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0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중앙위원회의에서 문재인 대표 등 참석자들이 사무총장제 폐지와 시도당에 공천원 이당, 종이당원 퇴출 등 혁신안 내용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내분에 휩싸인 새정치민주연합, 해법은 과연
문재인 대표 리더십 부재, 초선이라 미안해

조직의 팔로잉 의식도 없어, 문재인 무시 경향 뚜렷
서로에 대한 신뢰 쌓지 못하면 해법은 아무 것도 없어


새정치민주연합이 창당 이래 최대 위기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 위기는 외부적인 요인이 아니라 내부적인 요인에 기인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분당론에 신당론까지 겹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이 과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더 나아가 차기 대권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민낯은 그야말로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야권 지지층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식에 연일 ‘한탄을 금할 길이 없다’는 모습이다.

【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새정치민주연합은 ‘혁신’, ‘탈당’, ‘분당’, ‘신당’ 등이 뒤섞이면서 야권 지지층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실망감을 넘어 무관심으로 치닫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가다가는 새정치민주연합이 과연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마저 쏟아지고 있다. 혹자는 이런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실망감을 문재인 대표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고 있고, 혹자는 비주류의 과도한 발목잡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유권자들이 정당을 선택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 중 하나가 정당의 안정성이다. 정당이 어느 정도 안정적이라고 판단되면 유권자들은 그 정당을 집권 가능한 정당으로 인식해서 투표를 하게 된다. 만약 당 내분이 극심한 경우 유권자들은 집권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외면해 버린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는 탈당과 함께 신당 창당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오는 9월 신당 창당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당내 현역의원 20~30명 정도가 탈당해 신당에 합류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끊임없이 탈당과 신당 창당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여론이 결국 야권 지지층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 야권 지지층의 바람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결속력을 갖고 단단하게 단합해서 내년 총선과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라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대로 안 된다’라는 응답이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다. 그것은 단순히 문재인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새정치민주연합 현재의 모습에 대한 불만이다. 즉, 당이 결속력을 갖고 똘똘 뭉쳐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에 대한 불만이지 문재인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문재인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이라고 한다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표는 차기 대권 주자 지지율 1~2위를 달리지 못한다. 문재인 대표에 대한 희망을 걸고 있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의 문제에 대해 실망감을 갖고 있는 것이다.

야당의 근본 문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근본적인 문제는 ‘당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일단 당 대표를 선출하면 그 사람이 친박이건 비박이건 일단 인정하고 본다. 당 대표를 향해 직접적인 비판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당 대표가 친노이건 비노이건 일단 선출을 해놓고도 계속해서 비판을 가한다. 마치 내일은 만나지 않을 사람들처럼 공격을 한다. 그 공격이 고스란히 언론에 노출되면서 계파 갈등으로 비춰진다. 이는 결국 당 대표를 끌어내리는 모양새가 된다. 당 대표가 1년을 넘기지 못하는 것이 태반이다. 당 대표가 1년을 넘기지 못하니 결국 혁신은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혁신을 추진하려면 당 대표가 최소한 1년 이상을 역임해야 한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당헌과 당규대로 임기를 채운 당 대표가 없다. 그러다보니 당 대표에 대한 권위는 땅에 떨어지게 됐다. 더욱이 문재인 대표는 초선 의원이다. 초선 의원보다 다선 의원이 많은 정당에서 초선의원이 당 대표가 됐다는 것을 다선의원들은 인정하지 않게 된다. 때문에 문재인 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어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정치권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점에 대해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도 부족하지만 당원들의 ‘팔로잉’ 정신도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일단 당 대표를 선출하고 나면 당 대표를 신뢰하고 당 대표의 발언을 어느 정도 수용해서 수행해야 하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런 정신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이렇게 하자’라고 하면 당원들 상당수가 아무런 불만을 갖지 않고 행한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 문재인 대표가 ‘이렇게 하자’라고 하면 최고위원회의를 불참하는 등의 항의를 한다. 사무총장 인선 때에도 이종걸 원내대표가 불참했고, 지난 2월 김경협 수석사무부총장 임명에 반발해서 주승용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를 불참하기도 했다. 최고위원들 조차 문재인 대표의 말 한 마디에 불만을 품고 최고위원회의를 불참하는 것이 다반사이다. 또한 공식석상에서 문재인 대표 옆에 앉아있는데도 불구하고 당 대표를 비판하는 것 역시 다반사이다. 최소한 당 대표라고 한다면 당 대표의 권위를 어느 정도 살려주면서 비판을 해야 하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은 그런 것이 부족하다.

