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이랑 기자

【투데이신문 임이랑 기자】히틀러와 나폴레옹, 링컨 대통령과 케네디 대통령, 조지아나 스펜서와 다이애나 스펜서. 이들은 살아온 시대와 생활하는 방식이 달랐지만 성공과 실패의 시기가 겹치고 의문의 암살을 당하는 점 등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두 인물의 공통점을 찾아 서로 다른 시대를 사는 이들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평행이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50년 시간의 격차를 두고 씁쓸한 평행이론이 적용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위안부 피해자들과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이다.

이 사람들은 망언으로 인해 큰 고통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놀라울 정도로 평행이론이 성립된다.

최근 고려대 경제학과 정모 교수는 자신의 강의시간에 “위안부는 강제적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며 자원봉사활동의 현장이다. 당시 그들은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었고 몇 달만 일하면 고국으로 돌아갈 비행기값을 구할 수 있었지만 돈을 벌기 위해 남았다”며 위안부 피해자들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리고 과거 고려대 명예교수인 한승조는 지난 2005년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해 “성의 문제인데 왜 돈의 문제와 결부해서 자기 망신을 계속하느냐”, “수준 이하의 좌파적 심성”이라는 망언을 내뱉었다.

극우논객 지만원은 “TV에 나오는 위안부 할머니들은 고령인데도 불구하고 건강도 좋아 보이고 목소리에도 활기가 있는 분이 많다.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나눔의 집이 할머니들을 앵벌이로 삼아 국제 망신을 시키고 다닌다”고 비난했다.

서울대 명예교수인 안병직도 “위안부 강제동원은 없었다”라는 망언으로 위안부 피해자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도 망언을 피해갈 수 없었다. KBS 김시곤 보도국장은 “상복입지 마라! 1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 비하면 300명은 많은 것도 아니다”며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죽음을 교통사고에 비유했다.

또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이제부터는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 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다”며 세월호 참사 당시 색깔론을 들고나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다시 등장한 극우논객 지만원은 “시체장사에 한두 번 당해봤는가. 세월호 참사는 이를 위한 거대한 불쏘시개”라고 발언했다.

두 사안의 피해자들은 공통되게 “건강해 보인다”, “돈 때문에”, “좌파”라며 비하당하고 부정당했다.

여기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다.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처지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위안부로 끌려갔던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가난한 농민의 딸이었으며,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은 대부분 대한민국 경제를 받치고 있는 일반 서민들이었다. 

더군다나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일제강점기 시기 위안부 피해자들을 거짓말로 모집하고 납치했던 관련자와 세월호 참사 관련자들 모두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그리고 이 두 사안은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정부의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위안부 문제에 대해 두 팔 걷고 나서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도 정부에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하고 있다. 더욱이 진상규명을 위해 설치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는 정부에 의해 오히려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50년의 격차를 두고 벌어진 사건의 피해자지만 놀랍도록 비슷하기 때문에 위안부 피해자들과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이 진정한 평행이론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과거에 비해 눈부신 경제발전을 한 대한민국이 사회문제와 정치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여전히 별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씁쓸함을 남긴다.

위안부 피해자들은 지옥 같은 일본군 위안소에서 죽지 않고 살아 돌아왔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은 사랑하는 자식과 가족을 떠나보내고 남아있는 사람들이다. 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역사와 현실을 반복할 것인가.

피해자들이 망언을 듣고 부정 당한 것은 우리가 그들을 잊고 있었을 때였다. 그들의 평행이론이 이어지지 않도록 우리는 두 피해자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