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판교점 외부 모습 ⓒ투데이신문

잠실야구장 8배…압도적 면적
국내외 900여개 브랜드 입점

오픈 전부터 손님들로 정문앞 ‘북적’
가족단위 고객 사로잡기 전략 통했다
식품관 전 매장 줄 길게 늘어서

주차 공간 부족…마냥 ‘대기’
판교상가연합회 ‘상생안 마련’ 시위 계속돼

【투데이신문 박지수 기자】서울 남부지역의 신도시 ‘판교’에 개점 전부터 엄청난 크기로 관심을 모은 백화점이 있다.

바로 지하 6층에서 지상 10층으로 구성, 연면적 23만7035㎡로 잠실야구장 8배 크기의 현대백화점 판교점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지난 21일 신분당선 판교역 3번 출구부터 걸어서 5분 거리에 900여 개의 브랜드를 입점하며 현대백화점 15번째 점포로 문을 열었다.

특히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일대 백화점들과 고객 유치 전쟁이 예상된다. <본지>는 전쟁속에서 과연 승자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기대감을 모으고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지난 4일 둘러봤다. 

국내외 브랜드 대거 입점·이색 매장 배치… 경쟁력↑

오픈 보름 째를 맞이한 이날에도 오픈시간인 10시 30분이 되기전부터 현대 판교점 정문 앞은 이미 수십 명의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은 정문 앞뿐만 아니라 다른 출입문 앞에서도 점포 오픈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문이 개방되자 기다리던 사람들을 포함한 수백 명의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백화점 내로 들어섰다.

판교역 인근에 기존부터 자리 잡고 있던 AK플라자 분당점, 롯데백화점 분당점,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의 고객들을 현대 판교점이 유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무색할 정도였다.

   
▲ 화장품 브랜드가 입점된 1층 내부 모습 ⓒ투데이신문

정문을 통해 1층에 들어서니 제일 먼저 ‘디디에두보, 메트로시티, 노미네이션, 골든듀’ 등의 국내외 쥬얼리 브랜드 매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뒤로는 ‘오휘, 맥, 샤넬, 헤라’ 등의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 매장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쥬얼리 매장에서 화장품 매장으로 향하던 중 통상적으로 백화점 1층에서는 볼 수 없는 음료 매장이 눈에 띄었다. 해독쥬스 브랜드 ‘머시쥬스’ 매장이 입점된 것. 이를 보고 현대 판교점이 백화점 매장 배치에 대한 고정 관념을 과감히 깼다는 느낌이 들었다. ‘머시쥬스’ 매장 직원에게 1층에 입점한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 그는“식품관에 있어야 하는 매장이지만 디톡스 착즙음료를 뷰티와 접목시키면 파급 효과가 있을 것 같아 일부러 뷰티 매장에 런칭을 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2층에는 수입의류, 컨템포러리, 구두, 핸드백 브랜드 매장들이 모여 있었다. 특히 입점한 구두 브랜드는 27개로 국내 백화점 내 가장 많은 수의 구두 전문관을 형성하고 있었다. 또한 ‘마리엘렌, 이치아더’ 등 해외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도 눈길을 끌었다.

   
▲ 공중에 떠 있는 형태로 입점된 싱가포르 명품 차 브랜드 ‘TWG’ ⓒ투데이신문

3층에는 여성들을 위한 브랜드가 배치돼 있었다. ‘진도모피, 바바라, 컨셉진’ 등의 여성 의류 브랜드를 포함해 헤드 스파 브랜드 ‘더마이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뷰티 서비스 매장을 의류 매장과 나란히 같은 층에 배치한 효과 때문일까. 3층은 오픈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삼삼오오 모여 현대 판교점을 방문한 여성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여성 브랜드 관계자는 “타 백화점에서도 근무해 본 경험이 있는데 지금이 추석 전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식품에 쏠리는 시기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판교점 의류 매장에는 방문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의류 브랜드와 뷰티서비스 브랜드에 이어 싱가포르 명품 차 브랜드 ‘TWG’가 3층 중앙 공중에 떠 있는 건축 형태로 입점돼 시선을 끌기도 했다.

   
▲ 바버샵 ⓒ투데이신문

3층이 여성들들 위한 공간이라면 6층은 남성들을 위한 공간으로 남성 의류 브랜드, 바버샵, XTM라운지로 구성돼 있었다. 특히 수입정장 브랜드 옆에 위치한 바버샵 브랜드 ‘마제스티’는 마치 영화 ‘킹스맨’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였다. 헤어 스타일링 뿐만 아니라 쉐이빙, 신발관리, 피부관리 서비스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관리받을 수 있는 공간이 바버샵 내에 마련돼 있었기 때문이다.

