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변서 숨진 채 발견된 시리아 꼬마 난민 ⓒ뉴시스/AP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유럽 난민 위기 사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지중해에서 배가 뒤집혀 숨진 채로 해변에 떠밀려온 3살 배기 어린 아이의 시신 한 구가 발견돼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AP통신과 CNN방송, 뉴욕타임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터키 남서부 물라주(州) 보드룸의 해안에서 시리아 북부 코바니 출신인 에이란 쿠르디(3)가 시신으로 발견됐다. 쿠르디의 형인 갈립 쿠르디(5)역시 다른 해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쿠르디는 발견 당시, 빨간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신발을 신은 채로 얼굴 한쪽을 모래에 파묻고 마치 잠을 자는 듯한 모습으로 누워 있었다. 

쿠르디의 이러한 모습을 담은 사진은 '인류의 표류(#KıyıyaVuranİnsanlık)'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 해변서 숨진 채 발견된 시리아 꼬마 난민 ⓒ뉴시스/AP

한편, 시리아 난민 23명이 짐과 함께 작은 고무보트 2대에 나뉘어 타고 보드룸을 떠나 그리스 코스섬으로 향하던 중 에게해에서 침몰했다. 이로 인해 쿠르디를 포함해 어린이 5명, 여성 1명 등 총 12명이 숨졌다. 2명은 실종된 상태다. 난민 7명은 터키 해안경비대에 구조돼 목숨을 구했다. 

보드룸과 코스섬은 불과 수십 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터키에서 그리스로 가는 단거리 루트 중 하나다.해상에서 배가 뒤집히거나 침몰하면 생존할 가능성이 낮지만, 하루에도 수백명의 난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바닷길로 망명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 들어 유럽에 상륙한 난민은 35만 명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유럽으로 가기 위해 지중해를 건너던 중 목숨을 잃은 난민은 2600명 이상이며, 올해 난민 사망자의 4분의 3이 지중해에서 숨졌다.

올 들어 최근까지 지중해에서 사망한 사람은 2643명으로 지난해(2223명) 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휴양지로 잘 알려진 지중해가 이제는 난민의 '무덤'이 된 셈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중동·북아프리카 담당인 나딤 후리 부국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시리아 소년의 이미지가 잊혀지지 않는다"며 유럽의 난민 대책 실패를 비난했다.

안토니오 구테레스 유엔난민기구 고등판무관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쿠르디의 사진을 본 뒤 "끔찍한 좌절감을 느꼈다"면서 "난민들은 4000~5000유로를 주고 난민선에 타지만 절망적인 상황에서 죽는다. 유럽 전체가 단결하면 대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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