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이사장과 동업관계 정씨, 각종 의혹 폭로…롯데 ‘묵묵부답’

 

【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과거 신영자(73)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과 동업관계를 맺은 사업가 정운익(71)씨가 신 이사장과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정씨는 신영자 이사장과 함께 롯데 내부 정보를 통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고 폭로했다. 또 신 이사장과 함께 보석 회사를 차렸지만 신 이사장이 임대료를 가로채는 등 횡령을 일삼고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탈세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정씨의 주장에 대해 <본지>는 롯데그룹 측에 취재를 요청했지만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

신 이사장의 비리 의혹은 무엇인지 정씨의 진술과 당시 자료 등을 토대로 살펴보았다.

롯데 내부 투자 정보로 부동산 구매

정운익 씨는 1976년 지인의 소개로 신 이사장을 알게 된 이후 그의 개인적인 업무 등을 도와주며 돈독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던 중 1988년 초, 롯데면세점 조 모 상무는 정씨와 신 이사장에게 앞으로 보석 사업이 유망하다며 사업을 해볼 것을 권했고 이에 이들은 보석류 등의 수입 및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신영금속을 설립해 동업하기로 약정했다.

그런데 신영금속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약 28억원 상당이 필요했다. 이에 정 씨와 신 이사장은 당시 구 대구역 주변 땅을 롯데가 매입 할 것이라는 내부 정보를 입수하고, 그 주변 땅을 매입한 뒤 이를 단기간 내에 전매해 그 차익을 신영금속의 동업자금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정씨는 “당시 신 이사장이 ‘롯데가 대구 역사에 백화점을 지을 예정이다. 그 주변 땅을 사면 공사 발표 후 6개월 안에 땅값이 치솟아 4~5배에 팔 수 있다. 그 땅은 롯데가 매입할 것’이라며 해당 땅에 투자할 것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투자 정보는 당시 롯데그룹 부동산 담당 상무였던 김모 씨가 신 이사장에게 제공했다. 정씨는 “신 이사장은 내부정보를 토대로 재벌가가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논란을 피해 가기 위해 제3자를 통해 땅을 매입하자고 했다”며 “부동산 물색부터 구매까지 그 모든 작업은 김씨가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정씨에 따르면, 당시 대구 역사 신축계획이 비밀리에 진행됐기 때문에 대구 출신이자 롯데 소속인 김씨의 명의로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할 경우 정보 유출 의혹이 불거져 사업계획 진행에 차질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김씨는 그동안 롯데그룹의 부동산 관리 업무를 해오면서 알게 된 한모씨에게 대구역사 주변의 부동산 구입과 등기업무를 재위임했다. 그러나 김씨는 이 모든 업무가 신 이사장으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라는 사실을 한씨에게 알리지 않았다.

▲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

이후 김씨는 한씨로부터 구 대구역 인근에 위치한 부동산으로 유모씨 소유인 시가 5억6000만원 상당의 부동산을 소개받았고, 이를 신 이사장에게 알렸다.

이에 신 이사장과 정씨는 유씨의 부동산을 공동으로 매수하기로 하고, 그 구입자금으로 신 이사장이 1억5000만원을, 정씨가 4억1000만원을 각각 부담하기로 했다. 해당 부동산에 대한 지분비율은 부담비율대로 정운익 73.2대 신영자 26.8로 하기로 약정했다. 당시 압구정 현대아파트 65평형이 약 6000만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큰 금액이 투자된 것이다.

정씨는 1988년 3월 8일 신 이사장에게 4억1000만원을 지급했고, 신 이사장은 같은 달 15일인 1억5000만원을 보태 총 5억6000만원을 김씨에게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신 이사장은 김씨에게 위 대금의 일부를 정씨가 부담했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그 뒤 한씨는 친인척인 오씨의 명의로 유씨와 매매계약을 체결했고, 그해 3월 17일 오씨 명의로 지분소유권이전등기가 완료됐다.

하지만 사업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신격호 회장은 대구 역사 사업을 더 이상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해 해당 사업은 무기한 연기되면서 정씨와 신 이사장과의 동업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오씨 명의로 돼 있던 일부 토지는 1991년 12월경 공공용지의 취득 및 손실보상에 관한 특례법에 의해 도로부지로서 협의매수돼 1993년 12월 7일 대구광역시 명의로 지분소유권이전등기가 됐다.

한씨는 오씨를 대신해 이같이 협의매수된 공공용지의 지분에 관한 보상금으로 1991년 12월 21일에 6억6954만5670원, 1993년 10월 8일에 1억6627만8160원 등 합계 8억3593만3830원을 수령했다.

