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어기선 기자】그들은 한때 고개를 90도로 굽히고 인사를 한다. 하지만 그것도 한때뿐이다. 대략 2주 정도 고개를 숙이고 나면 나머지 4년은 고개가 빳빳해서 숙일 줄 모른다. 오로지 자신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만 고개를 숙일 뿐이다.

바로 국회의원의 이야기다. 국회의원들이 선거기간 동안 유권자들에게 고개를 숙이면서 표를 구걸한다.

그리고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유권자들을 외면한다. 그리고 공천을 받기 위해서 자신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인다.

이게 우리나라 현역의원들의 모습이다. 현역의원들이 200여 가지의 특권을 누리면서 점차 甲질 문화에 익숙해진다. 그러다보니 민심이라는 것을 제대로 살필 여력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국회의원은 ‘甲’이 아니라 ‘乙’이라는 것이다. 유권자들에게 고용된 4년짜리 비정규직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당선이 되면 그것을 까맣게 잊어버리게 된다.

얼마 전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의 딸 취업 청탁 의혹이 불거졌다. 또한 새누리당 김태원 국회의원의 아들이 법무공단 취업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국회의원이 갑질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기업과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 피감기관을 상대로 갑질 논란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심학봉 의원의 성폭행 논란,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던 박기춘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도 역시 갑질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회의원들이 당선이 되고 난 이후부터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에만 들어가면 사람들이 돌변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의 특권이 너무나 많다. 또한 국회의원들이 대접받는 세상이다. 당장 국회 본청 정문만 하더라도 국회의원들만 출입하는 전용문이 따로 있다. 이 문은 일반사람들은 절대 이용할 수 없다.

국회 문을 통과하더라도 일반사람들은 신분을 확인해야 국회 본청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신분확인 없이 국회 본청에 들어갈 수 있다.

본회의장의 경우에는 국회의원만 출입할 수 있다. 일반 사람들은 4층 관람석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이런 사소한 특혜부터 시작해서 국회의원들의 특권이 상당히 많이 있다. 국회의원에게 특권을 준 이유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국민의 현실에 맞게 법률을 만들고, 예산을 심사하고 편성하라는 것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국회 본청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갑질 인생이 시작된다. 또한 그만큼 민심과도 멀어진다.

또한 정치자금을 받지도 뿌리지도 못하게 되면서 국회의원들은 새로운 지역구 관리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역구 행사 협찬 요청이나 인사 청탁 등이다.

선거법에 따라 국회의원들은 유권자들에게 돈을 직접적으로 줄 수 없게 됐다. 그러다보니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지역구 행사 협찬 요청이나 인사청탁이다. 지역구 행사 등이 생기면 피감기관들에게 행사 협찬 요청을 하게 된다. 피감기관으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협찬을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요즘 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대에서 지역구 민원으로 심심찮게 등장하는 것이 인사 청탁이다.

지역구 사람들 중 자신의 자녀의 취업을 국회의원에게 부탁하는 경우가 있다. 지역구를 관리해야 하는 국회의원으로서는 이를 뿌리치기 힘들다. 만약 뿌리치게 되면 그 다음 선거에서 패배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피감기관을 상대로 인사청탁을 하게 된다.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이 명성을 날리냐 아니냐의 기준으로 “누구 자녀를 어디에 취업시켰더라”라는 평가도 포함되는 세상이 됐다.

그러다보니 국회의원들이 어느 순간부터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갑질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유권자들에게 고용된 4년짜리 비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망각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문제는 이런 갑질 논란이 불거지게 되면 근본 대책을 세우기 보다는 개인적인 일탈로 치부해버린다는 것이다. 때문에 해당 의원들을 출당시키거나 형식적인 징계 등으로 일관해 오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갑질을 하지 못하게 막는 근본적인 대책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하는 사람들도 국회의원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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