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모행사 전 안산문화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학생들 ⓒ투데이신문

지난달 28일 안산문화광장서 ‘세월호 500일 추모행사’ 열려
안산문화광장을 밝힌 수많은 촛불과 노란풍선

고 남지현 양 언니의 추모편지와 도종환 시인의 시 낭송에 눈물바다
추모제 마지막 밴드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 합창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지난해 4월 16일 청해진해운 소속의 인천발 제주행 연안 여객선 세월호가 수학여행을 떠나는 단원고 학생들과 승객 476명을 태우고 항해 하다 전남 진도군 조도면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172명이 구조됐으나 295명이 사망하고 나머지 9명은 아직도 차갑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나 어느덧 500일이 됐지만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이 요구하는 진상규명과 세월호 인양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이에 500일을 맞은 8월 28일 전국에서 세월호 참사 추모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세월호 참사로 가장 큰 아픔을 겪은 안산에서는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 그리고 안산시민대책위원회 공동 주최로 ‘세월호 참사 500일 추모문화제’를 진행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추모문화제에는 안산지역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시민 등이 참여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투데이신문>도 이날 안산문화광장을 찾았다.

안산문화광장 주변에는 민주노총 안산지부 등이 준비한 ‘세월호 진실알기 전시회’와 ‘500일 추모 사진전’이 열렸고 반대편에는 참여부스와 서명부스 그리고 음식나눔부스를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 단원고 학생들이 추모행사 전 피켓을 들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알리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날 추모제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과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9명에 대한 묵상으로 시작됐다.

안산복지관 네트워크 ‘우리함께’의 박성현 사무국장이 이날 추모제의 사회를 맡았으며 문화광장을 가득 채운 학생과 시민들은 한 손에는 촛불과 또 다른 손에는 노란 풍선을 들고 희생자와 미수습자 9명을 추모하기 위해 문화광장에 모였다.

“아이들이 가졌던 꿈, 영원히 잊지 말아야”

먼저 방송인 김미화, 김제동씨, 인디밴드 크라잉넛, 배우 김여진씨 등이 보낸 영상 메시지가 상영됐다.

영상 메시지에서 김미화씨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500일이 흘렀지만 여전히 함께 아파하고 사람들이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 주시길 바란다”며 “나에게 이러한 일이 닥쳤다면 견디지 못했을 테지만 유가족 그리고 미수습자 가족분들은 씩씩하고 꿋꿋하게 잘 견디고 계시기 때문에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잘 견딜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하며 세월호 참사로 인해 슬픔에 잠긴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에게 힘을 실어줬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디밴드 크라잉넛 멤버들도 “세월호 희생자분들이 우리 곁을 떠난 지 벌써 500일이 됐다”며 “힘내시라는 말씀밖에 할 수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다시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마음 아픈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항상 기억해주시고 추모의 마음을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여진씨도 “조금 더 가까이 있지 못하고 조금 더 자주 찾아뵙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세월호 참사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시간이 지난 만큼 조금 덜 우시고 조금 더 주무시길 바란다”며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의 건강을 걱정했다.

김제동씨는 “우리 유가족 여러분들 모두 건강 잘 챙기고 계시죠?”라며 세월호 참사로 피해를 입은 가족들에게 안부를 물었다.

이어 그는 “세월호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규명하고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되 우리 아이들이 가진 꿈은 영원히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며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의 아픔을 다독였다.

연예인들의 영상 메시지가 끝나자 대형 스크린에는 미수습자 9명의 얼굴이 그려진 그림이 나타났고 단원고 2학년 3반 학부모들은 유가족을 대신해 무대에 올라 ‘세월호 파노라마’를 연출했다. 이어 2학년 3반 학부모들은 카드섹션을 통해 ‘별이 된 아이들이 묻습니다’, ‘진실이 밝혀졌나요’,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멈추지 않는다면’ 등을 연출하며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과 학생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 2학년 3반 학부모들이 세월호 파노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나랑 가장 닮은 얼굴이 너였어”

그 다음 순서는 세월호 참사로 안타깝게 희생당한 단원고 2학년 2반 고 남지현양의 언니 남서현씨가 동생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남서현씨는 앞으로 볼 수 없는 동생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편지에 담았다. 아래는 남지현씨가 고 남지현양을 추모하는 편지 내용의 일부다.

