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연봉·호화 출장비·내부 규정 위반 등 구설수..KIC “사실과 달라”

   
 ▲한국투자공사 안홍철 사장

【투데이신문 이경은 기자】한국투자공사(KIC) 안홍철 사장이 끊이지 않는 잡음으로 곤혹을 겪고 있다.

막말 SNS 파문으로 정치권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안 사장은 직원들의 연봉이 삭감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국내 공공기관장 중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지난 1년간 출장비로만 2억원을 넘게 지출한 사실도 알려지면서 호화 출장비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더불어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LA다저스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서도 안 사장이 내부 규정을 어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렇듯 계속되는 논란에 안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봉 4억750만원, 공기업 최고 수준

2일 정의당 심상정 국회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안 사장의 연봉은 국내 공공기관장 중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안 사장이 지난해 수령한 연봉은 4억750만원으로 이는 전체 323개의 공공기관 임원연봉 총액기준으로 따졌을 때 그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문제는 안 사장의 임금은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임금피크제를 통해 55세 이상 고령 직원들의 임금은 삭감됐다는 것. 이 때문에 안 사장이 직원들의 사정은 안중에도 없이 혼자 억대의 연봉을 받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심 의원은 “정부가 정년보장을 전제로 공공기관 55세 이상 고령 직원의 임금을 삭감함에도 정작 억대 연봉을 받는 이사장 등 기관 임원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조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기관 임원 연봉의 40%만 절감해도 연 소득 3천만원의 청년일자리 1천개는 만들 수 있는데 그 책임을 고스란히 노후가 불안한 고령 직원에게만 지우고 있다”며 “정부 고위공무원과 공공기관 임원의 고액연봉을 절감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1년간 출장비 2억원…한도 없는 출장비?

안 사장의 출장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안 사장은 2013년 취임 이후 지난 1년간 출장비로 2억원을 넘게 지출했다.

안 사장은 취임 이후 올해 3월까지 총 24회에 걸쳐 해외출장을 갔다. 총 출장일수는 115일로 이 기간 동안 지출한 비용은 2억1681만원에 달한다. 이는 출장일 하루당 188만원인 셈이다.

이 중 숙박비만 4159만원으로 출장기간 중 총 숙박일은 72일, 하루당 숙박비는 60만원씩이다.

현행 공무원 여비규정에 따르면 중앙부처 장관 등 국무위원의 국외여행의 경우 숙박비 상한액을 최대 471달러(한화 51만원 가량)로 제한하고 있다.

또한 올해 공기업 예산편성지침과 공직유관단체 공무여행 관련 예산낭비 방지 방안에 따르면 중앙부처 산하 공직유관단체의 기관장은 여비규정 상 차관급으로 등급을 적용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안 사장의 숙박비는 국무위원보다 더 많은 숙박비를 지출하는 등 규정과 달리 한도가 없는 셈이다.

또한 안 사장은 차량 렌트에도 상당한 비용이 든 것으로 나타났다. 안 사장은 지난해 7월 워싱턴에서 1박 2일간 머무르며 차량 렌트비로만 100만원가량을 지출했고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서는 6일간 332만원을 지출했다.

이와 함께 안 사장 취임 이후 임원 출장비용을 사후심사로 고친 것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투자공사는 지난해 11월 국외여행에 대한 심사를 사전에 심의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 여비세칙 제25조를 개정해 국외여행 사후에 심의 위원회를 운영하도록 했다.

정부의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집행지침(2014·2015)에 따르면 해외 출장 시에는 공공기관 공무 국외여행 개선방안(2008.4.10.)을 따르도록 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투자공사는 국외여행 심사위원회를 운영해 사후가 아닌 사전 심사를 강화하도록 해 이는 정부의 예산집행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

이에 박 의원은 “현행 투자공사의 여비 세칙에도 문제가 있지만 정부 지침에도 불구하고 필수적이지 않은 출장을 거듭한 안홍철에게 더 큰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 의원은 “(안 사장은) 마치 한국투자공사가 본인의 것인 양 황제식 출장을 다니며 국민세금을 탕진하고 있다”며 “안홍철 사장은 부끄러움을 안다면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저스 투자, 내부 규정 위반 의혹

안 사장은 투자와 관련해서도 구설수에 올랐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다저스 구단에 대한 투자와 관련해 내부 규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는 것.