권위 서지 않는 당 대표

이는 비단 문재인 대표 때에만 그러했던 것이 아니다. 비노 인사가 당 대표에 앉았을 때에도 친노 인사가 당 대표에 앉았을 때에도 당 대표를 무시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다보니 당 대표의 권위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것이 결국 현재의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점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또 다른 문제점은 ‘애당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툭’하면 탈당 이야기를 꺼내든다. 야당은 그동안 국민의 이름이라는 미명아래 탈당과 분당과 신당 창당을 계속해왔다. 민심이 조금만 좋지 않다고 판단하면 무조건 탈당에 분당에 신당 창당을 해왔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호남 민심이 악화됐다고 판단한 인사들이 탈당과 신당 창당을 입에 꺼내들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애당의식이 있다면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그 문제점을 고칠 생각을 할 텐데 애당의식이 아예 없으니 툭하면 분당에 신당 창당 카드를 꺼내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과거 신한국당부터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에 이르기까지 가급적 정당을 바꾸지 않으려고 했다. 이는 애당의식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 당 내부에서 문제점을 개혁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조금만 문제점을 발견하면 때려 부수고 새로 집을 지었다. 그것이 지금까지는 먹혀들었다. 하지만 야권 유권자들도 지쳤다. 때려 부수고 새로 집을 짓는 행위에 대해 이제는 지쳐가고 있다. 가급적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문제점을 해결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바람과는 달리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고 있다. 계속해서 9월 분당론이 제기되고 있고, 신당 창당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당 창당을 제기하는 세력은 일단 외곽으로는 천정배 의원이 있다. 일각에서는 천정배-정동영-김두관 삼각 편대가 신당 창당을 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한편으로는 내부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가장 확실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은 정대철 상임고문과 박주선 의원이다. 정대철 상임고문과 박주선 의원은 현역의원 20~30여 명 정도가 탈당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탈당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분명한 것은 탈당과 신당 창당 이야기가 당내 금기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당 및 신당 창당의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 호남 신당론이 나오고 있는데 그렇다면 과연 새정치민주연합 내의 호남 의원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동아일보>는 호남 의원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했다. 동아일보가 호남 의원 25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신당 창당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한 의원은 17명이었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 신당에 합류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21명이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3명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대답했고, 박주선 의원 혼자만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응답했다. 즉, 신당 창당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탈당을 해서 신당에 합류할 의사는 없다고 응답한 것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신당에 현역 의원이 합류할 경우는 결국 이삭줍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의원들이 대거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신당의 동력 자체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이 탈당해서 신당에 합류를 한다면 그 명분은 더욱 약해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신당을 창당하려는 무리들은 새정치민주연합이 공천을 시작하기 전에 탈당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핵심은 공천

결국 핵심은 ‘공천’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혁신위원회가 얼마나 공천에 대해 명확한 룰을 제시하느냐 여부이다. 특히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설치는 그 핵심 중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는 공천 심사에 절대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평가위원회의 점수는 공천 심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런 이유로 평가위원회 구성이나 교체지수 등에 대해 현역의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혁신위는 100% 외부 인사로 채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비주류에서는 문재인 대표가 평가위원장을 임명할 경우 비주류 학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평가위원 임명을 혁신위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비주류는 혁신위 역시 문재인 대표 사람들로 채워졌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혁신위에서 평가위원을 임명한다고 해도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어떤 식의 공천혁신안이 나오더라도 비주류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세상에 완벽한 공천룰이라는 것은 없다. 결국 비주류는 어떤 식으로든 반발을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비주류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전략공천’이다. 내년 총선 공천에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경선 혹은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 현역의원들의 대거 물갈이를 하자면 전략공천이 필수불가결하다. 문제는 얼마나 공정하게 전략공천을 하느냐는 것이다. 비주류는 지난 2012년 총선 당시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당시 한명숙 대표 체제였는데 전략공천으로 비주류가 대거 학살당한 경험이 있다. 이로 인해 비주류는 문재인 대표가 내년 총선 공천에서 전략공천을 휘두르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고 있다. 이 의구심을 해소하지 않으면 당내 분란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비주류는 문재인 대표가 혁신위를 꾸리는 것도, 현역 교체지수를 제시하는 것도, 최고위원회 폐지와 사무총장 폐지를 하는 것도 모두 문재인 대표가 전략공천을 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문재인 대표와 주류 측은 내년 총선 공천에서 공천권을 휘두를 생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비주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표의 말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비주류는 문재인 대표가 당 대표에서 내려오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결국 문재인 대표는 전략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예 당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주류가 좀처럼 의심을 내려놓지 않고 있기 때문에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부 문제는 신뢰의 문제이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믿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내부 분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상대를 인정하고 상대와 함께 제대로 잘 지내야 하는데 상대를 그저 죽여야 하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제점이다. 한 정치평론가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 문제는 결국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분석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처럼 상대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생기는 내분이 계속 유지가 되면 내년 총선도 실패할 것이 분명하고 차기 대권도 얻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새정치민주연합 내부 문제를 내부에서 풀어야지 새로운 정당을 통해 풀겠다고 하면 야권 전체가 망하는 지름길이 된다. 왜냐하면 야권 지지층은 신당 창당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잘돼야 야권도 함께 잘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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