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대교 생명의다리 ⓒ뉴시스

한국, 2003~2012년 기준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자살 택하는 이유, 스트레스와 우울증 많아
우울증 없애고 자살 예방하려면… 마음 상태에 관심 가져야
자살 결심한 사람의 이야기 잘 들어줘야

【투데이신문 이주희 기자】세계보건기구와 국제자살예방협회가 만든 9월 10일은 ‘자살예방의 날’이다. 지난 2003년 처음 만들어진 이후 올해로 12년째를 맞이했다.

‘예방하는 날’을 따로 지정한 것은 자살이 많아지고 있다는 걸 방증한다. 그래서인지 이런 기념일은 우리에게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우리나라는 OECD회원국 중에서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10년 연속으로(2003~2012년)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이 부끄러운 순위는 통계를 통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자살한 사람의 수는 2012년에 28.1명이었고 2013년에는 28.5명으로 나타났다. 한해 사이로 0.4명이 많아진 셈이다.

극단적인 방법인 자살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자살을 결심하는 이면에 ‘스트레스’와 ‘우울증’이 숨어있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한다. 충동적이기보다는 오랫동안 쌓아온 마음의 병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

정신과전문의 윤병문 원장은 “자살을 생각하는 분들은 대부분 우울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심하게는 70~80% 정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며 “누구나 살면서 힘들 때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하지만 보통은 생각으로 그치는데 우울감이 심한 분들은 자살에 더 집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10대는 성적, 진학문제가 주를 이루며 20~30대는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 미래에 대한 불안함이 많다. 40~50대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회사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겪는다. 고령자가 될수록 외로움과 생활고를 호소한다.

이에 정부는 국가적으로 자살을 예방에 힘쓰겠다는 명목으로 지난 2011년 3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조성을 위한 법률’(이하 자살예방법)을 제정했다. 아울러 중앙자살예방센터와 각 지역 단위 정신건강증진센터가 전국에 224곳이 운영되고 있으며 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는 15군데로 24시간 운영하고 있다.

   
▲ 지난 4월 19일, 따돌림으로 괴로움에 떨던 한 여고생이 자살을 결심하고 서울 마포대교에서 울고 있었다. 이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배보영 마포경찰서 순경이 여고생의 손을 잡은 채 위로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페이스북

자살을 하려는 사람들은 일종의 경고신호를 보낸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발간한 책인 ‘정신이 건강해야 삶이 행복합니다’에 따르면 자살 위험에 있는 사람들을 두고 ‘자살 고위험군’이라고 분류하는데 이들은 자살 충동을 자주 느끼며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했거나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앓는다.

우울증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평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긍정적이고 밝게 생활해야 한다. 더불어 자전거 타기, 여행 다니기 등과 같은 활동적이거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취미를 갖는 것도 도움이 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윤 원장은 “우울증에 걸린 사람들은 보통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커튼을 다 친 어두운 집안에 가만히 누워있는다. 우울할 때는 ‘기분이 좋을 때 하는 행동’을 하는 게 좋고 햇볕을 많이 봐야 한다. 특히 아침 9시 전, 30분 정도 아침 햇살을 쬐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우울증을 없애고 자살을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는 ‘평소 자신과 타인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다. 나와 상대방의 마음상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자살은 충동적으로 홧김에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정신질환 중에서 우울증은 자살의 고위험 질환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우울증이라는 의심이 들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병원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 우울증의 원인이 무엇인지 판별하고 이에 적절한 치료를 해야 자살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은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 확률이 그만큼 올라간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국가건강정보포털을 통해 공개한 자살 위험징후는 다음과 같다. ▲농담식으로 자살이나 죽음에 대해 자주 언급 ▲대인관계를 기피하고 대외활동이 줄거나 반대로 평소 안 만나던 사람을 일부러 챙기며 만나러 다니는 것 ▲평소보다 많은 음주 ▲평상시와 달리 주변을 정돈 ▲소중하게 간직하던 물건을 다른 이에게 나눠줌 ▲죽음에 관한 시를 쓰거나 낙서 ▲평소보다 밝고 평온해보이고 주변 상황에 초연 ▲식사량과 수면량이 평소보다 지나치게 줄거나 증가 등이 있다.

만약 이러한 부분이 몇 가지가 보일 경우, 상대방 마음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주변에 평소와 다른 낯선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심리를 세세히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보건복지부는 자살 위기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때 주의할 점도 공개했다. ▲집중해서 차분히 듣기 ▲상대방 감정 이해하고 공감하기 ▲수용과 존중의 태도 보이기 ▲솔직하고 진실되게 말하기 ▲관심과 도움을 주겠다는 의지, 따뜻함 보여주기 ▲상대방 감정에 집중하기 등이 있다.

더불어 대화할 때도 “너만 힘든 게 아니다”라는 식의 성급한 충고를 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줘야 한다. 자살을 결심하려고 하는 이의 내면에 관심을 갖고 고민을 경청하며 깊은 공감을 해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우리 주변에 있는 잠재된 우울증 환자가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고 내 가족, 친구에게 관심을 갖고 소통해야 한다.

현재 자살 예방을 위해 다양한 상담 전화와 서비스가 마련돼 있다. 정신건강 위기상담 전화(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이 있으니 극단적인 생각이 들거나 자살 위기자를 발견할 경우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 서울 마포대교 생명의다리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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