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사고가 발생한 서초구 잠원동 새마을금고 ⓒ뉴시스

청원경찰 배치 안 된 잠원동 새마을금고
21년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
2013년 한 해동안 새마을금고 5곳 강도 침입
새마을금고 “보안문제에 신경 쓸 것”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과거 1963년 재건국민운동의 향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경상남도 산청군 생초면 하둔리, 창녕군 성산면 월곡리, 의령군 의령면 정암리 등 5개의 조합에서 시작된 새마을금고.

당시에는 뚜렷한 이념과 체계적인 조직을 갖추지 못한 신용조합이었으나 1975년 정부의 주도하에 시작된 새마을운동의 주요 시책 사업으로 권장‧육성되면서 새마을금고는 지역 공동체 발전과 국민 경제의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금융협동조합이 됐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에 1372개 지점, 약 120조원에 가까운 자산과 1000만명이 거래하는 상호금융권으로 성장했다. 

이처럼 재정적으로 탄탄하고 많은 거래자가 이용하는 새마을금고지만 허술한 보안으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12시 20분쯤 서초구 잠원동 새마을금고에 30대로 보이는 강도가 흉기를 들고 침입해 현금 24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당시 이 강도는 검은색 등산복 차림에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있었으며 범행 후 오토바이를 타고 신사역 방면으로 달아났다.

창구직원은 강도가 새마을금고로 들어오자 비상벨을 눌렀으나 강도의 침입에서 도주까지는 불과 5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결국 다음날인 21일 경찰은 서초구 잠원동 새마을금고 강도사건 용의자에 현상금 1000만원을 걸고 공개수배에 나섰다.

사건이 발생한 지 3일이 지났지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건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경찰은 광역수사대를 투입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더욱이 앞서 1994년 4월 18일에도 해당 지점에 2인조 강도가 침입해 24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 그런데 20여년 만에 비슷한 수법으로 강도사건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당시 범인들은 20대 초반이었고 범행 장소와 시간, 사용한 흉기와 훔친 금액이 비슷해 이번 사건의 용의자가 동일한 인물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사건 발생 6일 만인 지난 26일, 드디어 범인이 붙잡혔다. 범인은 퀵서비스 기사인 최모(53)씨였다.

최씨는 부인과 오래전 이혼했지만 아들 셋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었고 퀵서비스 일을 하며 홀로 생활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한 달에 2~3번씩 카지노와 경마장을 각각 드나들었고 사채로 인한 빚만 5000만원에 달했다.

경찰 조사에서 최씨는 범행을 순순히 시인했다. 그가 범행에 쓴 흉기인 총은 15년 전 아들에게 사준 장난감 총이었다. 은행에서 강탈한 2400만원 중 2000만원은 돈을 빌려준 지인에게 송금해 갚았으며 나머지는 강원도 정선 카지노에 가서 탕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씨는 범행 3일 전 미리 서초구 잠원동 새마을금고를 답사해 청원경찰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범행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도 범인이 검거됐기 때문에 사건이 어느 정도 일단락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새마을금고는 항상 은행 강도의 표적이 돼왔다.

지난 3년간 7번의 강도사건, 보안 뚫린 새마을금고

그동안 새마을금고에서의 강도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시간을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지난해 7월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새마을금고에도 서초구 잠원동 새마을금고 강도처럼 범인이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얼굴을 가린 채 은행직원을 위협해 현금 1000만원을 빼앗고 타고 온 오토바이를 통해 도주했다. 다행히 사건 발생 8일 만에 범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2013년은 새마을금고에 강도가 고객처럼 다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해다. 그해 3월에는 경기도 성남 수정구에 위치한 새마을금고에 강도가 침입해 현금 1700여만원을 챙겨 도주하다가 시민의 도움으로 검거에 성공했다.

같은 해 4월 1일 경기도 안산 일동 새마을금고에 2인조 강도가 나타났다. 형제였던 2인조 강도는 흉기로 직원들을 위협해 100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지만 범행 4일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안산에서 사고가 발생한 지 11일 뒤인 4월 12일에는 대전 용두동 새마을금고에 마스크를 쓰고 흉기를 든 강도가 침입했다. 당시 용두동 새마을금고에는 지점장과 여직원 두 명이 근무 중이었는데 해당 지점장은 흉기를 든 괴한에게 다가가 ‘뭐하는 짓이냐. 빨리 나가라’고 호통을 치자 범임은 침입한 지 1분도 되지 않아 도망쳤다.

같은 해 5월에는 울산 무거동에 위치한 새마을금고에 강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무거동 새마을금고에 침입한 강도는 검은색 상‧하의에 흰색 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채 여직원을 위협했다. 결국 현금 600여만원을 가지고 달아났지만 16일 만에 검거됐다.

그해 8월에는 대구 신천동 새마을금고에 강도가 침입해 현금 5600여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범인은 복면을 쓰고 흉기로 직원을 위협해 범행을 저지른 뒤 타고 온 오토바이로 도주했다. 하지만 범인은 이틀 만에 검거됐다.

   
▲ 지난 20일 서초구 잠원동 새마을금고에 침입한 범인이 사용한 오토바이 ⓒ뉴시스

이처럼 잊을만하면 새마을금고에는 은행강도 사건이 발생한다. 이번에 발생한 서초구 잠원동 새마을금고 사건이 그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범인인 최씨는 새마을금고에 청원경찰이 없는 점을 노리고 범행일 저질렀다. 청원경찰이 없는 새마을금고는 은행털이범들에게 표적이 되기 좋은 장소가 돼버린 것이다.

물론 새마을금고도 강도가 침입했을 경우를 대비해 비상벨이 지점마다 설치돼 있지만 항상 경찰이 오기 전에 범인이 도망간 경우가 다반사다. 청원경찰이 없는 지점에서 강도 사건이 발생하면 현장에서 곧바로 범인을 제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직원과 고객들의 안전에도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새마을금고 “청원 경찰, 거의 없어”

새마을금고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보안강화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새마을금고 홍보실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우선 강도 사건이 발생해서 범인을 잡으면 가져간 돈에 대해 회수를 원칙으로 한다”며 “범인이 훔친 돈을 모두 소진했다면 새마을금고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재산에 피해가 가지 않게 현금도난공제라는 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마을금고는 하나의 법인체가 아닌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중앙회에서 청원경찰을 뽑아 각 지점에 채용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 시스템은 아니다”라며 “새마을금고 각 지점마다 따로 청원경찰을 채용해 운영하는 곳도 있고 경비업체 혹은 보안업체와 계약을 한 지점, 지점 자체적으로 가스총이나 방범장비를 휴대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청원경찰이나 상근하는 경비용역을 배치하고 있는 지점의 비율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계속해서 “이러한 불미스러운 일이 계속 생기는 것에 대해 새마을금고 중앙회 차원에서 상근하는 경비용역 혹은 청원 경찰을 쓰도록 계속 지도해 나갈 것이다”고 말하며 “지금은 이러한 부분에 있어 시간이 걸리는 과도기적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새마을금고는 앞으로 기존에 하던 보안대책을 충실히 지키는 동시에 가능한 상근하는 경비 혹은 청원경찰을 각 지점에 둘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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