“네가 스무 살도 못 살고 떠날 줄 알았으면 네가 먹고 싶다던 거 다 사주고 갖고 싶다는 거 다 주고, 매일매일 바라보고 안아줄걸. 예뻐만 해주고 사랑만 해줄걸. 정말 보고 싶어. 너의 친구들도 보고 싶어. 한 번 모이면 시끄럽게 웃던 너희들. 꿈 이야기를 한참 하던 너와 너의 친구들이 보고 싶어”

“네가 내 몸에 낸 흉터만 봐도 네가 생각나. 매일 잠들기 전, ‘언니’,‘언니’ 하고 부르던 거 생각나. 매일 눈, 코, 입 하나하나 생각하다 잠이 들어. 세수를 하다가도 거울에 비친 너를 봐. 너도 나처럼 숨 쉬었으면 좋겠어. 너도 나처럼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어. 이제야 알겠더라. 나랑 가장 닮은 얼굴이 너였어”

“스무 살이 된 너를 볼 수 없고, 예쁜 신부가 된 너를 볼 수 없고, 너의 아이에게 이모가 될 수 없어. 누가 너를 앗아갔을까. 너무 화가 나”

“지현아, 언니 동생이어서 고마워. 이제 앞으로 언니가 다 할게. 절대 포기하지 않을게. 빨리 가진 못해도 포기하지는 않을게. 언니 동생이어서 고마워. 우리 다시 만나는 날 그땐 절대 헤어지지 말자”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동생의 생각에 남서현씨는 편지를 낭독하는 내내 눈물을 흘렸고 문화광장을 가득 채운 시민과 학생들도 남서현씨와 함께 눈물을 흘렸다. 몇몇 여학생들은 큰 소리로 울기도 했다.

   
▲ 고 남지현양의 언니 남서현씨가 편지를 낭독하고 있다.ⓒ투데이신문

남서현씨의 편지 낭독 이후 시인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이 무대에 올라 시 <깊은 슬픔>을 낭송하며 희생자와 미수습자를 추모하고 가족들을 위로했다. 도종환 의원도 시를 낭송하며 눈물을 흘렸다. 다음은 도종환 의원의 시 <깊은 슬픔>의 내용 중 일부다.

<깊은 슬픔> 도종환

슬픔은 구름처럼 하늘을 덮고 있다
슬픔은 안개처럼 온몸을 휘감는다

(이하중략)

당신들은 가만히 있으라 했지만
다시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가만히 있는 동안 내 자식이 대면했을 두려움
거센 조류가 되어 내 자식을 때렸을 공포를
생각하는 일이 내게는 고통이다
침몰의 순간순간을 가득 채웠을
우리 자식들의 몸부림과 비명을 생각하는 일이
내게는 견딜 수 없는 형벌이다
미안하고
미안해서 견딜 수 없다
내 자식은 병풍도 앞 짙푸른 바다 속에서 죽었다
그러나 내 자식을 죽인 게
바다만이 아니라는 걸 안다

무대에서 시를 낭송하고 있는 도종환 의원의 모습을 보며 슬픈 표정을 짓고 있던 대학생 김모(27)씨는 “세월호 참사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500일 추모제를 한다니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며 “뉴스와 인터넷 기사를 통해 세월호 참사 이후 상황을 접하고는 있지만 왜 이렇게 인양 작업이 늦춰지고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고 이재욱군의 어머니 홍영미(49)씨는 “추모제를 준비할 때는 용감한 마음으로 행사를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추모제를 보고 있으니 너무 슬프다”며 “오늘도 여전히 하늘에서 아이들이 추모제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이 추모제에 모인 사람들 90%가 학생들이다”며 “학생들이 이러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국민들이 자각하고 국가가 자각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며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에 대해 아쉬워했다.