한씨는 보상금 중 7억원을 김씨에게 전달했다. 김씨는 이를 신 이사장에게 전달했고 이중 일부가 정씨에게 지급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김씨는 신 이사장에게 대구시에 토지가 수용된 사실을 숨긴 채 재일교포에게 땅을 팔았다고 거짓말을 해 일부 금액을 횡령했다고 정씨는 주장했다.

정씨에 따르면, 한씨가 보상금의 나머지인 1억3593만3830원 중 1593만3830원은 자신이 분할 전 이 사건 부동산을 관리하면서 지출한 세금 등 제세공과금에 충당한다는 명목으로 챙겼으며 나머지 1억2000만원은 수고비 명목으로 김씨와 6000만원씩 나눠 가졌다.

정씨는 “한씨와 김씨가 보상금을 자신들 마음대로 나눠 가졌고 1996년 토지실명제가 실시되기 전 명의 이전 요구도 거절했다”며 “결국 법정공방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민사·형사소송 1심에서는 승소했다. 하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는 패소했다”며 “이유는 본인과 한씨, 오씨와 일면식이 없어 법리적으로 명의신탁이 설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억울함을 드러냈다.

정씨는 “신 이사장에게 참고인이 돼 한씨와 오씨를 고소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부동산 투기’가 들통날 것이라는 이유로 거절했다”며 “결국 신 이사장과의 수년간의 다툼 끝에 본인의 요구가 받아들어져 김씨의 사기를 밝혀냈고 땅을 되찾게 됐다”고 말했다.

▲ 가명으로 입금된 통장 내역 <자료제공=정씨>

가명 계좌로 탈세 의혹

또한 정씨는 신 이사장과 함께 설립한 신영금속이 사업을 철수할 때까지 신 이사장의 개인적인 부를 쌓는데 악용됐다고 주장했다.

정씨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기존 롯데쇼핑 보석점포를 신영금속을 위해 미리 임대하자고 제안해 롯데쇼핑과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대구 역사 사업이 힘들어지자 신영금속을 위해 임대한 자리를 타인에게 임대하게 됐다. 정식 임대료는 롯데가 가져가고, 신 이사장은 새로운 임차인들로부터 별도로 매월 700만원과 500만원씩 받았다.

정씨는 “매달 신 이사장은 가명으로 된 계좌를 통해 임차인으로부터 롯데 입점 사례금조로 정식임대료 외에 돈을 받아 탈세했다”며 “롯데라는 큰 힘을 등에 업고 수많은 돈을 챙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영자와 그의 아들이 신영금속의 50%의 주주였다. 그러나 재벌이 사치성 사업에 주식을 가지면 세무감사 조사를 받는다고 해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 H사가 신 이사장 장녀 장혜선씨에게 입금한 내역 <자료제공=정씨>

수수료 챙겨 오너가 배불리기?

그밖에도 신 이사장이 페이퍼컴퍼니와 중간 마진을 통해 수수료를 챙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씨는 “롯데 면세점 수입 물품 시 대금을 실제 가격보다 높여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수수료 명목으로 외화를 빼돌리는 수법으로 횡령을 저질렀다”며 “이는 신 이사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미국에 있는 구매담당회사이자 페이퍼컴퍼니인 L사를 통해 면세점 물품을 조달했다. 그러던 중 1990년 2월 5일, 신 이사장은 ‘L사- H사-롯데’로 거래가 이뤄지도록 구매 구조를 바꿔 부당한 수수료를 챙겼다. 필요없는 거래 관계를 늘려 H사를 통해 중간 수수료(통행세)를 챙기려 했다는 것.

그는 “이러한 방식으로 H사가 챙긴 수수료는 신 이사장의 장녀인 장혜선 씨에게 입금됐다”며 “그 액수는 알려진 바로만 약 12만불 정도다”라고 말했다.

특히 H사는 연마제 제조 회사로 롯데면세 사업과 전혀 관련성이 없어 의혹이 더욱 짙어지는 대목이다.

정씨는 “그 당시 사업 성공을 위해 신 이사장과 함께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자한 것은 잘못됐다고 인정한다”면서도 “그에 비해 롯데라는 재벌의 딸과 함께 일하며 당한 억울한 일들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벌 갑질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이렇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게 됐다”며 “이 모든 사태에 대한 신 이사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본지>는 신 이사장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롯데그룹 측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가 자리에 없다는 이유로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