급 7등급(20년 미만의 숲)판정을 받아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 건립 인허가가 떨어졌다. 하지만 최 목사와 대책위는 부아산에는 100년 가까이 된 신갈나무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원시림이나 자연 식생에 가까운 8등급(20년~50년 사이의 숲)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이러한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지난 6월 18일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의 외부 전문가 6인은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한강유역환경청의 외부 전문가 6인은 2월 6일과 3월 25일 현장에 들렀으나 조사지점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20분 정도 부아산을 훑어보고 가버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책위는 7월 9일 한강청을 방문해 6월 1일과 이달 1일 두 차례 재조사한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을 설명하며 부아산 현장을 확인해 달라 요청했으나 당시 한강청 국장은 “부아산의 녹지등급은 7등급(20년 미만의 숲)이므로 현장에 나갈 필요가 없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목사는 “한강청 국장 말에 따르면 확인도 하지 않았는데 7등급 평가가 내려진다면 환경영향평가는 왜 하느냐, 한강유역환경청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결국 지난 16일 새정치 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실 관계자와 생태 전문가, 환경청 청장과 실무자, 업계 관계자들이 부아산을 찾아와 환경영향평가서에 기록돼 있는 목본과 초본을 찾았지만 찾지 못하는 촌극을 빚었다.

우원식 의원실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 통화에서 “환경영향평가는 사업부지가 될 장소에 대해 있는 그대로 기록해야 한다”며 “조사 위치조차 찾지 못하고 목본과 초본도 맞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고 허위로 작성됐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절차에 인허가가 났다면 대책위와 사업자 그리고 용인시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며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것이다”고 덧붙였다.

   
▲ 지난 16일 우원식 의원실, 한강청, 업체 관계자들이 부아산을 다시 찾았다. ⓒ투데이신문

답답한 한강청·㈜실크로드시앤티

한강유역환경청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2013년 부아산에서 실시된 것은 환경영향평가가 아닌 전략환경평가”라며 “환경영향평가를 하려면 골프장과 같은 대형 사업이어야 사계절 조사를 하고 정밀 조사를 한다. 연구소와 같은 건설사업은 입지 타당성을 검토하는 것이기 때문에 멸종위기의 동‧식물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전략환경평가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써니밸리 아파트와 지곡초등학교도 모두 큰 맥으로 봤을 때는 부아산의 신갈나무 군락을 깎고 지어졌고 같은 지점에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가 지어지는 것 뿐” 이라며 “전략환경평가가 부족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거짓‧허위로 작성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실크로드시앤티 관계자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책위에서는 연구소가 아닌 공장이 지어지고 심지어는 독가스가 유출될 것이라고 하는데 우리 회사는 콘크리트 혼화제 연구소를 짓는 것”이라며 “발암물질이라고 주장하는 포름알데히드는 이미 시장에서 사양화에 들어선 제품이고 회사는 작년에 생산 설비를 매각했다. 생산 설비를 매각한 제품을 연구실에서 연구하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연구소는 공장이 아니기 때문에 대량의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설사 소량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연구 과정에 의해 안전하게 관리하도록 돼있다”며 “공장처럼 대형 트럭이 대량의 제품을 싣고 들어오고 나가는 것도 아니고 위험한 화학 물질의 원재료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도 아니다”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공사에 의해 지곡초등학교 학생들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연구소 공사는 1년 정도 소요 될 것으로 본다. 여기에 실제 레미콘이 다니며 공사하는 기간을 5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며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주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고 말했다.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회사에서 실시한 환경영향평가는 샘플조사였고 실제 용역업체가 환경영향평가에서 실수했을 수 있다”며 “연구소가 건립될 사업부지의 녹지등급은 7등급이 사실이고 만약 8등급이라면 같은 부지에 있는 지곡초등학교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우리 회사는 중소기업으로 6개월간 공사가 지체돼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지금도 당장 공사를 진행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하지 않은 이유는 주민들과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 지곡초에서 바라본 부아산 ⓒ투데이신문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