   
▲ 해가 지자 시민들이 촛불을 켜 안산문화광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안산문화광장에는 4‧16연대 추산 2000여 명이 시민과 학생들이 모였다. ⓒ투데이신문

도종환 시인의 시 낭송이 끝나자 가수 아날로그소년의 추모공연이 있었다. 아날로그소년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세월호를 인양할 수 있을까. 아직 세월호에는 9명의 미수습자 분들이 남아있다”며 “어서 빨리 온전하게 세월호가 인양되길 여기 계신 분들과 함께 외치겠다. 4월 16일에 침몰한 세월호를 인양하라! 4월 16일에 침몰한 진실을 인양하라!”고 외쳤다.

세월호 참사 500일과 관련해 온라인 카페 모임인 ‘엄마의 노란 손수건’ 정세경 대표와 11명의 회원들은 무대에 올라 “천일의 반이 되도록 도대체 무엇이 밝혀졌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세경 대표는 “내 자식만 잘 먹이고 잘 키워서 행복하면 될 줄 알았던 이기적이고 바보였던 엄마들이 아이들의 희생으로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있게 됐고 모든 아이들이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꿈꾸는 행동하는 엄마들로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500일이 아닌 5000일이 지나더라도 단 하나의 생명도 귀하게 여기는 나라가 되도록 싸울 것이다”며 “우리 함께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잊지 않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과 학생들에게 제안했다.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지기를

박성현 사무국장은 “우리가 세월호 참사 그 이전과 그 이후만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제대로 알려주는 언론이 없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서 최근 세월호와 관련된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말하며 4‧16연대 김혜진 상임운영위원을 소개했다.

무대로 올라와 마이크를 잡은 김혜진 상임운영위원은 “아직 미수습자 9명이 돌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500일을 이야기하는 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세월호 인양작업은 아직 시작된 것이 아닌 정확히 말하면 선체를 촬영하고 세월호 안의 기름을 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현재 세월호 인양작업의 진행 상황을 알렸다.

이어 “우리는 정부가 세월호 희생자를 구조하지 않은 이유, 세월호 소유주가 누구인지 등 꼭 밝혀야 할 진실 82개를 발표했다”며 “세월호 참사 500일은 우리가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날일지 모르겠지만 500일은 우리가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날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였다.

마지막 발언에 나선 고 전찬호군의 아버지 전명선 세월호참사가족대책협의회 위원장은 “1년이 넘도록 이렇게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여러분들의 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찬호가 떠난 뒤 아직 울어보지 못했다. 억울해서 눈물 흘릴 수 없었고 무엇 하나 이뤄낸 것이 없었기 때문에 울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러한 상황이 바뀌면 울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전명선 위원장은 “저는 찬호를 잃었고 부모님들은 사랑하는 자식을 잃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하늘로 가면서 남겨준 것이 있다. 바로 모든 피해가족들을 하나의 가족으로 연결시켜줬다”며 “저희는 광화문과 안산합동분향소, 팽목항을 지키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되도록 저희 눈으로 지켜볼 계획이다. 끝까지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알리고 밝히기 위해 더욱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전명선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자 스크린에는 세월호로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영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무대에는 세월호 가족으로 구성된 4‧16합창단과 평화의나무 합창단이 올라와 밴드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를 부르며 이날 추모제를 마무리 했다.

4‧16합창단과 평화의나무 합창단이 함께 부른 ‘네버 엔딩 스토리’의 노래 제목처럼 세월호 참사 문제 해결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그리워하면 언젠간 만나게 되는 어느 영화와 같은 일들이 이뤄져가기를”이라는 노래 가사처럼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과 제대로 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 마지막 발언하는 전명선 세월호참사가족대책협의회 위원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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