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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여성 혐오’라는 말은 불과 2014년까지만 해도 한국사회에서는 낯선 말이었다. ‘여성 혐오증’이 있었다는 말은 역사 인물의 이야기 또는 고전문학과 예술작품에서나 들어 볼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던 이 말이 2015년 대한민국 사회에 새로운 얼굴로 등장했다. 혐오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를 잠식해 가고 있다. 이러한 예로 일베 회원들이 세월호 유가족 단식 앞에서 폭식 투쟁을 벌이고 특정 성별과 지역, 이데올로기를 비하하며 혐오스러운 말들을 온라인상에 전시했다.

여기에 ‘여성 혐오’라는 말이 ‘혐오’의 얼굴로 등장한 것은 올해 초 ‘페미니스트가 싫다’며 이슬람국가(IS)로 떠난 한 소년이 나타나면서이다.

결국 사람들은 테러조직에 가담할 만큼 싫다는 ‘페미니스트’는 무엇인지 질문하고 대답하기 시작했고 이에 한 칼럼니스트는 ‘무뇌아적 페미니즘’을 문제로 지목하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에 서울대학교 여성학협동과정 박사과정을 수료한 윤보라,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객원 교수인 임옥희, 메타 젠더주의자인 정희진, 대학원에서 문화연구를 공부하고 있는 시우,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에서 공부하고 있는 루인,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운영회원인 나라 총 6명의 저자가 쓴 글들이 모여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힌 ‘여성’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윤보라는 “‘여성 혐오’의 아이콘이 ‘된장녀’에서 ‘김치녀’로 이행한 것이 이 현상의 작동 방식을 가장 잘 보여준다”고 지적하며 “예전에는 사치스러운 여성들에 대한 멸시와 조롱이 모든 한국의 여성을 혐오 받아 마땅한 ‘나쁜 여자’로 찍어낼 수 있게 됐다”고 주장한다.

정희진은 “남성과 여성이 타고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랫동안 사회적으로 누적된 행위의 효과”라며 “자명한 진실로서 성별은 없다”고 말하며 여성이라는 범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것을 권한다.

임옥희는 “여성 혐오는 종북 빨갱이 혐오, 이주 노동자 혐오, 재난 희생자 혐오 등 온갖 혐오의 유비적 토대를 이루고 있다”며 “여성 혐오와 함께 이주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의 약자 혐오를 아울러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에서는 혐오라는 부정적 감정과 행위를 도덕적으로만 판단하지 말고 혐오라는 격렬한 감정이 무슨 일을 하는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단순한 비하나 멸시, 조롱이라기에 지금 한국 사회의 혐오 감정은 열정적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이러한 혐오의 감정을 통해 폭력과는 다른 주체적인 힘이 될 수 있음을 조심스레 강조한다.

<여성 혐오가 어쨌다구?>의 여섯 명의 저자는 현재 우리가 마주한 ‘혐오’라는 표정의 한국사회를 어떻게 해쳐나가야 할지에 대해 알려준다.

시우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화 된 차이를 넘어 다양한 젠더 간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며 성평등 논의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변화를 요청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여성혐오를 통해 형식적인 평등과 제도적 인정만을 쟁취하기 보다는 혐오가 파괴하는 누군가의 존엄 그리고 나의 존엄 사이의 연결성에 주목해 볼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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