한국투자공사는 지난해 유상증자 참여 방식으로 LA다저스 지분 19%를 4억 달러에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공사는 올 2월 LA다저스 투자를 위한 투자실무위원회 예비심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안 사장이 1월 중순 LA다저스 관계자들과 사전에 접촉해 투자를 위한 협상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었다.

한국투자공사 내부규정상 사장은 최종 단계에서 투자여부를 결정할 때만 참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 사장이 이러한 내부 규정을 어기고 LA다저스 관계자들과 사전 협상을 벌인 것 아니냐는 것.

이처럼 투자와 관련한 논란이 일면서 국부 펀드인 만큼 공공기금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국가 자산을 증대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기관의 취지를 벗어난 투자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와 함께 LA다저스 투자와 관련해 직원들에게 개인 통화기록 제출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박원석 의원이 제보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국투자공사는 올해 2월 있었던 LA다저스 관련 투자실무위원회 예비심의에 참석했던 직원 30여명을 상대로 지난 6개월 간의 휴대전화 통화기록내역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4월 17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통화기록내역 제출을 요구받은 직원들은 해당 내역을 사측에 제출했으며 한국투자공사는 이를 확인한 뒤 같은 달 23일 직원들에게 제출 내역을 다시 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국투자공사는 서면 등 그 외의 어떤 방식으로도 직원들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 것.

박 의원은 “확인된 사실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는 형법에 따른 강요죄에 해당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다. 또한 심각한 인권 및 사생활 침해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의원은 “한국투자공사가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은 LA다저스 투자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내부 정보를 직원들이 유출했다고 보고 법의 테두리를 넘어 직원들에게 통화기록내역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감사원은 논란을 빚었던 한국투자공사의 LA다저스 투자와 관련해 본격 감사에 착수했다.

국회가 6월 1일 LA다저스 투자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제출함에 따라 감사원은 예비감사를 거친 뒤 실지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는 늦어도 10월 중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투자공사는 지난해 유상 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다저스 지분 인수를 추진했으나 최근 구겐하임 파트너스와의 협상이 결렬되자 투자 계획을 백지화한 바 있다.

사퇴 요구에도 ‘해임 불가’

이 같은 논란이 끊이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안 사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박 의원은 4월 개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안 사장이 LA다저스 투자와 관련해 한국투자공사 내부규정을 위반해 해임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현행 한국투자공사법 상 KIC 사장 등 임원을 함부로 해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안 사장이 2012년 대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민주당 후보를 ‘종북 하수인’, ‘빨갱이’ 등으로 표현하며 막말 논란이 일며 사퇴 요구가 들끓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신분을 보장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이 때문에 계속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안 사장을 법적으로 해임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안 사장은 지난 2013년 12월에 취임했으며 임기는 2016년 12월까지다.

한국투자공사, “사실과 달라”

한편, 한국투자공사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한국투자공사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연봉과 관련해 “투자공사이다 보니 기관 특성상 평가에 다른 성과금 때문에 연봉이 많은 것”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55세 이상 고령 직원들의 임금이 삭감됐다는 건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며 “(한국투자공사가) 임금피크제 도입 대상이기는 하지만 기관 내 이를 충족하는 대상자가 없어 임금 삭감 대상자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국투자공사 측은 출장비와 관련해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임직원들의 출장 관련 내부 규정인 여비세칙은 사전심사에서 사후심사로의 변경이 아닌 사전 및 사후 심사 강화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사는 해외투자라는 업무 특성상, 그리고 현장 중심의 투자 프로세스 확립을 위해 임직원들의 해외 출장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다”며 “출장업무의 효율화를 목표로 임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여비세칙을 개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LA다저스 투자와 관련해서는 “투자에 대한 정식 절차가 사직되기도 전에 투자 대상과 접촉했다며 규정 위반이라고 지적하고 있으나 해당 투자 관련 출장은 다저스 구단주인 구겐하임 파트너스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며 “출장 전에 이미 비밀유지계약(NDA)이 체결된 상태여서 정식 투자 절차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안 사장은 내부 투자 검토 및 심의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며 “한국투자공사는 모든 투자에 있어 관련 법령과 내부절차를 준수하고 투명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직원 통화기록 내역 제출과 관련해 “통화기록 제출은 임직원의 투자관련 비밀사항 누설 우려에 대한 위반 여부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감사실이 실시한 적법한 감사업무의 일환”이라며 밝혔다.

이어 “감사실이 투자실무위원회에 참석한 임직원 전원에게 통화기록을 자발적으로 제출해 줄 것을 협조 요청한 뒤 참석 임직원 전원이 모두 자발적으로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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