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하반기 핵심 개혁과제 ‘노동개혁’
새누리당에게 모든 것 떠넘기기 작전 성공

새누리당, 표 잃을 각오 했지만 진짜 잃을 수도
노동계·야당 반발로 인해 성공 가능성은 희박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노동개혁의 칼을 꺼내들었다. 노동개혁은 하반기 정치권의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노동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가장 핵심은 과연 노동계의 반발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벽에 부딪혀서 좌절될 것인가 아니면 뚫고 나갈 것인가, 기로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노동개혁 자체가 녹녹해 보이지는 않는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박근혜정부의 상반기 최대 성과는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정국이라는 파장을 불러일으켰지만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무원연금 개혁이 이뤄지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 성과를 이어 박근혜정부는 하반기 과제로 노동시장 개혁을 언급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 개혁과 관련해서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세대 간 상생을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언급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7월 20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국민과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면 표를 잃을 각오로 노동 개혁을 해나가겠다”며 “노동 개혁은 한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만큼 어떤 반대나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헤쳐 나가겠다는 다짐을 드린다”고 밝혔다.

노동개혁 기치 올렸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모두 노동시장 개혁을 강조했다. 노동시장 개혁은 박근혜정부에게 가장 큰 의미일 수 있다. 박근혜정부는 3년 동안 이렇다 할 큰 성과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 박근혜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는 ‘세종시 이전’을,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살리기’ 등을 국정기조로 해서 성과를 올렸다. 반면 박근혜정부는 3년차가 됐지만 내놓을만한 성과가 없다. 때문에 박근혜정부는 노동시장 개혁을 성과로 내세우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더욱이 비즈니스 프랜들리를 강조한 박근혜정부로서는 대기업에게 줄 큰 선물로 노동시장 개혁을 꼽고 있다.

한 가지 특징이 있다면 공무원연금 개혁과 마찬가지로 새누리당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경우에도 새누리당이 주도적으로 추진했고, 야당과 합의를 이뤄냈지만 박근혜정부 최대 치적 중 하나로 평가를 받고 있다. 즉, 재주는 곰이 부렸지만 실익은 곰주인이 챙긴 형국이다. 사실 공무원연금 개혁이나 노동시장 개혁 등은 정부가 그 법안을 마련하고 새누리당이 야당과 협상을 하면서 추진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순서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시장 개혁을 주문하고, 그 법안은 새누리당이 마련해서 야당과 협의를 하는 형국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청와대 출장소냐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열린 당‧정‧청 회의는 68일 만에 열렸다. 이날 회의에서 당‧청 관계 회복이라는 말이 계속 나왔다. 하지만 그 속내를 살펴보면 노동시장 개혁에서 정부와 청와대는 일단 뒤로 빠질테니 새누리당이 법안을 마련하라는 식의 뉘앙스가 풍겼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마찬가지로 노동시장 개혁 역시 새누리당이 법안을 마련하고 야당과 협상을 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새누리당을 계속해서 압박할 수 있다.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입김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임금피크제가 뭐기에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 내용은 ‘임금피크제’와 ‘성과중심’이다. 정년이 60살로 연장되면서 기존의 연공서열식 임금체계가 될 경우 기업은 상당히 많은 비용을 감내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신규직원을 뽑고 싶어도 뽑지를 못하게 된다. 때문에 임금피크제를 통해서 신규직원을 뽑을 통로를 열어두는 것이 임금피크제의 핵심 내용이다. 정년을 60살로 볼 때 가장 활발하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이에서 가장 많은 임금을 받고 그 이후에는 점차적으로 임금이 깎이는 것이 임금피크제이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임금 부담이 다소 줄어들면서 그 여유로 신규직원을 뽑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 아울러 기존 연공서열식에서 성과중심으로 바뀌면서 능력 있는 사람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으로 바꾸자는 것이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이다.

