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봉산 병풍바위 암장

 

   
▲ 오봉산 암장

한차례 쏟아진 소나기가 달아오른 대지를 식혀주는가 싶더니 다시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기면서 이내 파김치가 되어 버린다. 이럴 땐 에어컨 앞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고 싶지 않다. 여름철 암벽 등반 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비오는 날과 직접 내려쬐는 햇살이다. 비가 오면 당연히 등반 자체를 할 수 없지만, 내려쬐는 햇살은 등반 포기의 이유가 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암벽 등반을 하는 사람들은 아침 일찍 암장에 올라가 등반하고 낮에는 그늘에서 쉬었다가, 해가 넘어가는 오후에 조금 더 즐기다가 하산하곤 한다. 제일 좋은 것은 해가 잘 들지 않는 장소에서 등반을 하는 것이다. 그런 곳 중 하나가 얼마 전 다녀온 오봉산 암장이다. 하루 종일 해가 거의 들지 않아 암벽 등반에 있어 최적의 장소이다. 단점은 그늘진 곳이라 습하고 모기나 벌레들이 조금 기승을 부린다.

이날 동행한 지인들은 용관, 효장 동생들이다. 마침 효장 동생이 로프를 새로 구입해서 처음 사용하는 날이라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오봉산으로 향했다. 오봉산 암장은 수원과 의왕시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 필자의 집과는 불과 10분 거리이다. 찾아오는 길은 다음과 같다. 승용차로 이동할 경우, 먼저 경기도 의왕시청을 검색해 의왕시청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시청을 마주보고 걸어서 우측 뒤편으로 15분정도 올라가면 암장이 나온다. 대중교통은 시내버스 1-1번, 1-2번을 이용해 의왕시청 앞에서 하차한 후 시청 좌측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된다. 암장으로 오르는 길에 산수국과 산딸기, 야생화들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암장까지 짧은 길이지만 마치 깊은 숲속에 와있는 듯 착각에 빠진다.

   
▲ 산수국
   
▲ 산딸기
   
▲ 들꽃

오봉산은 높이 205m로 그리 높은 편이 아니다. 의왕시청 바로 뒤편에 위치하고 있어 수도권 지역 거주자들에게는 접근이 용이하다. 산 중턱에 있는 높이 18m, 폭 30m의 병풍바위는 단단한 암질과 표면의 돌기부분이 잘 발달되어 있어 전문 산악인들과 암벽등반을 즐기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또한 오봉산에는 많은 기암괴석이 자리 잡고 있는데 특히 거북모양을 닮은 바위가 산재되어 있다. 오봉산 암장은 코스가 그리 많진 않지만 그 중 병풍바위는 그늘도 적당하고 어프로치도 짧아 암벽등반 초보자 교육코스로 무난한 곳이다.

   
▲ 로프 신고식

암장에 도착하니 이미 먼저 온 팀의 초보자 교육이 한창이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우리도 자리를 잡았다. 짐을 정리하고 먼저 새로 구입한 로프와 준비해 간 과일과 막걸리로 ‘로프 신고식(?)’을 했다. 새 차를 사면 고사를 지내듯 암벽 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장비를 새로 장만하면 고사를 지낸다.
우리도 고사를 지내고는 코스 한군데를 골라 로프를 걸었다. 효장 동생이 선등을 하기로 하고 용관 동생이 확보를 했다. 필자는 카메라로 그 과정을 담기로 했다. 이번엔 독자들에게 등반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고자 바위에 설치된 볼트에 퀵도르를 걸고 로프를 거는 모습을 순서대로 찍어 보았다.

   
▲ 연결동작1
   
▲ 연결동작2
   
▲ 연결동작3
   
▲ 연결동작4

전에도 언급했지만 선등자(제일먼저 암벽에 올라 자일을 설치하는 자)는 자기 안전을 확보해가며 무리하지 않고 올라가야 하며, 선등자 빌레이(확보)하는 자는 선등자에게서 항상 눈을 떼지 말고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선등자가 로프를 맨 위 볼트에 설치하고 지상까지 하강을 마쳐야 모든 과정이 끝나는 것이다. 사진을 찍은 후 필자도 선등을 해보니 바위가 아직 살아 있어서 그런지 홀드(잡는 지점)가 잡기 좋고 미끄럽지 않아 올라가기 수월했다. 로프를 처음 사용하는 사람은 간혹 로프를 한쪽만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로프는 어느 정도 양쪽 끝을 번갈아 가며 사용해야 균일하게 마모가 되므로 항상 양쪽을 번갈아 가며 사용할 것을 잊지 말자.

위로도 몇 개의 코스가 더 있지만 접근하기가 번거로워 가까운 5개 코스만 해보고 암벽등반을 마쳤다. 이곳을 찾을 때는 가급적 모기향 또는 스프레이 살충제를 챙겨오면 좋겠다. 암장이 그늘이라 습해서인지 벌레나 모기가 많은 편이다. 이곳 암장은 암벽등반을 즐기기에도 좋지만 아름다운 들꽃과 커다란 나무들이 무성해 산책로도 좋다. 특히 의왕이나 안양, 수원에 사는 사람들은 가족 나들이 코스로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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