바버샵에서 몇 걸음 가면 볼 수 있는 ‘XTM라운지’는 쇼핑에 지친 남성들이 격투기 채널 XTM 프로그램 영상을 보며 휴식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실제로 대여섯 명의 남자 방문객들이 이곳에서 영상을 보거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분당구에 사는 30대 이모씨는 “쇼핑을 목적으로 왔는데 같은 층에 쇼핑 중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좋다”며 “쇼핑할 만한 브랜드가 많이 입점돼 사람들도 많이 몰리지만 그만큼 방문객들이 불편하지 않게 매 층마다 휴식 공간이 많이 배치돼 있어서 불편감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복합문화시설’ 마련… 가족단위 방문객 웃음꽃 ‘활짝’

현대 판교점은 가족이 쇼핑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가를 목적으로 백화점을 방문할 수 있도록 복합문화시설을 마련했다.

특히 5층은 전체 테마를 가족으로 한 패밀리층으로 수많은 인파가 몰려있었다. 실내에는 ‘언더아머’ 등의 스포츠 브랜드와 CGV, 현대어린이책미술관 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실외에는 패밀리가든, 회전목마가 마련돼 있어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백화점을 찾는 부모님들이 쇼핑을 목적으로 현대 판교점을 방문했더라도 빠지지 않고 꼭 들르는 층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는 패밀리가든에서 방문객들에게 초상화를 그려서 나눠주는 이벤트가 진행돼 방문객들은 이벤트 참여를 위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유독 엄마 손을 잡고 얌전히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5층에 설치된 회전목마 ⓒ투데이신문

쇼핑을 마친 부모님들은 아이들과 함께 패밀리가든 내에 있는 회전목마 앞으로 몰려 들었다. 5만원 이상 상품을 구입한 방문객이 이용 가능한 회전목마는 현대백화점의 대세 문화시설이 됐다.

회전목마 관계자는 “연령 구분 없이 회전목마를 타기 위해 줄을 선다”며 “특히 주말에는 1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정도다”고 말했다.

   
▲ 현대어린이책미술관 내 전시공간 ⓒ투데이신문

패밀리가든에서 몇 걸음 더 가니 현대어린이책미술관이 있었다. 이곳에는 아이들이 미술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공간, 동화책 내용 및 그림이 담긴 액자들이 전시된 공간, 부모님과 함께 아이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등이 있었다.

   
▲ 유아휴게실 내 수면실 ⓒ투데이신문

가족단위로 쇼핑을 하거나 문화를 즐기기 위해 백화점에서 마련돼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설이 있다. 바로 수유실 등이 있는 유아휴게실이다. 현대 판교점 유아휴게실은 키즈 의류 브랜드 ‘베베, 베네통키즈, 블루독’등이 입점된 7층에 위치해 있었다. 7층 역시 5층처럼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많이 있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5층과 달리 한산했으며 조용한 분위기였다.

이처럼 조용한 분위기에 위치한 유아휴게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어린 아기들이 모유를 먹거나 수면실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엄마들 역시 쇼핑 후 낮잠을 자는 아이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판교에 사는 30대 김모씨는 “아이와 나들이 목적으로 자주 온다”며 “이유식이나 분유를 먹는 아이들을 위해 전자레인지, 냉장고, 포트가 완비돼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식품관… 엇갈리는 소비자 반응

점심시간인 12시가 되기 전 ‘국내 최대 식품관’이라 불리는 현대식품관으로 향했다.

이곳은 1만3860㎡(4,192.65평) 규모에 108가지 음식 브랜드를 입점한 현대 판교점 오픈 이후 계속해서 화제다. 현대식품관에 들어서니 어마어마한 인파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쪽, 저쪽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붐벼 ‘과연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식사를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 유명 맛집 모인 식품관 식당가 모습 ⓒ투데이신문

제일 먼저 ‘마이타이, 마이치치스, 마스터키친’ 등 유명 셰프들의 음식점 브랜드와 사천식 전통 중국요리점 ‘단단’, 한정식점 ‘미서울’이 눈에 들어왔다. 식품관을 찾은 사람들은 백화점에서 기존에는 만나볼 수 없었던 유명 맛집들에 관심을 보이며 붐비는 틈 사이를 비집고 자리에 앉았다.

판교에 사는 20대 최모씨는 “이번이 2번째 방문이다. 전에는 주말에 왔었는데 사람 수가 평일보다 배로 많았다”며 “다른 층에 비해 유독 식품관에 사람들이 많은데 식사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너무 없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성북구에 사는 30대 중반 최모씨는 “식품관이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이 많아 너무 복잡하고 정신이 없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 ‘매그놀리아’ 앞 줄 선 방문객들 ⓒ투데이신문

하지만 디저트 브랜드 매장 분위기는 식사 브랜드 매장 분위기와 달리 방문객들의 눈과 입이 즐거워 보였다. 유명 셰프들의 음식점 브랜드 매장 앞으로 쭉 걸어가니 로마의 3대 젤라또 브랜드 ‘파씨’, 덴마크 대표 음료 체인점 ‘조앤더주스’, 섹스앤더시티에 등장했던 컵케이크 전문점 ‘매그놀리아’ 등의 세계 유명 디저트 매장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매그놀리아의 인기는 대단해 보였다. 진열된 컵케이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매장 앞에서 줄을 서 기다렸다.