이는 노동시장에 유연성을 주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가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 정부 측의 논리이다. 임금피크제는 호봉제에 기반을 둔 임금의 경직성을 해소해 고용 안정과 신규고용을 창출하는 임금체계 개편의 방안 중 하나이다. 근로자들의 직무와 능력을 토대로 임금체계가 개편돼야 일의 능률이 오르고, 글로벌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금피크제 또한 정년 연장과 맞물려 기존 근속기간 중심에서 성과 중심으로 바꾸는 작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 채용과 퇴직 전 과정에서 합리적 인사평가 기준을 마련하면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용단계에서부터 객관적이고 능력에 입각한 채용 기준을 마련해 학벌, 집안, 인맥 등 외부적 요인이 작용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업무 이동, 승진 등 인사관리 영역에서도 능력과 성과에 따른 평가기준을 마련해 보상체계를 적용한다면 고용 형태에 따른 격차도 해소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능력과 성과가 아닌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정규직 임금의 절반을 받는 것이 지금의 임금체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과 중심의 합리적 인사평가와 관리 기준을 마련한다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공동 인식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정년이 60살로 연장되면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에 있어서는 이론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정년 60살로 연장됐다고 해서 실제로 정년 60살을 완전히 지키는 직장은 공무원 이외에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오정(45세가 정년)·오륙도(56세까지 정년퇴직 하지 않으면 도둑놈)라는 우스갯소리가 세태를 반영하듯 실제로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직장이 흔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결국 노동력 착취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게 된다면 세대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청년층 일자리가 부족한 것이 꼭 장년층의 과도한 임금 때문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청년층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기업이나 사회가 그만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장년층의 정년 연장에서 비롯된 과도한 임금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청년층이 장년층에 대해 오해를 할 수도 있고, 장년층 역시 청년층을 향해 나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박근혜정부가 청년층과 장년층을 갈라놓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청년층 일자리는 기업들이 쌓아놓고 있는 사내유보금만 풀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임금피크제 도입과 함께 성과중심으로 바뀌게 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쉽지 않은 개혁기치

때문에 노동계는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혁을 ‘개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계는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동시장 개혁을 최대한 저지를 하겠다는 것이 노동계의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에 맞서 총파업을 결의했다. 한국노총은 지난 7월 2일 총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89.8% 찬성률로 총파업이 가결됐다. 한국노총의 총파업 결의는 1997년 이후 18년 만이다. 한국노총은 곧바로 총파업에 들어갈 수 있지만,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추진 여부에 따라 파업 시기를 결정하기로 했다. 총파업에 돌입하면 총파업이 가결된 사업장 1,403곳에서 조합원 45만여 명이 참여하게 된다. 국내 양대 노총 가운데 하나인 민주노총도 노동시장 구조개혁안 철회를 주장하며 2차례나 총파업을 실시했다. 지난 4월 24일 1차 총파업에 이어 7월 15일에는 2차 총파업을 가졌다. 또 양대노총 제조부문은 7월 22일 공동파업을 실시했고, 공공부문 역시 오는 9월 11일 파업을 예고하는 등 정부정책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노동계의 반발이 커지면서 노동시장 개혁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노동시장 개혁을 완료시키기 위해서는 야당과의 합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야당이 합의할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야당으로서는 노동계의 반발을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야당으로서 만약 노동시장 개혁에 합의를 해주게 된다면 표를 잃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노동시장 개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다. 노동시장 개혁은 공무원연금 개혁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공감대가 널리 형성됐다. 아울러 공무원노조도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다만 그 폭이나 수준 정도를 놓고 정부·여당과 다른 시각을 보였다. 이는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하지만 노동시장 개혁 문제는 시각 차이가 완전히 갈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함께 성과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노동계는 임금피크제 도입뿐 아니라 성과중심제로도 바뀌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즉, 정부‧여당의 노동시장 개혁에 대해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시장 개혁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표를 잃을 각오’로 노동시장 개혁을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새누리당 내부 사정은 다르다. 내년 총선을 준비해야 하는 새누리당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과연 ‘표를 잃을 각오’로 노동시장 개혁에 적극적으로 동조할 수 있을지 의문점으로 남는다. 벌써부터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면 내년 총선에서 표를 얻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노동계를 설득하지 않고 무조건 밀어붙이기를 한다면 내년 총선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새누리당 내부에서 노사정 사회대타협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도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드는 것이 노동시장 개혁을 원만하게 이룰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결국 남은 것은 여론전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서는 여론전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역시 여론전의 승리로 인해 추진됐듯이 노동시장 개혁도 여론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김무성 대표는 연일 노동계를 방문해서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마도 앞으로 전개될 여론전은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최대한 강조하면서 ‘귀족노조’ 등으로 노동계와 국민을 갈라치기할 것으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판단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노동계의 반발에 대해 “나라가 위험해지면 그 위험한 상황에 대해서 국민들, 일반 국민들의 힘을 빌려서 개혁할 수밖에 없다”며 여론의 힘을 빌려 노동시장 개혁의 당위성을 밀어붙일 것을 주문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등 야당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야당으로서는 노동계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다. 노동계는 앞으로 야권을 계속 압박해서 노동시장 개혁을 좌절시키고자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야권은 ‘좌클릭’ 할 수밖에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일부 인사들은 중도보수 성향의 정당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노동시장 개혁이 최대 이슈가 된다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어쩔 수 없이 좌클릭을 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좌클릭을 하게 되면 당내 내분을 어떤 식으로 봉합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이슈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불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노동시장 개혁이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어쩌면 내년 총선의 최대 화두가 노동시장 개혁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되면 노동계의 대규모 정계진출도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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