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욱 칼럼니스트
▸저서 <한시에 마음을 베이다>, <삼국지인물전> 외 5권 

【투데이신문 김재욱 칼럼니스트】

“재욱아, 오랜만이다.”

“어, 잘 있었냐?”

“그럭저럭 먹고 산다.”

“장사한다고 그러지 않았나? 잘 돼?”

“장사는 접었고, 경기도에서 마을버스 운전하고 있다.”

“휴우, 장사 접은 거 보니 잘 안 됐나 보네. 운전 힘들지 않아?”

“운전이야 하면 되는 거지. 그거보다 다른 거 때문에 힘들다.”

“다른 거?”

“너 버스기사들이 난폭운전하고, 신호 안 지키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

“뭘 어떻게 생각해. 그 양반들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렇겠지만, 좋게 보이진 않지.”

“그거 어쩔 수 없어서 그래. 한 코스 한 바퀴 도는데 시간을 조금 주거든. 예를 들어 두 시간을 줬다고 해 봐. 신호 다 지키고 손님 응대할 거 다 하면 넉넉잡아 두 시간 반이 필요해. 버스 회사마다 거의 이런 식으로 시간을 준다. 그러니까 사고 나는 거 각오하고 신호 같은 건 무시하는 거야. 그리고 승객이 뭘 꼬치꼬치 물을 때가 있잖아. 일일이 다 대답해 주면 시간 안에 못 가. 손님들한테 짜증도 내고 그러는 거지.”

“어휴, 그렇구나. 그런데 그건 잘못된 거잖아. 기사들이 회사에 시정 요구를 해야 하는 거 아냐?”

“안 돼. 그럼 잘리는데? 회사에선 싫으면 관두라는 식으로 나와.”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

“더 웃긴 건 뭔 줄 아냐? 저러다 사고 나잖아. 그럼 그거 백퍼센트 기사가 책임져야 돼.”

“야! 회사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났는데 그걸 왜 회사원이 책임져?”

“그러니까 웃기는 거지. 쌍팔 년도에도 안 하던 짓을 지금 하고 있는 거야. 회사 책임이 없으니까 배차 간격을 좁히는 거야. 그거 다 돈이잖아.”

“노조 있지 않냐? 노조는 뭐하는 거야?”

“노조? 대부분 어용이야. 누가 노조위원장 되잖아? 그럼 회사에서 그 사람도 모르게 통장에 돈 꽂아주고 그런단다.”

“아, 진짜 뭐냐. 곳곳이 안 썩은 데가 없냐. 어떻게.”

“더 웃긴 건 뭔 줄 아냐? 마을버스 운전 경력 3년이 되면 봉급이 조금 올라. 그런데 회사에서 그거 안 주려고 2년 11개월 정도에 기사를 잘라 버리기도 해.”

“햐, 진짜 이건 뭐……. 그렇게 잘리면 어떻게 사냐고. 그러고 새로 기사 뽑는 건가?”

“하하, 아니. 그 사람하고 다시 계약을 하지. 1년차로 돌아가는 거야.”

“야, 그런 법이 어디 있어. 그럼 그 사람은 가만히 있냐?”

“어차피 이 바닥 좁거든. 돌고 돌아서 다시 이 회사에 올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계약하는 거야. 회사에선 갖은 구실을 다 대면서 자르거든. 당신 사고 자주 내서 벌점이 많네. 불성실하네 하면서…….”

“사고 나면 개인 책임이라며?”

“아, 회사에서 보험 처리를 해주기도 하는데, 그거 자주하면 벌점 먹어서 잘리니까 대충 합의하고 말지.”

“와, 진짜 이걸 어떻게 해야 되냐?”

“사정이 이런데 나라에선 코스 도는 시간이 합리적인지 기사 처우는 어떤지 신경도 안 써. 그러고선 기사들한테 난폭운전하지 마라 신호 지키라고만 하지. 모든 페널티를 회사에 줘야 돼. 그래야 회사에서 겁을 먹고 제대로 할 거 아냐. 그렇잖아. 일반 회사에서도 근무 중에 사고가 나면 직원이 아니라 회사가 책임을 지잖아. 버스회사는 그걸 안 해주니까 기사들만 죽을 맛이야.”

“네가 그렇게 고생을 하며 사는구나. 할 말이 없네.”

“더 웃긴 건 뭔 줄 아냐? 가끔 본사에 갈 일이 있거든. 계약 갱신 같은 거 하라고 불러. 그럼 나는 쉬는 날에 가야 돼. 평소엔 일해야 하잖아. 그렇게 본사에 가잖아. 직원들이 사람 취급을 안 해줘. 사람이 왔는데 쳐다보지도 않아. 뭐 물어보려고 말이라도 붙이잖아. 그럼 ‘뭐요, 뭐’ 하면서 소리를 버럭 질러. 자기네들도 을이면서 나한테 갑질을 하는 거지.”

“흠, 네가 기사인 줄 걔들이 어떻게 알아?”

“본사에 들어갈 땐 무조건 근무복을 입고 가야 돼.”

“아, 진짜……. 우리나라 버스회사 다 이래?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냐.”

“모르지. 내가 다니는 데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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