세계 유명 디저트 매장에서 좀 더 걸어가니 ‘삼송빵집, 삼진어묵’ 매장이 보였다. 각 매장 앞에는 지나가는 사람들 동선이 꼬일 정도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 외에도 현대 판교점에는 프랑스 디저트 브랜드 ‘몽상클레르’, 프랑스 마카롱 전문 브랜드 ‘피에르에르메’, 뉴욕 브런치 카페 ‘사라베스 키친’, 생크림 롤케이크 전문점 ‘살롱 드 몽슈슈’가 입점돼 다양한 디저트 브랜드를 만날 수 있었다.

송파구에 사는 20대 이모씨는 “식사를 포함해 디저트와 같은 먹을 거리가 많아 식품관에서 쉽게 발걸음을 떼기가 어렵다”며 “디저트 한 가지를 먹기 위해서는 최소 30분을 기다려야 하지만 다양한 디저트를 먹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이탈리’ 외부 모습 ⓒ투데이신문

디저트 매장들을 뒤로 하고 현대식품관에서 가장 큰 이슈였던 이탈리아 프리미엄 식자재 브랜드 ‘이탈리(EATALY)’로 향했다. 현대 판교점 이탈리는 국내 1호점으로 커피 등의 디저트, 샌드위치 등의 델리를 맛볼 수 있는 ‘그랑바(GRAN BAR)’와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 ‘리스토란테(RISTORANTE)’로 구성돼 있다.

이탈리 역시 리스토란테에서 이탈리안 요리를 맛보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길었다. 리스토란테 내부를 보니 같은 식품관이라도 유명맛집들이 모인 식당과는 분위기가 또 달랐다. 천천히 이야기를 하며 여유롭게 식사를 하는 분위기였다.

그랑바에는 140년 역사의 초콜릿&젤라토 전문점 ‘벵키’, 잼 타입의 초콜릿 브랜드 ‘누텔라 바’, 이탈리아 정통 커피 브랜드 ‘카페 베르나노’가 입점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방문객들이 직접 집에서 이탈리아 요리를 해 먹어볼 수 있도록 빵, 와인, 오일, 파스타면 등의 판매용 식자재가 진열돼 있었다.

   
▲ ‘에이치키친’ 외부 모습 ⓒ투데이신문

이탈리 옆에는 ‘에이치키친(h'_Kitchen)’이 있었다. 에이치키친에는 ‘백종원의 분식9단’과 함께 냉면, 국수, 찌개, 비빔밥, 쌈밥 등을 먹을 수 있는 푸드코드가 마련돼 있었다. 에이치키친은 현대식품관에 위치한 다른 매장에 비해 한산했다.

비록 한 층으로 구성된 식품관일지라도 크기가 상당한만큼 유명맛집들이 모여있는 식당가, 디저트 브랜드 매장, 이탈리, 에이치키친 모두 분위기가 제각각이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의 반응 또한 호의적 혹은 부정적으로 나뉘었다.

남겨진 과제…주차공간확보·사회적 책임

현대 판교점은 압도적인 크기와 다양한 먹을 거리, 국내외 브랜드 대거 입점했지만 이로 인해 한편으로는 풀어야 할 숙제들을 안고 있었다.

용인에 사는 20대 황모씨는 “현대 판교점에 6번을 왔는데 방문할 때마다 주차 대기 시간이 길어 불편하다”며 “주차상황을 전광판에 ‘만차’라고 써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차 안내를 하시는 분들이 계속해서 백화점 안으로 차를 들여보냈다”며 “주차할 공간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한참동안 대기해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현대 판교점은 지하 2층부터 지하 6층까지 주차장이다. 임시주차장을 포함해 총 4000대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개점 첫 주말(8월 19일~23일) 기준 추산된 방문객 수만 해도 65만명으로 일 평균 방문객 수가 15만명 이상인 점을 생각하면 턱 없이 부족한 주차공간이다. 오픈효과로 인한 방문객의 대거 몰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도 시간이 해결해 주길 기대하며 그저 기다리기에는 한 달 가량 계속되는 교통난이 극심한 상황이다.

   
▲ ‘식품관 6000평으로 판교상권 다 죽이는 정지선 회장은 파렴치범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조기 ⓒ투데이신문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현대 판교점 정문 근처 곳곳에서는 판교상가연합회가 상여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판교역 주변 8200여 점포주로 구성돼 있는 판교상가연합회는 현대 판교점에 생존권 위협 중단과 상생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현대 판교점 주변 전봇대에는 ‘식품관 6000평으로 판교상권 다 죽이는 정지선 회장은 파렴치범이다’라는 문구가 적힌 조기가 세워져 있었다.

현대 판교점이 주차난과 지역상권들의 촉구에 따른 상생 방안을 하루 빨리 마련해 고객 유치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백화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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