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23일 삼성본관 정문서 故 황민웅씨 추모제 열려

   
▲ 고 황민웅씨 10주기 추모제 민중가수 박준이 추모 노래를 부르고 있다 ⓒ투데이신문

아직 끝나지 않은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문제
“말로만 하는 사과보다는 진심어린 사과해야…”
삼성 무노조 경영형태 끝까지 규탄할 것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장대비가 내리던 지난 23일 오후 5시 삼성본관 정문에서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 황민웅씨 10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1997년 기흥 삼성반도체공장에 입사한 고 황민웅씨는 입사한 지 7년이 지난 2004년 10월에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을 진단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9개월가량 병마와 싸우던 황민웅씨는 31살이 되던 2005년 7월 23일 숨졌다. 당시 아내인 정애정씨는 29살이었다. 큰아들은 3살, 둘째 딸은 뱃속에 있었다. 10년이 지나 고 황민웅씨의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됐고 딸은 4학년이 됐다. 

이 날 추모식에는 고 황민웅씨 유족 정애정씨와 삼성직업병가족대표인 백혈병 피해노동자 송창호씨, 재생불량성빈혈로 투병중인 유명화씨의 아버지 유영종씨, 그리고 뇌암으로 아내를 잃은 유족 정희수씨를 비롯해 전태일 노동대학 김승호 대표, 원진산업재해자협회 박민호 위원장,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콜트콜택과 기륭전자 해고 노동자, KT 민주동지회, 좌파노동자회 그리고 일반시민들이 참석했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 위원장의 추모제 시작을 알리는 발언과 함께 추모제 진행을 맡은 임경옥 삼성일반노조 사무국장은 “고 황민웅씨 추모제에 참석해 주신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하다”며 “작년 5월 31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언론에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1년 3개월이 지난 지금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고 말로만 하는 사과, 말로만 하는 보상, 말로만 하는 재발방지대책밖에 없다는 것이 여실히 증명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고 황민웅씨 10주기 추모제에 모인 사람들 ⓒ투데이신문

이어 “오늘 추모제에 찾아주신 여러분들은 이 땅에 삼성자본이 얼마나 극악무도하고 패륜적인 범죄행위를 하는가에 동의하시는 분들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경옥 사무국장의 발언이 끝나자 고 황민웅씨를 포함해 백혈병 등 직업성 암으로 고통속에 사망한 삼성노동자들을 위한 묵념이 있었다. 묵념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모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제창이 끝나고 참석자들은 ‘삼성 백혈병은 직업병이다’,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고 고 황민웅씨의 한을 달래는 의미에서 장성진 선생의 살풀이춤이 있었다.

이후 전태일 노동대학 김승호 대표가 마이크를 잡고 “세상이 평화롭고 정상적이라면 어느 한분이 돌아가신 날은 모두가 그를 기리고 눈물을 흘리는 게 당연하다”며 “하지만 고 황민웅씨 10주기 추모식인 오늘 우리는 슬퍼하거나 눈물을 흘리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김승호 대표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모든 일에 투쟁하고 분노하고 있다”며 “ 삼성은 피해자 가족에 대한 사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외쳤다.

이어서 좌파 노동자회 허영구 대표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다”며 “고 황민웅씨의 3살짜리 아들이 6학년, 뱃속에 있던 딸이 4학년이니 10년이라는 세월이 얼마나 한스럽고 눈물겨운 나날이었겠는가” 라며 고 황민웅씨의 유족 정애정씨를 위로했다.

허영구 대표는 삼성 본관을 가리키며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이 마천루는 노동자의 눈물과 영혼까지 빼앗아 만들었다”며 “이 자리를 빌어 돌아가신 고 황진웅씨 가족들이 겪었을 아픔을 다시 새기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허영구 대표의 추모사가 끝나고 민중가수인 박준의 추모 노래가 있었다. 민중가수 박준은 “10년 전 오늘이었다”며 “비록 고 황민웅씨를 만난 적은 없지만 마음을 다해 이 자리에서 노래 부르겠다”라고 말하며 민중가요 ‘노동은’ 외 1곡을 추가로 부르면서 고 황민웅씨를 추모했다.

   
▲ 고 황민웅씨 유족 정애정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어 고 황민웅 씨 유족 정애정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항상 씩씩하게 투쟁하는 모습 보여드려야 하는데 남편의 기일이니 눈물이 나온다”며 “제가 지금까지 투쟁할 수 있었던 힘은 여기 자리 앉아계신 분들 덕분인 것 같다. 비가 오는 장마철에 이렇게 참석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정애정씨는 “교섭의 주체가 오늘 한자리에 모여 노동인권건강선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와 함께 공익재단을 설립해 삼성이 천 억원을 기부하고 피해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을 했으면 한다”고 말하며 당일 3시에 있었던 백혈병교섭 조정위 권고안발표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김성환 위원장은 마지막 인사말을 통해 “7~8년 동안 교섭의 성과를 토대로 백혈병 피해 유가족과 노동자들의 문제가 해결되고 여기에 삼성 계열사와 직업성 암 등으로 피해 받는 노동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임경옥 삼성일반노조 사무국장은 고 황민웅씨 10주기 추모제와 관련해 <투데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 황민웅씨 유족인 정애정씨가 남편의 죽음은 삼성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고 싸운 지 8년이 됐다”며 “삼성의 무노조 경영에 희생자는 백혈병과 직업성 암에 걸린 노동자들이며 많은 분들이 삼성 백혈병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 마지막 발언하는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 ⓒ투데이신문

마찬가지로 김성환 일반노조 위원장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지적하며 “현재 삼성의 무노조 경영하에서는 삼성노동자들이 일하고 다치더라도 어디에 보호 받을 수 있는 조직과 장치가 없다”면서 “삼성의 반노동, 반사회적인 경영형태를 끝까지 규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고 황민웅씨 유가족인 정애정씨는 “10주기가 되도록 남편에 대한 공식사과를 받지 못해 속도 상하고 만감이 교차한다”며 “교섭권고안이 나왔으니 권고안을 바탕으로 삼성과 합의를 이끌어 갈 것이다”고 밝혔다.

   
▲ 국화꽃이 놓여있는 고 황민웅씨 영정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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