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 달,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산행을 못하다가 지난 9월 6일에야 비로소 떠날 수 있었다. 이번 행선지는 강원도 오대산과 소금강 계곡이다. 이날 영동지방에 비소식이 있다고 해서 내심 걱정되기는 했지만 ‘소나기 정도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가볍게 배낭을 꾸렸다.

이번 산행은 ‘산사랑회’라는 산악회와 함께했다. 필자는 2005년부터 이들과 함께 산행을 다녔다. 오전 7시 서울역에서 산사랑회 회원들을 만난 후, 7시 25분경 강변역에서 다시 암벽 타는 친구를 태우고는 강원도로 출발 한다. 강변역에서 오대산 진고개 주차장까지는 대략 3시간 남짓 걸리는 듯하다.

   
 

등반 코스는 진고개 주차장▶ 노인봉▶ 낙영폭포▶ 만물상▶ 소금강 분소이다. 진고개 주차장에서 노인봉(1,338m)까지는 3.2km이고 약 1시간 30분정도 소요된다. 그리고 노인봉 밑 노인봉삼거리에서 소금강 분소까지는 10.0km로 소요시간은 3시간 30분~4시간 정도 걸린다. 여기서 오대산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 귀면암

오대산은 백두대간 중심축에 위치하고 있으며 대간을 중심으로 오대산지구와 소금강지구, 계방산지구로 나뉘는데 그 성격이 서로 다르다. 비로봉 정상에서 볼 때 동대 너머의 청학산 쪽 소금강 지구는 바위산으로 금강산에 견줄 만한 절경이며, 비로봉에서 평창 쪽으로 내려가는 오대산지구와 계방산지구는 부드러운 흙산으로서 산수가 아름답고 문화유적이 많다. 이들 산봉우리 대부분이 평평하고, 봉우리 사이를 잇는 능선 또한 경사가 완만하고 평탄한 편이다. 이렇듯 오대산은 설악산이 날카로운 기암으로 이루어진 것과 달리 장쾌하면서도 듬직한 토산(土山)이다.

   
▲ 낙영폭포

오대산은 예로부터 삼신산(금강산, 지리산, 한라산)과 더불어 국내 제일의 명산으로 꼽던 성산으로써, 일찍이 신라 선덕여왕 때의 자장율사 이래로 1,360여년 동안 문수보살이 1만의 권속을 거느리고 늘 설법하고 있는 곳으로 알려져 왔다. 오대(동대,서대,남대,북대,중대)에는 각각 1만의 보살이 상주하고 있어 문수신앙의 본산으로, 오만보살이 상주하는 불교의 오대성지로 알려져 있다. 해발 1,563m의 비로봉을 주봉으로 동대산(1,434m), 두로봉(1,422m), 상왕봉(1,491m), 호령봉(1,561m) 등 다섯 봉우리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서쪽으로 겨울산이 아름다운 계방산(1,577m)과 동쪽으로 따로 떨어져 나온 노인봉(1,338m) 아래로는 천하의 절경 소금강이 자리하고 있다. (자료제공=오대산 국립공원)

   
 

버스가 평창 가까이에 올 무렵 차장 밖 기상상태가 예사롭지 않다. 하늘은 어두워지고 멀리보이는 산봉우리는 까만 비구름으로 둘러싸여 있다. 아무래도 오늘은 우중 산행을 해야 할 것 같은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배낭을 제대로 챙기지 않은 것도 마음에 걸린다.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진부면으로 들어 설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빗줄기는 계속 굵어져만 간다. 종착지인 진고개 주차장에 도착하였을 땐 이미 폭우로 변해 있었다. 우비를 챙기지 않았기에 동행한 친구와 나는 진고개 휴게소로 달려갔다. 다행히 그곳에서 우비를 구입했지만 전문적인 산행용이 아니라 간단히 비를 피할 수 있는 정도인 2천 원짜리 비닐우비다. 그래도 산행은 해야 하기에 챙겨 입는데, 벌써 겨드랑이 부분이 뜯어져 나간다.

   
 

노인봉 정상까지 1시간 30분은 족히 걸리는데, 이 차림으로 산에 오르려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비도 비지만 바람도 무척 세차게 분다. 비바람 때문에 카메라는 꺼내 들었지만 제대로 촬영하기 버겁다. 카메라를 꺼내 찍다보면 빗방울이 렌즈에 튀고, 안개와 기온하강으로 성에가 껴 사진이 영 엉망이다. 비바람을 헤치고 노인봉에 도착하니 그 와중에도 한 무리의 산악회 분들이 정상에서 촬영을 마치고 하산하는 중이다. 우리도 서둘러 사진을 찍고는 노인봉 밑의 대피소로 왔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로 대피소는 발 디딜 틈이 없다.

   
 

비가 조금 잦아 지는 것 같아서 조금 더 하산해서 타프를 치고 중식을 먹기로 하였다. 자리를 잡고 중식을 하는데 몸이 조금 춥다. 9월초에 추위를 느끼기는 간만이다. 가져온 윈드 스토퍼를 꺼내 입었다. 중식 후 하산길 역시 그칠 줄 모르는 비와 계속 씨름해야 했다. 하산길은 10.0km라 길기도 하지만 노인봉 삼거리서 대략 1시간 30분 이상을 내려가야 길이 조금은 나아지는데, 그전까지는 가파른데다가 비로 인해 미끄러워 무척 애를 먹는다. 만물상이 보이기 시작하니 길이 조금씩 나아지는 듯하다. 만물상은 소금강 계곡 중 경치가 제일 수려한 곳이다. 필자는 내려오는 도중 3번이나 미끄러졌다. 특히 구룡폭포를 지날 무렵 아찔한 경험을 했다. 오른발로 작은 돌을 밟자마자 순식간에 미끄러져 넘어졌다. 순간 몸이 붕 뜨며 아찔하고 잠시 멍하다. 1,2초가 지났을까? 동행하던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며 정신이 돌아오는데, 오른쪽 허벅지에 통증이 온다. 다행히 오른쪽 허벅지에 찰과상과 타박상을 입었을 뿐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미끄러질 때 등에 맨 배낭이 먼저 땅에 닿아서 머리와 오른팔을 다치지 않았던 것 같다.

   
 

조심조심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었다. 만물상과 구룡폭포를 지나서 내려오는 내내 계곡은 세찬 물소리와 엄청난 수량으로 눈과 귀를 압도한다. 청학동 계곡과 청학대피소를 지나니 길이 조금씩 평탄해 진다. 소금강 분소가 가깝다는 얘기다. 오후 4시, 산행을 마치고 서울로 출발했다. 일요일이라 길이 막힐 듯해 저녁은 귀경 도중 휴게소에서 대충 때우기로 했다. 이번에 산행에서 느낀 점은 아무리 가벼운 산행이라도 준비물을 철저하게 챙겨 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됐다. 또한 미끄러운 산길을 가벼이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도 깊이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즐거운 산행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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