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노동시장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로 토론회 열려

   
▲ 지난달 31일 오후 1시 30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특별토론회에 (사진 왼쪽부터)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 경제개혁연구소 장하성 이사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국가미래연구원 김광두 원장,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 무소속 천정배 의원,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이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보수-진보, 질 높은 일자리 창출 시급 공감
노동시장 개혁 위해 노·사·정 지속적 대화 필요 강조

보수 “임금피크제 도입해 중장년층·청년 고용 확대”
진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노동개혁의 핵심”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노동시장 개혁,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구소, 경제개혁연대가 지난달 31일 오후 1시 30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특별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보수와 진보가 함께 한국 사회의 변화와 개혁을 모색하기 위한 일환으로 지난 6월부터 한 달에 한 차례씩 진행하고 있는 <보수와 진보, 함께 개혁을 찾다> 시리즈 중 세 번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축사에 나섰으며 이원덕 이수노동포럼 회장,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발제자로 참여했다. 또한 이완영 새누리당 국회의원,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토론회에 참여한 발제자들과 토론자들은 현재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양적인 측면에 해당되는 일자리 부족과 함께 질 높은 일자리 역시 내놓지 못하고 있어 노동 개혁이 시급하다는 점에 함께 뜻을 모았다.

또한 이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 해결, 노동자를 위한 사회보장제도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사·정 및 정치권·시민사회의 지속적 대화와 타협이 요구된다는 데에도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근로시간 단축, 기간제 근로자 고용 기간,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보수와 진보 간의 이견이 드러났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임금피크제 문제에 대해서는 도입 필요성과 효과 여부, 특히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 여부를 놓고 토론회 참여자들 간에 다양한 의견이 분출됐다. 보수 측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이와 반대로 진보 측은 임금피크제 도입이 상당한 문제점을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정년 추가 연장을 포함한 노사 자율협상 여부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쏟아졌다. 보수 측은 임금피크제의 의무화를 주장했지만 진보 측은 정부가 기업에 임금피크제를 강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서 보수 측 참여자들은 노동개혁 이슈 자체에 논의를 집중하는 반면, 진보 측 참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재벌개혁 및 조세 등 여타 이슈와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보수-진보의 확연한 입장차로 인해 향후 노동개혁 논의가 바람직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제의 범위 및 논의 절차에 대한 타협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근로시간 단축→청년 일자리 창출?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보수 측은 오랜 시간 근로할수 밖에 없는 기업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근로시간 단축 추진의 어려움을 주장했다. 이에 진보 측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드시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맞서며 양 측의 의견이 팽팽했다.

보수 측 금재호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 “대기업 노동자는 50대가 넘어서면 생산성보다 임금이 높아 해고 불안에 시달리니 장시간 근무하고 중소기업 노동자는 생산성이 낮으니 장시간 일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구조가 다름에 따라 근로자가 장시간 근무를 할 수 밖에 없는 원인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진보 측 이병훈 교수와 은수미 의원은 근로시간 단축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병훈 교수는 “노사현안으로 제기되는 휴일근로에 대해서는 주 52시간을 기준으로 개선하되 중소사업체의 부담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적용토록 하는 대신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근로시간의 선도적 단축을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연간 2000시간이 넘는 근로시간을 OECD 국가의 연간 평균 근로시간인 1600시간으로 줄이면 일자리는 많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수미 의원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지정하면 대기업에서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청년 일자리 2만개 정도를 창출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을 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간제 연장, 고용안정 보장 가능할까

기간제 근로자 고용 기간에 대한 보수 측과 진보 측의 입장차도 팽팽했다.

보수 측 금재호 교수는 “근로기간 2년이 끝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게 고용안정뿐만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것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며 “기간제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해 기업과 근로자에게 정규직 전환의 기회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일본, 중국에서도 4년 이상 기간제를 적용하는데 한국에서는 왜 기간제를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이 안 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수 측 이완영 의원도 “2년 기간제 근로자들은 근로 기간 2년이 되기 일주일 전 해고되는 경우가 많다”며 “기간제가 2년인 점을 기업이 악용해 결국 근로자는 1년치 퇴직금밖에 못 받게 된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현장의 목소리는 일하는 기간이 4년이든 6년이든 상관없이 정규직과 임금만 동일하게 받으면 되니 일할 수 있는 기간만 길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진보 측 은수미 의원과 김유선 의원은 노동개혁의 핵심이 기간제 연장이 아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은수미 의원은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오래 일할수록 정규직 전환률이 떨어지고 비정규직을 많이 채용하는 기업일수록 청년고용률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정부가 해야 하는 일은 기업이 2년 기간제를 악용하는 것에 편승해 기간제를 2년, 4년, 6년 등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선 의원은 “기간제를 4년으로 늘리는 것은 상시·지속적 업무일 경우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과도 맞지 않다”며 “현재 정부는 공공부문에만 직접고용을 적용하고 다른 부문은 방치하고 있다. 상시·지속적 업무일 경우 공공부문 간접고용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최저임금 수준을 현실화하고 최고임금제 도입 또는 고소득자 한계소득세율을 인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임금피크제, 청년 일자리 창출 효과 있나

임금피크제 도입여부 관련해서도 양측의 이견은 확고했다.

임금피크제 도입여부 관련해 보수 측 이완영 의원은 임금피크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완영 의원은 “58세가 정년인데 2년을 더 늘리고 임금만 조금 줄인 것은 근로자 입장을 생각할 때 불이익이 아니라고 본다”면서 “임금조정을 하지 않으면 청년 고용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보수 측 이원덕 회장 역시 임금피크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원덕 회장은 “중장년 근로자의 고용가능성을 높이고 청년 신규 채용에 도움이 된다면 임금피크제 도입을 전향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더 연장할 필요가 있는 만큼 중장년 이후 임금과 생산성 간의 괴리를 줄여나가고 임금체계를 보다 생산성과 연계시키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진보 측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 상당한 문제가 따른다는 점을 지적했다. 진보 측 김유선 연구위원은 “연령에 따른 임금피크제보다는 소득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이 타당하다”며 “고액연봉자의 고통분담, 노동시간 단축, 정년 60~65세 자율 조정 등이 결합되지 않는 임금피크제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모든 기업에 강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연령에 따른 임금피크제는 결국 조기퇴직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진보 측 은수미 의원은 “임금피크제와 청년일자리 창출은 무관하다”며 “청년일자리는 노동자 요인이 아니라 기업요인에 따라 줄거나 늘기 때문이다”고 반박했다.

이어 은 의원은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정부 정책이 고용과 투자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며 “청년 일자리 부족 현상의 근본원인이 대기업의 직접고용 축소, 대·중소기업간 격차 확대 등에 있는 만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통해 직접고용 비중을 늘리고 불공정거래와 골목상권 침탈 등을 규제한다면 대기업이 없앤 양질의 일자리가 살아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완영 의원은 “진보-보수가 자주 만나 대화하고 소통하면서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립되는 의견에 무조건적으로 맞서기보다 진정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점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보였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김광두 원장은 “진보 측과 보수 측 모두 노동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니 견해 차이가 있는 부분에 관해서는 토론을 통해 다듬으면 충분히 해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며 바람직한 노동개혁 방안이 도출되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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